그렇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불교라는 단어의 색깔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감촉과 실상에는 우리의 오랜 역사가 스며들어 있다. 정확히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만, 니체도 세상 모든 의미와 가치는 힘과 힘들의 중중무진한 충돌 속에서 형성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과거로 회귀하자는 말도, 현재를 부정하자는 말도 아니다. 현재의 불교, 한국의 불교는 분명 고유의 힘과 색을 갖고 있고 그 역사와 지층을 탐사하는 일 또한 가치로울 것이다. 하지만 그건 초기불교, 그러니까 불교가 탄생한 그 시점의 조건과는 분명 다르다. 나는 그 다름을 선연히, 충분히, 보고 싶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색도 금색도 아닌, 시주도 목탁도 없는 기원전 5세기 북인도의 갠지즈 강가에서 스물아홉의 청년이 목숨을 걸고 뛰어넘은 그 도약의 장면들을 보기 위해서, 우리는 우선 우리 얼굴부터 더듬어 보자! 오랫동안 걸치고 있던 각자의 안경을 확인하고 과감히 벗어버리자! 그리고 맞으러 가자! 맨발로 길에 나선 저 젊은 구도자를, 그리고 그가 만난 길 위의 친구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