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금요대중지성)
 
 
탈북민들의 적응을 돕는 일을 10년 넘게 하다가 얼마 전 퇴직하였다. 첫 만남은 이들이 갑작스럽게 대거 입국하던 2001년이었다. 당시 우리 사회는 이들을 정착시키기 위한 법과 제도가 미비하였다. 특히 홀로 입국한 탈북 청소년들은 갈 곳이 없었다. 당황한 우리는 급한 대로 함께 살았다. 나는 이들과 우리 사이에 동질적인 것보다 이질적인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여겼고, 이들을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북한에서 온 ‘특별한 존재’로 대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들에게 ‘국민’으로서 살아가라고 요구하면서 불화를 겪었다.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편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왜 탈북민과 마찰을 일으켰을까? 분명 탈북민과 나 사이의 차이와 다름을 인정한 것 같은데, 나는 어떻게 동일성을 욕망하게 된 것일까? 오랫동안 고민을 해도 답을 찾지 못하였고 탈북민에 대한 원망만 커져갔다.
 
그러다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를 만났다. 그는 구조주의 인류학자로서 ‘미개사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열어주었다. 당시 서구인들은 자신들의 문명이 가장 진보한 상태로 비서구 문명의 모범이라는 자부심을 가졌다. 비서구 사회는 야만이고, 미숙한 세계로서 계몽의 대상이라고 여겼다. 이에 대해 레비스트로스는 남미 여행에서 맛본 럼주들을 비교하며 서구사회의 오만함에 일침을 가한다. 서구인들의 취향에 맞는 럼주는 순도 100% 주조 과정을 거친 것보다 ‘불순물’이 만들어낸 마술에서 나온다며 사회의 변화와 발전에서 불순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대부분 불순물의 힘을 간과한 채 말끔히 제거하려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다.
 
동일성은 자신을 영원히 지속시키고 싶은 욕망에서 나온다. 동일한 생산물을 반복 재생산하고, 오늘이 무한 반복되기를 바라며 변화와 차이를 거부한다. 나는 탈북민들이 지닌 ‘결점’을 제거하고 우리와 같아지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시스템이 갖춰진 조직 속에서 일하는 것에 능숙했다. 매뉴얼과 절차대로 하면 아무리 어려운 업무라도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동일한 것을 효율적으로 반복 생산하는 것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다.
레비스트로스는 동일성을 욕망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차이는 사회를 혼란과 위험으로 몰아가지 않고, 오히려 이전의 흐름을 정지시키고 새로운 인식과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구조’는 일종의 보편적 무의식으로서 차이라는 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힘이라고. 그것이 사회를 다양체로 만들어 더욱 풍요롭고 건강하게 한다고. 이를 간과한 나는 탈북민들을 ‘국민’으로 개조하려고 했고,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패배자’로 규정하였다. 탈북민과 나 사이에 연결되는 공통의 질서, 즉 구조를 보지 못했다. 그러니 탈북민과 나 사이에서 드러난 차이를 결핍으로 이해함으로써 제거하려고 한 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달랐다. 그는 불안정한 기질을 지닌 남비콰라족의 환심을 사려고 열기구를 띄웠다가 그 집단을 혼란에 빠뜨렸다. 당황한 그는 원주민들과 면담하며 과학적 원리 너머에 있는 그들의 인식, 즉 하늘 높이 올라가는 것은 재앙과 종말로 여기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그들이 ‘천국 복음’을 전하는 기독교 선교단을 학살한 사건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들이 이 사건을 두고 영예로운 싸움인 것처럼 명랑하게 떠드는 이유도 깨닫게 되었다.
 
그는 남비콰라족의 세계관을 미신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 차이를 서구사회와 동등한 차원에 두고 차이와 공통성을 찾으려 했다. 나는 이런 그의 눈이 놀라웠다. 현상에 머물지 않고, 심층을 꿰뚫는 눈, 차이 너머에 있는 ‘구조’를 발견하는 눈 말이다. 이제 그의 질문을 따라가며 탈북민들과 충돌을 일으킨 내 마음의 심층 구조를 밝히는 통찰력을 배워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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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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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彬
Guest
moon彬

차이는 ‘새로운 인식과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라는 말이 와닿네요~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만 지낼 때는 지루하고 권태로운 느낌을 많이 느꼈던 거 같아요~ 다른 것과 만날 때 뭔가 소란스럽고 부담스럽고 힘든 것도 있지만 그속에서 새로운 것들이 탄생한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