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성준입니다 ^^

함백을 가는 기차 안

매번 창문 밖을 보다 보면

‘이렇게 계절이 가는 구나’가 느껴져요.

얼마 전만 해도 푸른 보리밭이 저희를 반겨줬었는데 어느새 수확이 다 끝나고

나무들은 울긋 불긋해져 있더라구요.

 

함백 산장에서는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주역의 괘들을 가지고 세미나를 시작했어요.

매번 강의를 듣거나 외우는 걸로 주역을 공부하다가

주역으로 수다를 떨어보니 이게 또 재미있더라구요.

 

윤진샘은 주역에 자주 나오는 ‘원형이정’이라는 단어가 익숙하셨다고 해요.

 

왜냐하면 어릴 때 학교에서 반이름이 원, 형, 이, 정 이었다고 하시더라구요 ㅎㅎ

원반은 미술반이고 형반은 음악반 이런 식으로 반이 구성되어 있었다고 해요.

 

이번 주 저희가 공부하는 괘는 ‘혁명을 나타는 혁(革)’괘와 ‘솥을 나타내는 정(鼎)’괘 였어요.

 

혁명이란 뭘까요?

정이천 선생님의 주역에서는 혁명이란 옛것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해요.

저는 여태까지 혁명하면 변화를 시킨다는 것에 주목했었지

무엇을 변화시킨다는 것 까지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옛것’이라는 이 단어가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옛것이라하면 사람들이 당연히 따르고 있던 것이 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정이천 선생님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옛것을 변화시키면  사람들이 성급하게 믿을 수가 없으므로, 하루가 지난 후에야 사람의 마음이 믿고 따른다.

변혁했는데 아무 이익이 없어도 후회할 만한데, 도리어 해로움이 있다면 어쩌겠는가? 옛사람은 그래서 개혁하고 고치는 것을 신중하게 했다.”

-정이천 저, 심의용 옮김,『주역』, 글항아리, 971쪽

사람들이 당연히 따르던 것을 변화시키니 그것이 더 좋은 것이어야 사람들이 믿고,

변화시켰는데도 이익이 없거나 후회하면 믿음을 잃게 된다고 합니다.

저는 이 구절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게 ‘4대강 사업’이었어요.

맨 처음에는 배를 가지고 경제를 살린다 하더니, 전혀 실현도 안되고

결국 전국의 개울가의 물들을 마르게 하기까지.

변혁했는데 도리어 해로움이 있는 가장 좋은 케이스가 아닐까 싶더라구요.

 

정미누나는 이 구절을 보고 보도블럭 사업이 생각났다고 해요.

매년 연말이면 멀쩡한 보도블럭을 바꾸는데 도무지 왜 바꾸는 지를 알 수 가 없죠.

바꾸기 전이나 바꾸고 나서 아무런 변화도 없는데 돈만 낭비하는 보도블럭 사업은 빨리 없어져야할 변혁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정괘를 가지고 이야기 할 때는

정미누나가 정괘의 괘사 효사를 이야기로 만들어서 외운 내용을 알려줬는데

그걸 듣고 저희는 빵 터졌답니다.

먼저 화풍 정의 괘사 효사를 보고 그 이야기를 같이 들어 볼까요?

화풍 정

정 원길형

초육, 정전지 이출비 득첩 이기자 무구

구이, 정유실 아구유질 불아능즉 길

구삼, 정이혁 기행 색 치고불식 방우 휴회 종길

 

자 그럼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원길이 형한테

정전지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첩을 얻어서 아들까지 나아서 허물이 없었데

정유실이라는 본처가 있었는데 그걸 보고 아구아구하다 병을 얻었지만(아구유질) 자기가 잘해서 결국 길하게 되었데(불아능즉 길)

그런데 이집 안에는 큰아들인 정이혁이 있었는데

행색이 안좋았데(기행색), 알고보니 치질이 걸렸지(치고불식) 뭐야.

그런데 방구(방우)가 나올 때 마다 휴 희 하면서 심호흡을 하면서 버텼는데 끝내는 좋아졌다지 뭐야(휴희 종길)

 

어떤가요? 누나의 상상력이 기발하지 않나요? ㅎㅎ

한바탕 주역으로 수다를 떤 후

저는 가온누리에 수업을 하러가고

누나는 막간을 이용해서 함백 산책을 다녀왔다고 해요.

가을 길이 참 아름답지요?

 

누나는 산책을 다녀와서

함백 산장 텃밭에서 캐낸 가지각색의 모양을 띈 당근을 가지고 짜장을 만들어 줬어요.

 

명진이네 가족들과 맛있게 저녁을 먹고 나니

꼬마 친구들이 하나 둘씩 오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고정 맴버가 되어버린 예나, 예주와

함백 낭송단을 꿋꿋히 지키고 있는 성민과 유겸이!

누나는 이 귀여운 꼬마들 덕에 함백 오는 길이 더 즐겁다고 하더라구요 ㅎㅎ

명진이는 오늘도 숙제로 내 준 책을 읽느라 쉴 틈이 없네요 ㅎㅎ

매번 만날 때마다 티격태격하며 현실남매의 전형을 보여주는 명진이와 지수!

이번 주는 안중근 의사의 재판을 다룬

『안중근 재판정 참관기』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안중근 의사의 말들을 직접 보니 느낌이 많이 새로웠어요.

 

재판장 : 이런 일(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일)을 저지른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3년 전부터 생각해 온 것을 실행에 옮긴 것에 지나지 않는가, 아니면 새로이 생각한 것인가?

 

안중근 : 3년 전부터 품고 있던 생각을 실행에 옮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이 행동은 내가 한국의 의병 참모중장 자격으로 하얼빈역에서 독립전쟁을 일으켜 이토를 죽인 것이기 때문에 결코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나를 전쟁포로로 취급을 해야 함에도 한낱 살인자로 여기며 피고인 취급을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심흥식 엮음, 『안중근 재판정 참관기』, 서해문집, 36쪽

자신의 저격이 나라를 살리기 위한 전쟁이지 테러나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안중근 의사의 말이 뭔가 절절하게 와닿았어요.

 

아이들과의 수업을 마무리하고 나서

저는 밤 산책을 다녀 왔어요.

구름 사이로 비추는 보름달의 달빛이 멋진 밤이더라구요.

산책이 끝나고 나서는 주역을 낭송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답니다.

 

그럼 다들 일교차가 큰 가을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다음 주에 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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