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희

‘경험’, ‘인식(認識)’의 바탕

여기 숨은 그림 찾기가 있다. 제시어로 나온 숨은 그림을 골똘히 찾는다. 보고 또 보다 문득 숨겨진 그림이 찾아진다. 아쉽게도 한두개 못 찾을 때도 있다. 아무리 봐도 찾아지지 않아서 슬쩍 정답을 보고, ‘아~하’한다. 이렇게 숨은 제시어를 찾고 난 후 다시 숨은 그림 찾기판을 보면, 숨은 그림들이 눈에 딱딱 들어온다. 숨겨진 그림을 찾았던 경험이 숨은 그림을 숨은 그림 찾기판에서 바로 알아보게 했다. 숨은 그림에 대한 인식(認識)(1)이 생긴 것이다. 인식하고 나면 숨은 그림을 찾는 맛은 사라진다. 더 이상 숨은 그림이 아닌, 아는 그림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숨은 그림을 찾는 재미는 딱 한 번뿐이다.

숨은 그림을 찾을 때 우리의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숨겨진 제시어를 그림판에서 찾는 동안, 우리의 뇌는 “당신의 과거 경험을 훑으면서 예전에 이 입력과 비슷한 것을 본 적이 있는지”(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70쪽,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생각연구소)를 떠올린다.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던 제시어의 모양을 재빨리 떠올리면서 숨은 그림 찾기판의 여기저기를 골똘히 탐색한다. (아래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면서 자신을 관찰해 보라~~^^) 숨은 그림으로 제시된 단어의 여러 가지 모양들을 동시적으로 떠올리며, 그림판에서 유사한 모양이 있는지 찾는다. 그러다 문득 과거에 본 것, 머릿속에 떠오른 제시 단어의 모양을 그림판에서 발견한다.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바로 그 숨은 그림이다. 숨은 그림은 공간과 경계면을 이용해서 시선을 이리저리 바꾸어 보아야 찾아진다. 드디어 숨은 그림을 찾으면 그 다음부터는 숨은 그림만 도드라져 보이기도 한다.

종이배, 야구배트, 깃발, 바늘, 사각 깃발, 장화, 국자, 만연필 촉, 텐트를 찾아보세요^^

숨은 그림 찾기 판에서 숨겨진 그림을 찾는다는 것은 과거에 그 제시어를 경험했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 제시어가 무슨 모양인지 모른다면 숨은 그림은 찾을 수 없다.

뇌가 어떤 대상을 인식하려면 과거의 경험이 필요하다. 우리가 살면서 경험한 모든 것은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뇌 속에 저장된다. 뇌가 저장하지 못하는 것은 인식하지 못한 그 무엇이다.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직까지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다는 뜻과 같다.

『단순한 뇌 복잡한 나』, 114쪽에 있는 그림

이제 위 그림의 얼룩을 보자. A그림의 검은 얼룩만을 봤을 때는 이 얼룩들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이런 상태를 경험맹이라고 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얼룩은 ‘뭐지?’라는 질문을 부른다. 아래의 B그림을 보면 나면 그제서야 검은 얼룩들이 ABC 글자의 부분 부분을 회색 덩어리가 가린 것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다시 A그림을 보면 검은 얼룩이 가려진 ABC임을 인식한다. 의미 없는 검은 얼룩들을 인식하게 된다. 경험이 검은 얼룩을 인식할 수 있는 대상으로 바꾸어 주었다.

무언지 모르는 검은 얼룩들을 만났을 때, 우리 뇌에서는 뇌의 신경세포들의 연결이 빠르게 일어나기 시작한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보자마자 우리의 뇌에서는 시냅스들이 네트워킹하기 시작하면서, 저장된 기억과 경험 속에서 그 대상이 무엇이지 찾아낸다. 그리고 그 대상을 알게 된다. 인식하게 된다.

위의 얼룩을 처음 보았을 때 그 얼룩들이 무엇이지 몰랐던 것은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은 시냅스(2)의 연결이 없다는 이야기다. 뇌의 신경세포가 어떤 연결도 만들어내지 못할 때가 바로 경험맹 상태이다.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하는 기본적인 생명유지 활동 중의 하나가 뇌활동이다.

뇌활동은 신체의 경험(시각, 청각, 미각, 촉각, 열감각 등등)을 시냅스의 연결로 구성하여 저장하는 과정이다. ‘경험=시냅스의 연결’, 즉 네트워킹이다. 한 신경세포와 또 하나의 신경세포가 연결되고, 여기에 또 다른 신경세포들이 연결되면 하나의 패턴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무수히 많은 패턴들이 저장될 때 이미지로 구성되어 저장된다. 경험이 시냅스의 네트워킹을 일으키고, 이 네크워킹은 우리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구성하여 저장하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 과정이 가장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시기가 아기가 태어나서 3년 동안의 과정이다. 이때 아기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시냅스의 연결과 연결된 패턴들을 엄청나게 만들면서 이미지들을 구성해 나간다. 이미지는 아기가 어떤 대상을 봤을 때,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재료가 된다. 아기가 어떤 상황에서 울 것인지, 웃을 것인지, 기어갈 것인지, 입으로 물것인지 등등을 결정하게 하는 것도 아기 머릿속의 시냅스의 연결로 만들어지는 이미지다.

방금 당신의 뇌에서 무슨 변화가 일어났기에 이 얼룩에 대한 지각이 바뀌었을까? 이제 당신의 뇌는 완전한 사진에서 가져온 재료를 과거 경험에 추가하여 당신이 얼룩에서 보는 낯익은 물체를 구성했다. 당신의 시각피질에 있는 뉴런들의 점화방식이 바뀌어 이제는 있지도 않은 형체를 만들어낸다.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71쪽,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생각연구소

숨은 그림 찾기나 낯선 얼룩을 보고 난 후 그것들을 인식할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경험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경험한다. 이 경험들은 모두 놓치지 않고 시냅스의 네크워킹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조단위의 네크워킹이 이미지가 되어 사람의 생명유지에 중요한 기여를 하게 된다. 경험으로 만들어진 시냅스의 네트워킹이 바로 우리가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게 하는 기본 재료가 된다.

 

시냅스의 연결, 자신의 세계를 시뮬레이션한다

사람은 사과를 경험했기 때문에 사과를 인식한다. 숨은 그림 찾기에서 숨은 제시어를 찾고 난 후 그 숨은 그림판을 다시 보면 제시어가 바로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하나의 얼룩뿐이었던 그림은 얼룩 아래에 숨겨진 ABC를 보는 순간 이제 더 이상 의미 없는 얼룩이 아니다. 이런 경험들을 포함하여 사람은 태어난 후 자신이 살아온 시간까지 셀 수 없이 많은 경험들을 한다. 이 경험들은 모두 시냅스의 연결로 자신 안에 저장된다. 앞으로 생활 속에서 펼쳐질 많은 대상들과 상황들을 인식하기 위한 재료로 저장해 둔다.

이 수많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사람의 머릿속은 몸은 가만히 있어도 수없는 생각들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하나의 이미지들이 연속적으로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그 이미지와 연결된 또 다른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미지 한 컷 한 컷이 연결된 동영상이 자신 안에서 상영되기도 한다. 이 모든 머릿속의 이미지들은 시냅스의 연결패턴들이 점화되면서 만들어지는 활동이다.

우리는 이것을 시뮬레이션이라고 부르기로 하겠다. 시뮬레이션은 들어오는 감각 입력이 없어도 뇌가 감각 뉴런의 점화를 바꾸었음을 의미한다. 시뮬레이션은 위 사진의 경우처럼 시각적인 것일 수도 있고 또는 당신의 다른 감각을 포함할 수도 있다. 당신의 머릿속에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적이 있지 않은가? 이런 청각적 환각도 시뮬레이션이다.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72쪽,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생각연구소

‘사과’를 떠올려보자. 이 말을 듣는 순간 각자의 머릿속에는 각자가 경험한 사과가 떠오른다. 눈앞에 사과를 보는 시각적인 상황이 아닌데도, 사과는 머릿속에 떠오른다. 직접적인 시각감각이 입력되지 않았어도 말이다. 나의 경우 사과를 떠올리면, 시댁의 사과밭을 가득 채운 사과나무에 매달린 빨간 사과가 떠오른다. 크기가 정말 크고 색깔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빨간 사과다. 사과를 딸 때의 손의 느낌과 아주 작은 톡 소리도 들려온다. 사과밭의 가을바람도 느껴진다. 이 모든 생각들은 마치 한 장의 사진처럼, 아주 짧은 동영상처럼 내 안에서 펼쳐진다. 이 한 컷의 사진의 재료는 지나간 경험이다. 경험이 시냅스되어 연결패턴으로 저장한 이미지다.

사과를 떠올린 그 순간 내게 새롭게 입력된 감각은 없다. 사과를 실제 본 것도 아니고, 사과를 만진 것도 아니고 단지 사과라는 말을 들었거나 떠올렸을 뿐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1900년대 후반부터 심리학과 신경과학계는 ‘시뮬레이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당신의 뇌는 당신이 과거에 보았고 맛보았던 사과에 관한 지식들을 조합하여 당신의 감각과 운동 부위에 있는 뉴런들의 점화방식을 바꿈으로써 당신의 머릿속에서 ‘사과’라는 개념의 한 사례를 구성”(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73쪽,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생각연구소)했다. 내 현실에는 없는 사과를 내 머릿속에서는 꾸며냈다. ‘사과’라는 말 속에는 사과에 관한 나의 모든 경험들을 이미지들로 구성하여 개념화했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내가 가진 사과에 대한 개념은, 사과와 관련되어 겪은 경험으로 만들어지고 이미지로 저장되었다. 저장된 사과의 이미지는 사과라는 말을 듣는 순간 다시 불러일으켜 진다. “이런 시뮬레이션은 심장 박동만큼이나 빠르고 자동적으로 일어난다”(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73쪽,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생각연구소)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와 동영상들은 내가 직접 경험했거나, 책으로 읽었거나, 내가 본 영화나 드라마들 중의 하나이다. 가장 자주 접하는 것은 단연코 광고이다.

내가 어떤 대상이나 상황을 마주하면 나의 뇌는 여러 시냅스의 네크워킹을 빠른 시간동안 돌린다. 그리고 가장 비슷한 지난 과거의 여러 경험들을 소환한다. 이때 나의 뇌는 나의 과거경험을 바탕으로 나름의 가설을 세운다. 예를 들어 사과를 봤다. 그 사과는 나의 경험 속에서 가장 맛있던 시댁의 빨간 사과가 아니다. 나는 맛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운다. 눈앞의 사과를 직접 손으로 들어서 먹어본다. 미리 생각했던 사과보다 맛이 좋으면 나는 나의 경험을 수정한다. 시댁 사과가 아니어도 맛있는 사과를 만날 수 있다고…. 이때 머릿속에서 예측했던 것과 다른 경험이 체험될 때 감정이 생겨난다. 만족이나 기쁨 혹은 실망, 불쾌함같은 다양한 감정들이 생긴다.

나의 경험은 내가 만나는 모든 경우에 예측 가설을 세운다. 어떤 일이 실질적으로 펼쳐지기 전에 이미 나의 예측 가설, 시뮬레이션은 시작된다. 시뮬레이션이 돌아가지 않는 나의 순간은 없다. “시뮬레이션은 모든 정신 활동의 기본 모드다.”(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73쪽,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생각연구소) 그리고 이 시뮬레이션은 지나간 나의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 일어나는 기본적인 정신활동이다. 경험은 어떤 경험이든 나의 신체를 통해 감각되어 형성된 이미지들이 주요 내용이다. 신체를 통과해서 경험되어지고 저장된 이미지들은 매순간 시뮬레이션되고 있다. 어떤 대상을 보든, 특정 상황을 만나든, 날씨를 경험하든 어느 때나 일어난다. 시뮬레이션되고, 현실에서 벌어지는 대상과 맞춰보고 조금 다르면 시뮬레이션을 수정하여 저장한다.

시뮬레이션은 당신의 뇌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추측하는 과정이다. 당신은 깨어 있는 매순간, 눈, 귀, 코, 그 밖의 다른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잡다하고 애매모호한 정보에 둘러싸여 있다. 이때 당신의 뇌는 당신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가설을 세우고(시뮬레이션) 이것을 당신의 감각을 통해 전달되는 불협화음과 비교한다. 이런 방식으로 당신의 뇌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잡음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중요한 것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무시한다. (중략)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냄새 맡는 것은 대부분 세계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세계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다.

리사 펠드먼 배럿 지음, 73쪽,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생각연구소

내가 감각해서 인식한다고 생각하던 내 앞의 현실은 이미 경험한 이미지를 기준으로 예측한 현실이다. 나의 경험은 이미지로 저장되어 있고, 이 이미지들을 기준으로 내 앞에 벌어지는 대상들과 상황들을 미리 시뮬레이션한 후 나는 현실을 인식한다. 물론 이 시간이 매우 짧고 빠르기 때문에 나는 내가 예측하여 가설을 세운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이렇게 나의 예측 시뮬레이션과 현실을 대조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현실이라는 대상을 내가 경험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우리 뇌의 빠른 시냅스의 활동을 알아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경험과 이에 바탕한 시뮬레이션이 돌아가지 않으면, 나는 나를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지 못한다. 세계는 내게 의미 없는 잡음이 될 수도 있다. 대조군이 없기 때문에 인식할 수도 없다. 위의 경험맹을 알려주는 검은 얼룩을 보는 것과 같다.

이처럼 시뮬레이션은 느낄 수 없지만, 인간의 기본적인 활동 방식이다. 음식을 먹는 것, 잠을 자는 것과 같은 아주 기본적인 뇌활동이다. 이를 통해 사람은 대상과 상황을 인식한다. 위의 검은 얼룩을 ‘ABC’로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영어를 공부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영어를 모르는 사람은 위의 검은 얼룩을 ‘ABC’로 알지 못한다. 때문에 경험은 인식의 조건이 된다. 하지만 그 검은 얼룩을 ABC로만 읽는 한계가 되기도 한다. 아마도 영어를 모르는 아이들은 그 검은 얼룩을 가지고 무한히 많은 상상을 했었을 수도 있다. 영어라는 개념을 획득한 사람들만이 검은 얼룩을 ABC로 인식하게 된다. 시뮬레이션은 개념을 이미지로 떠올려서 눈앞의 현실과 대조해보는 과정이다. 이렇게 경험이 개념과 이미지로 구성되어, 시뮬레이션이 돌아가게 하고 이 시뮬레이션이 바로 나의 세계가 된다. 내가 한계지은 나의 이미지의 세계이다.

 

시뮬레이션의 잠깐 멈춤 버튼, ‘요가’

동의보감에서는 정신활동을 ‘신神’이라고 부른다. 앞에서 보았듯이 정신활동은 경험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니 신神의 내용은 자신의 경험이다. 경험은 매순간 시뮬레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수정되어 다시 저장되면서 변화한다. 때문에 신의 내용도 지속적으로 변한다. 하지만 자신이 겪었던 경험과 그 경험에 기초한 시뮬레이션이라는 한계 속에서 변한다. 자신의 경험으로 구성된 이미지라는 한계 속에서 신神은 형성된다. 동의보감에서는 정신활동을 관장하는 장기가 바로 심장이라고 말한다. 해서 심장의 기능으로 ‘심주신지心主神志’를 두었다.

심주신지는 심장이 정신활동을 주관한다는 뜻이다. 심장은 전신에 피를 보내고 다시 모여서 돌리는 기관이니, 신체가 감각하고 운동하기 위해서는 심장이 지속적으로 혈액을 공급해야 한다. 심장의 쉼 없는 펌프질은 혈액공급의 소리이다. 또한 뇌가 경험을 저장하고 시뮬레이션을 일으킬 때도 피가 있어야만 그 활동이 가능하다. 심장이 보내는 혈액 속에 들어있는 산소와 에너지가 바로 뇌의 정신활동을 가능케 한다. 이미지를 떠올리고 동영상이 돌아가려면 많은 혈액이 필요하다. 이런 정신활동을 위해서 뇌에는 우리 몸의 혈액의 대략 20%가 공급된다. 심장의 활동이 정신활동의 원동력인 셈이다.

혈액의 주요 성분 중 가장 많은 비율이 바로 물이다. 이 물은 바로 ‘정精’이다. 정은 우리 몸의 장기 중 신장(腎臟)이 주관한다. 신장이 물기운을 주관하여 심장으로 올리면 심장은 여기에 폐에서 받은 산소와 여러 장기로부터 받은 에너지들과 연락신호들(호르몬)을 탑재하여 전신을 돌면서 우리의 몸과 뇌를 자양한다. 심장과 신장은 서로를 기능하게 하는 매우 긴밀한 관계이다. 심장의 펌프질은 평생 규칙적으로 멈추지 않는데, 신장이 물기운을 대주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 혈액의 정이 부족해지면 우리 피는 열로 졸여진다. 조려진 피는 종종 질병을 만든다. 뜨거운 피가 뇌에 공급되어 시뮬레이션이 일어날 때는 정이 풍부한 혈액이 공급될 때와는 다른 시뮬레이션이 일어난다. 열로 뜨거워진 피는 시뮬레이션을 과도하게 만든다. 현실보다 과하게 두렵거나, 불안하게 미래 예측을 한다. 이런 상태가 오래되면 시뮬레이션에는 더 많은 오류가 생겨 현실과 많은 격차를 벌이게 된다. 현실을 인식하는 능력이 이상해진다. 정신작용의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정신활동은 신장의 물기운이 받쳐줘야 원활하게 기능한다. 동의보감에서는 심장에서 신명(神明)이 나온다고 이야기한다. 신(神)은 정신활동이고, 명(明)은 밝은 판단력을 뜻한다. 정신활동으로 만들어진 시뮬레이션이 밝은 판단력으로 내 앞의 현실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심장과 신장의 기운이 잘 조율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병을 치료하려면 먼저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데, 반드시 그 마음을 바로 잡으려고 하면 수양하는 방법에 의지해야 한다. 즉, 환자로 하여금 마음속에 있는 의심과 이런저런 생각, 일체의 망념과 불평, 나와 남을 분간하는 마음을 버리고, 평생의 과로를 참회하여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자기의 생각이 자연의 이치에 부합되도록 한다. 이렇게 오래하면 마침내 정신이 집중되면 자연히 마음이 편안해지고 성정이 화평해진다.

허준 지음, 209쪽, 『동의보감』, 법인문화사

병이 생긴 경우 동의보감에서는 먼저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마음은 정신활동으로 만들어진다. 마음을 채우고 있는 것은 경험이 만든 이미지들이다. 시뮬레이션의 주체를 뇌라고도 말할 수 있고, 마음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마음은 밝은 판단력으로 채워져야 의심과 이런저런 생각에 시달리지 않는다. 시뮬레이션은 마치 숨 쉬듯이 일어나고 그 시뮬레이션은 자기 경험이다. 지나간 경험이 현재와 다르게 만나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차이를 다시 경험하고 저장하는 것은 우리 정신활동의 기본적인 활동이다. 헌데 마음속에 지나간 경험을 가득 채우고 그것들이 지금 현실에서 일어나기만을 바라고 있다면, 또는 미래를 확고하게 시뮬레이션하고 그대로 일어나라고 고집하고 있다면 시뮬레이션과 현실의 격차는 너무 벌어진다. 그 격차는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다. 격차를 괴로워하면 신장의 정이 더 줄어든다. 혈액이 열로 더 뜨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정신활동이 만드는 시뮬레이션은 현실과 더 큰 격차를 벌인다. 악순환이 계속되면 우리 몸은 질병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동의보감에서 병을 치료할 때 마음을 수양하는 방법에 의지해야한다고 말한 이유이다. 마음을 채우는 정신활동을 밝은 판단력으로 해나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괴로워진다. 수양의 방법에는 우리가 스스로 우리 뇌와 신체의 활동방식을 알아가는 것이 있다. 시뮬레이션이 나를 현실과 격리시킬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시뮬레이션을 잠시 아주 잠깐이라도 멈추는 일이 필요하다. 헌데 시뮬레이션은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시뮬레이션은 의식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뇌활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의 수양은 시뮬레이션하는 정신을 몸으로 집중시킬 때 일어나기도 한다. 마음을 몸으로 집중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요가다. 요가의 동작은 자신의 몸이 만드는 자발적인 통증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몸이 만드는 통증과 느낌은 곧바로 집중을 부른다. 정신활동이 시뮬레이션을 하던 중, 몸이 만드는 느낌으로 집중된다. 이 순간이 바로 시뮬레이션에 잠시 멈춤 버튼이 들어온 순간이다. 시뮬레이션이 멈추고 몸을 요가의 동작으로 움직이는 동안 우리 몸 안의 장기들은 움직임과 호흡을 하면서 스트레칭을 하게 된다. 정신활동이 잠시 잦아들면 혈액과 에너지는 몸을 움직이는 쪽으로 좀 더 많이 집중된다.

요가의 자세는 내장근육을 움직이는 자세로 구성되어 있다. 평소 우리의 잘못된 자세로 여기저기 구겨져있던 장기들은 요가 동작을 통해 펴지고 늘어나면서 제자리를 찾아간다. 내장 근육이 움직여지고 나니, 해당 장기에 피가 원활하면서 풍부하게 흐르게 된다. 스트레칭은 혈액의 흐르는 길을 배분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래서 스트레칭을 한 후 우리는 시원하다고 느낀다.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는 느낌이 바로 그것이다. 시뮬레이션이 멈춰지고, 몸으로 많은 혈액이 공급되고 나면 몸은 물기운이 충만해진다. 심장과 신장의 원활한 협업으로 신명이 살아난다. 우리의 정신활동이 밝은 판단력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이렇게 되면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한 현실이 시뮬레이션과 달라도 다시 시뮬레이션을 수정하면 된다는 마음이 일어난다. 예측은 현실 속에서 수정될 여유분을 가진 활동일 뿐이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이렇게 시뮬레이션은 현실을 반영하여 수정되어 다시 저장된다. 이 과정이 잔잔한 평온함 속에서 일어난다. 과정이 편안하니 마음도 평온해진다. 마음의 수양을 통해 마음이 평온해짐을 경험한다. 평온한 마음 안에 들어선 신명이 만들어내는 일이다. 다음 시뮬레이션은 현실과의 차이를 편하게 받아들이면서 일어나게 된다. 마음의 수양으로 만들어진 신명이 시뮬레이션과 현실의 차이를 밝혀주기 때문이다.

 

(1)인식(認識) : 사물을 분별하고 판단하여 알게 되는 과정을 말한다. 이때 사물은 개별적인 실재적 대상만이 아니라 사건과 수학적 대상 그리고 논리적 대상과 같은 추상적 사태도 인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과거의 사태와 아직 실현되어 있지 않은 사태와 같은 이른바 시간 · 공간적으로 원격적인 사태, 나아가서는 상상 속의 사물까지 우리의 인식 활동의 대상이 될 수 있다.

(2)시냅스 : 하나의 뇌 신경세포와 또 다른 신경세포가 연결된 상태를 말한다. 근육세포의 연결도 시냅스라고 말한다. 신경세포들끼리의 연결부위를 축삭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축삭의 끝부분과 다른 세포의 접합부를 연접 또는 시냅스라고 한다. 시냅스에는 화학적 시냅스와 전기적 시냅스가 있으며, 시냅스를 통해 전기 또는 화학적 신호가 다른 세포로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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