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헌 (감이당 금요대중지성)

風澤中孚

中孚 豚魚 吉 利涉大川 利貞.

初九 虞 吉 有他 不燕.

九二 鳴鶴在陰 其子和之 我有好爵 吾與爾靡之.

六三 得敵 或鼓或罷或泣或歌.

六四 月幾望 馬匹亡 无咎.

九五 有孚攣如 无咎.

上九 翰音 登于天 貞 凶.

어느덧 기해년의 마지막 달이다. 한 해의 마지막 달이 되면, 우리는 늘 그랬듯이 가족을 비롯하여 학교와 직장 등등에서 이런 저런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과 ‘건강을 축원’하거나, ‘복 많이 받고, 행복하세요!’라는 등의 메시지를 담은 인사를 주고받는다. 누구는 ‘문자’로, 누구는 ‘카톡’으로, 누구는 ‘그림과 음악이 있는 카드’로, 누구는 ‘약간의 선물’을 곁들인 인사가 오고간다. 언제부턴가 나는 이런 인사에 대부분 그냥 지나치거나, 상대가 나에게 별도의 돈을 지불했다고 생각되는 경우 미안해서 답장을 보내는 정도이다. 서로의 인연을 기억하면서 마음을 전하려는 연례행사는 해마다 이렇게 진행된다. 보내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서로 마음이 잘 전달되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주역’에서는 지금의 우리처럼 서로의 마음을 전하지 않는다. 이런저런 수단을 동원해도 마음이 잘 전달되지 않는 지금의 우리와는 달리, 주역에서는 멀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서로의 마음을 아름답게 잘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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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때가 되면 누군가가 그리워지고, 보고 싶어진다. 마치 어미 학이 새끼 학을 그리워하듯이! ‘주역’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문장중 하나로 꼽히는 풍택중부 괘, 구이 효로 한 해를 보내며 서로에게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배워보자. 우선 효사를 보면, 학이 그늘에서 울고 있으니 그 새끼가 화답한다. 내게 좋은 술이 있으니 그대와 함께 나누고 싶다.”(鳴鶴在陰 其子和之 我有好爵 吾與爾靡之.)고 한다. 그리고 이를 해설한 상전에서 그 새끼가 화답하는 것마음속 깊은 곳에서 원하기 때문이다.”(其子和之, 中心願也)고 설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학이 멀리 그늘지고 외딴 곳에서 울고 있으면 그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당연히 그 마음을 알기 어렵다. 하지만, 중부 괘, 구이 효에서는 멀리 그늘지고 외딴 곳에서 어미 학이 우는 소리를 새끼 학이 듣고 화답한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풍택중부는 ‘진실한 믿음’을 상징하는 괘이다. 중부 괘는 내괘와 외괘의 중심(이효와 오효)이 모두 꽉 차 있는 양효이지만 전체적인 괘의 모습에서는 가운데 두 효(삼효와 사효)가 음효로서 텅 비어 있는 상(象)이다. 전체 괘에서 삼효와 사효가 텅 비어 있는 것이 ‘믿음의 근본’을 상징하고, 내괘와 외괘의 가운데가 꽉 차 있는 것이 ‘믿음의 바탕’을 상징한다.(정이천, 『주역』, 1179-1180) ‘텅 비어 있음’은 ‘믿음의 근본’이고, ‘꽉 차 있음’은 ‘믿음의 바탕’이다. 우선 ‘믿음의 근본’은 ‘비어 있음’이기에 그 관계가 뭔가를 주고받아야만 하는 ‘교환관계’가 아니어야 한다. 서로가 마음을 주고받는 과정에 무엇이 끼어 있으면 그 마음을 온전히 전하기 어렵다. 아마도 ‘텅 비어 있음’이란 서로 간에 ‘사심 없는 마음’을 말할 것이다. 또한 ‘믿음의 바탕’은 각각의 괘 가운데가 ‘꽉 차 있음’이다. 이는 각자의 삶이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창조적인 힘을 발휘하는 ‘활기찬 삶’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한 해를 보내며,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온전하게 전하려면 내 일상에 활기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서로 간의 사심 없는 마음’과 ‘각자의 활기찬 삶’이 있어야 서로의 마음은 온전히 전달되어 감응할 수 있다.

공자님은 풍택중부 괘, 구이 효를 「계사전」에서 별도로 가져와 해설하고 있다. 군자가 집에 머물러 있더라도 그 말이 좋으면 천리 밖에서도 감응하니 하물며 가까이 있는 사람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집에 머물더라도 그 말이 좋지 않으면 천리 밖에서도 거스르니 하물며 가까이 있는 사람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군자의 말은 자신의 몸에서 나오지만 백성에게 퍼져나가고, 행동은 가까운 데서 하지만 먼 곳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말과 행동은 군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김용옥, 『주역 계사전 강의록』, 미출간, 79) 공자님은 좋은 말과 행동이 미치는 영향력은 거리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사심 없는 마음’과 ‘각자의 활기찬 일상’에서 우러나오는 말과 행동이라면 그 말과 행동은 먼 곳에까지 전해져 감응할 수 있다는 말이다. 반면 그 말과 행동이 꼭 무엇인가를 주고받아야 하는 것이거나, 활기 없는 일상에서 나온 말과 행동이라면 이는 모두에게 거슬리는 말이 된다.

이제 한 해를 보내며,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다면 영혼 없는 ‘건강 축원’과 ‘복 타령’을 그만두자. 대신 내가 지금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활기찬 삶’을 살고 있는가를 먼저 돌아보자. 또 이런 내 마음이 멀리 있는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를 걱정하지 말자. 오늘 내가 전하고 싶은 말과 행동이 ‘나의 활기찬 일상의 삶’에서 나온 것이라면, 멀리 있는 사람들도 가까이 있는 사람들도 그 마음을 감사히 받고 화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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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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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彬
Guest
moon彬

영혼없는 말을 전달하기보다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실천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네요~!

상헌
Guest
상헌

그렇죠! 나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은! 지금도 좋고 나중에도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