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성준입니다 ㅎㅎ

저희는 예미역에 내려서 오랜만에 좀 걸었어요.

함백 산장까지 거리가 멀어서 한 정거장을 걸어서 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 일찍 내려 걸었답니다.

얼마 걷지는 않았지만

꽃을 가꾸시는 아주머니도 만나고

이름을 알 수 없는 꽃과

해를 바라보며 줄지어 서있는 해바라기도 만나고

누군가 다리에 예쁘게 꽃아 놓은 사과봉다리(?) 꽃도 만났답니다 ㅎㅎ

걷고 나서 점심을 먹으니 밥이 더 꿀맛이더라구요 ㅎㅎ

몸의 양식을 채웠으니 이제 마음의 양식을 채워야 겠죠?

오늘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 마지막 시간이었어요.

이번에도 역시나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았지만

카잔차키스가 크레타 섬에 있는 미노스 궁전에서 본 벽화의 한 장면을 이야기 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몇 시간 동안 거닐던 나는 한 그림을 보고 특히 놀랐다. 이 벽화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내 영혼이 현재 느끼고 있던 걱정과 희망이 그대로 담긴 그림의 의미를 나는 그날 처음 깨닫게 되었다. 수많은 물고기가 꼬리를 들고 장난치며 즐겁게 물속에서 돌아다니는데, 한가운데서 날치 한 마리가 갑자기 작은 지느러미를 펼치고는 공기를 마시려고 바다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노예적인 물고기에 비하면 날치의 본성은 너무나 컸고, 평생 물속에서 살기에는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그것은 갑자기 숙명을 뛰어넘고, 자유로운 공기를 숨 쉬고, 견딜 수 있는 한 짤막한 순간이나마 새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했으니, 짤막한 한순간은 곧 영원이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 『영혼의 자서전(하)』, 열린책들, 632쪽-

이 날치를 보고 정미누나느 장자의 곤과 붕이 생각나기도 하고, 깨달음은 잠깐 뿐이지만 그 깨달음을 위한 계속된 노력이 떠오르기도 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그것이 잠깐이고 한 순간이지만 그 깨달음을 통한 작은 변화는 영원이기에 한 순간은 영원이지 않을 까 생각했어요.

저는 이 날치를 보고 양명의 ‘성인-되기’가 떠오르더라구요. 제가 보기에는 양명은 누구보다 성인의 삶을 살았지만 자신은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성인이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다만 자신을 가리켜 ‘광자’라 칭하며 성인이 되기 위해 미친사람이라고 이야기 했답니다. 양명에게 성인은 날치가 한 순간 하늘을 날듯이 그 순간 그 사건에서 자신의 인욕에서 벗어나 양지를 실천하는 인간이기 때문이죠.

정미누나는 올해 초에 크래타에 가서 실제로 이 벽화를 보고 왔다고 하며 사진을 보여줬어요.

날치가 보이시나요? 저는 찾느라 한참을 고생했답니다 ㅎㅎ

좀 더 확대하니까 이제는 보이시죠?

바로 위에 보이는 저 물고기 한 마리 랍니다 ㅎㅎ

(사진 출처 : 네이버 리버룸님의 블로그)

날치 구경을 끝내고 나서 저는 방학 동안 푹 쉬었던 위스타트 수업을 갔어요.

오늘도 스무 명 가까운 친구들이 왔답니다 ㅎㅎ

첫 날이라 ‘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이라는 노래를 준비해 갔는데

아이들이 너무 조용하고 자장가 갔다며 호흥이 별로 없더라구요.

잠시 당황 했지만 홈런볼 과자를 걸고 가사를 하나 씩 지워가며 노래를 부르는 게임을 했더니

금세 또 따라 왔어요.

어찌나 열심히 하는지 준비해간 이야기도 다 못 들려주고 왔답니다 ㅎㅎ

저녁이 되자 두 개구쟁이들이 산장에 찾아 왔어요.

정미누나가 해준 프렌치 토스트와 명진이 지수가 가져다준 일본 과자로 풍성한 간식을 앞에 두고 수업을 하였답니다 .

장난을 치다가도 할 때는 하는

멋진 유겸이와 성민!

매주 저녁마다 산장을 찾아오던 또 다른 친구들인 명진이와 지수도 왔답니다.

드라이플라워 전시회 때문에 바빠서 지난 주에 빠졌던 명진이가

전시를 무사히 끝내고 돌아왔어요 ㅎㅎ

요즘에는 아이들과 방학 동안 읽었던 빨간머리 엔을 정리하고 있어요.

아이들과 읽기 전에는 그저 애들 책이려니 했었는데

읽어 보니 어른이 봐도 마음이 따듯해지고 배울게 많은 책이더라구요.

괜히 고전이 아니구나 하고 느꼈답니다 ㅎㅎ

아이들과 제가 모두 좋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하나 소개할께요.

앤은 배리 씨 팔에 안긴 채 그의 어깨에 힘없이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그 순간 마릴라는 뜻밖의 사실을 깨달았다. 갑작스런 두려움이 마릴라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고, 앤이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지가 사무치게 느껴졌다. 앤을 좋아하고 있다는, 아니 사랑하고 있다는 건 마릴라도 이미 인정하는 바였다. 하지만 비탈길이 정신없이 뛰어내려가 며, 마릴라는 앤이 이 세상 무엇보다도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 저, 『빨간머리 앤』, 글담,  326쪽-

이 부분을 보면서 항상 곁에 있어서 소중함을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아이들은 엄마와 이모부가 떠올랐다고 하더라구요.

아이들과의 수업이 끝난 후 함께 청소를 하고

오늘도 어김없이 주역 낭송으로 하루를 마무리 하였답니다^^

오는 길에 보니 벌써 벼가 많이 익어 가을을 알려주고 있더라구요.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수확의 시기인데 이번 주에 큰 태풍이 온다고 해서 걱정이네요.

다들 태풍 조심하시고 다음 주에 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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