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보순(감이당, 화요대중지성)

태자 시절부터 호색으로 유명했던 성제, 황제에 올랐다하여 그 성품이 어디 갈 리 없다. 즉위 초, 잠잠했던 성제의 주색잡기 본능은 외척에 의해 번번이 뜻이 좌절되는 시기와 맞물려 마침내 본색을 드러냈다. 특히 홍가(鴻嘉)연간에 미행(微行-황제의 비공개 외출)에서 만난 노비 출신 기녀 조비연은 그런 성제의 욕망에 한껏 기름을 부었다. 성제의 손바닥 위에서 춤을 추었다는 장중무(掌中舞)의 주인공이 바로 이 조비연이다. 훗날 조비연은 ‘황후’에, 동생 조합덕은 제1후궁 ‘소의’에 오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조씨 자매가 어떻게 총애를 독점했는가가 아니라, 성제 치세의 어떤 힘들이 가장 미천한 출신인 그녀들을 가장 고귀한 신분으로 만들었는가에 있다. 왜냐하면 황후가 된다는 건, 모든 종친과 대소신료들의 동의가 필요한 일이기에, 한 여인의 매력과 야심만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수준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고가 『한서』에서 나란히 황후와 소의에 오른 조씨 자매에 주목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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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비연, 성제를 유혹하다!

성제는 실권 없는 군주였다. 성제 개인의 우유부단한 성품도 그러했거니와, 위로는 황태후와 외척들에 눌리고, 아래로는 대소신료들에게 치일 수밖에 없는 힘의 배치가 더더욱 성제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다. 관계는 고립되고, 외로움만 남은 군주의 마음은 대체 어디로 향해야할까? 역사에는 이러한 조건을 자기 수양의 기회로 삼아 학문에 정진하는 군주도 있었지만, 성제는 그렇게 하기보단 오히려 주색잡기에 마음을 냈다. 성제는 치국에 큰 뜻이 없었던 것이다.

똥에 파리가 꼬이듯, 군주가 이러한 마음을 내자, 이런 마음과 호응하려는 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부평후 장방은 바로 그런 자의 대표로, 선제 때의 충신 장안세가 그의 고조부다. 장방은 뼈대 있는 집안에서 성장해 활달하고 영민했으나, 교만하고 방자했다. 선대의 조상들이 갖고 있던 능력과 겸손은 찾아볼 수 없던 인물! 그럼에도 장방은 기울어가는 국운과 성제의 약해진 심리상태와 맞물려 성제의 총애를 한 몸에 받게 된다. 잘 노는 것도 능력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요즘으로 치면 클럽 단짝이 되어, 수년 동안 유람은 물론, 투계나 말달리기와 같은 모든 유희판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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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유희의 절정은 언제나 술과 여자였다. 성제가 조비연을 만나게 된 것도, 어느 날 장방과 함께 양아공주 집에서 술판을 벌일 때였다. 물론 비공개 외출이었다. 조비연은 출신은 비천했으나, 성제를 혹하게 할 만한 미모와 춤사위, 그리고 교태를 갖춘 여인이었다. 이에 성제는 조비연을 단번에 후궁으로 삼는다. 정치적 부침과 마음 둘 곳 없던 성제에게 모처럼 마음 둘 여인이 생긴 것이다. 인생의 즐거움이 되어버린 클럽 단짝 장방과, 기녀 조비연!

태양은 동시에 두 곳을 비추지 않는 법! 조비연의 등장으로 그 동안 성제의 총애를 받았던 허황후와 반첩여의 비극이 시작되었다. 조비연은 서열 1위인 허황후와 서열 2위인 반첩여와 잘 지내기보단, 황제의 총애를 등에 업고 그녀들을 내쫓기 위한 궁리를 한다. 황제가 한 여인을 지나치게 총애하면 황실에 피바람이 부는 건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건, 여느 후궁들 사이에 일어나는 그저 그런 암투가 아니라, 조비연을 황후로 만들기 위한 성제의 마음과 그 마음에 편승한 신하들의 움직임이다.

2. 허황후와 반첩여, 현숙한 부인들의 몰락

허황후는 원제의 외조부인 허광한(허평군의 부친)의 동생 은평후 허가(許嘉)의 딸로, 지혜롭고 총명해 태자비에서 황후가 되는 동안 성제의 총애를 받았다. 허나 성제의 총애는 오래가지 못했다. 성제 특유의 바람기 탓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둘 사이엔 후사가 없었다. 자식들이 모두 단명한 까닭이다. 허황후에겐 이것이 화근이 된다.

이 무렵엔 천재지변이 자주 발생해 황태후와 외척들의 걱정이 많았다. 왜냐하면 이 시대에 천재지변은 단순한 기후 이상이 아니라, 정치를 잘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하늘의 견책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에 대조공거 곡영은 이번 재이의 원인이 후궁들의 총애다툼에서 비롯된 것이라 상서하였다. 문제의 초점을 성제의 바람기가 아닌, 총애를 둘러싼 여인들의 암투에서 찾은 것이다. 곡영이 보기엔 무엇보다 허황후가 문제였다. 나라에서 태자 책봉은 매우 중대한 사안임에도, 허황후는 후사도 없이 군주의 총애를 독점하고 있지 않은가! 이에 곡영은 생모에게 귀천은 없다며, 후사를 위해서라면 미천한 자의 여인이라도 널리 구해야 한다고 간언한다. 허황후에게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나라를 위한 곡영의 말은 구구절절 옳았지만, 딱 하나! 진심이 없었다. 그의 상서가 군주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권신 왕봉에게 잘 보이기 위한 사심으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허나 허황후는 현명한 여인! 왕봉과 곡영의 검은 커넥션을 눈치 챘다. 자신이 왕봉에게 비협조적인 것에 대한 정치보복이란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허황후는 속절없이 당했다. 왜일까? 그건 허황후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구와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고, 오직 성제에게만 자신의 떳떳함을 항변했기 때문이었다. 허황후는 현명했지만 정치는 몰랐다.

그런데 이때, 기막힌 타이밍으로 조비연의 참소가 날아든다. 내용인즉, 허황후가 미도에 현혹되어 후궁을 저주했다는 것! 허황후에겐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게다가 운도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의 언니가 당시 임신한 후궁인 왕부인과 왕봉 등을 실제로 저주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허망하게도 허황후는 이 일에 연좌되어 폐위된다. 그저 왕봉에게 아부해 잘살려고 했던 곡영의 이기심이 의외의 어시스트가 되어 조비연의 모함을 성사시킨 이 황망한 인과! 삶이란 진정 우연한 마주침의 향연이었다. 그렇다면 반첩여는 어찌되었을까?

반첩여는 『한서』의 저자 반고의 고모할머니로 이름은 반염이다. 성제 즉위 초에 후궁에 뽑혀, 일찍이 성제의 총애를 받아 후궁 소사(少使)에서 시작해 대행(大幸)을 거쳐 후궁 서열 2위인 첩여(倢伃)에 오른 여인으로, 아들을 낳았으나 일찍 죽어 후사가 없었다. 후사가 없는데 군주의 총애를 받고 있었으니, 반첩여도 허황후처럼 미도에 현혹되었다는 모함을 피하기 어려웠다. 조사실에서 그녀가 말했다.

  “제가 듣기로, 죽고 사는 것이 명이며 부귀는 하늘에서 내려준다고 하였습니다. 정도를 지켜도 복을 못 받을 수 있는데 사악한 짓을 하면서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귀신이 알고 있다면 신하의 도리에 벗어난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며, 만약 귀신이 무지하다면 호소한다고 무슨 이득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그런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반고, 진기환 역주, 「효성반첩여전」, 『한서』9권,  521쪽)

그녀는 논어의 한 구절을 인용하여 성제 앞에서 화와 복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숨김없이 말했다. 죽고 사는 것이 명이며 부귀는 하늘에서 내려주는 바, 인간은 정도를 지킨다 해도 복을 받을 거란 확신이 없는데, 하물며 사악한 짓을 한다면 두말할 나위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반첩여는 성제에게 자신은 그런 저주술을 행한 일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성제는 자신이 너무 했다고 생각했는지, 황금 1백근을 내어주며 반첩여를 풀어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성제는 그 뒤로 반첩여를 찾지 않았다.

반첩여는 상황 파악이 빨랐다. 성제가 비록 풀어주었지만 교만과 질투의 화신인 조씨 자매가 자신을 가만둘 리 없다고 판단한 그녀는 성제에게 장신궁에서 태후를 모시겠다고 주청한다. 자신을 보존하고 가문을 지키는 길이 오직 스스로 물러나는 길 밖에 없다는 걸 알았던 것이다. 반첩여는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렇게 해서 조비연은 입궁 1년 만에 허황후와 반첩여를 몰아내고, 성제가 붕어하기 전까지 자신의 동생 조합덕과 무려 10년간 총애를 독점한다. 안으로는 현명한 여인들이 몰락하고 밖으로는 충신들이 내몰리는 이 암담한 상황! 성제는 부인들의 현명함과 충신들의 충심을 담을만한 그릇이 되지 못했다. 성제와 한나라는 그렇게 간신과 여자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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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조비연을 황후로 만든 순우장

허황후가 폐위되고, 반첩여도 장신궁으로 쫓겨났다. 자연스레 조비연의 욕망은 황후의 자리로 향했다. 조비연은 성제에게 자신을 황후로 만들어달라며 조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일은 군주의 힘만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우선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다.

  예전에 무왕과 주공은 천지의 뜻을 받들었기에 백어와 적오의 길조를 받았어도 군신이 두려워하며 행동과 표정을 서로 조심하였는데 하물며 말세에 후사도 얻지 못하고 여러 차례 하늘의 분노와 같은 재해를 당했다면 어떠하겠습니까? (중략) 자손을 두는 경사가 너무 늦은 것을 걱정해야 하는데 지금 욕정이 닿는 대로 비천한 여인에게 넘어가서 황후로 봉하려는 것은 하늘도 두렵지 않고 백성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으로 그 미혹이 이보다 더할 수 없을 것입니다. (중략) 길 가는 사람도 다 아는데 조정에서 말 한마디도 없는 것이 신에게는 마음이 아픕니다.

(「유보전」,『한서』 7권, 명문당, 126쪽)

“이게 나라냐!”라는 듯, 유보의 직언은 적나라했다. 한나라의 모든 백성이 알고 있는 일을, 오직 황제 자신만 모르고 있다며, 군주의 부덕함에 투창을 던진 유보! 유보의 상서는 황실의 종친들이 성제의 행실은 물론, 얼마나 조비연을 못마땅해 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유보의 상서에 성제는 불같이 분노했다. 그런 후 쥐도 새도 모르게 유보를 액정의 비밀 감옥에 가둬 버린다. 여인에 눈이 멀어 직언 하는 신하의 입을 막아버린 것이다. 군주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을 해버린 성제. 나라가 망해가는 이보다 확실한 징조가 또 있을까.

무엇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던 성제에겐, 늘 그렇듯 이번에도 사방이 반대였다. 안으로는 조비연의 독촉에 시달리고, 밖으로는 황태후와 종친들의 반대에 시달리고. 이 때 등장해 성제의 근심을 풀어준 이가 바로 시대의 간신 순우장이다. 원제의 부인 왕황후 언니의 아들로, 처첩을 많이 거느리고 음란하여 행실에 법도가 없는 인물이었지만, 순우장은 누구에게 납작 엎드리고 누구를 설득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일례로 대사마 왕봉이 죽기 전, 그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도 성제와 태후에게 순우장을 잘 보살펴주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지나치게 사소하고 사적이다. 순우장의 어떤 능력이 출중해서가 아니라 평소 왕봉 자신의 병수발을 지나치게 잘 들었기 때문이란다. 진정 간신들의 향연이었다.

순우장은 성제의 가려운 부분이 어딘지 알고 있었다. 그건 최종 결정권자인 황태후의 마음을 얻는 일이었다. 황태후는 처음부터 조비연의 출신이 비천하다는 이유로 반대했던 인물! 이에 순우장은 이것만이 내가 살길이라고 여긴 듯, 태후궁과 황제의 궁을 쉴 새 없이 오고가며 무려 1년간의 긴 호흡으로 황태후를 설득하는데 성공한다. 결국 재가를 얻어낸 것이다. 성제는 이에 감동하여 순우장을 정릉후에 봉하고, 거만금을 하사한다.

이렇게 조비연은 황후에 오른다. 아니 만들어졌다. 조비연의 미모와 야심, 기질적으로 여색을 좋아한 성제, 외척과 황제간의 커다란 힘의 불균형, 그 사이에서 황제를 끊임없이 즐겁게 해준 부평후 장방, 부부의 연을 맺었으나 성제의 마음을 바로세우지 못한 허황후, 현명했지만 모함을 피할 수 없었던 반첩여, 성제의 눈에 들기 위해 1년 동안 황태후를 설득한 순우장, 때마침 발생한 일식과 지진으로 인한 곡영의 상소, 모두가 외척에게 빌붙어 황제에게 직언 할 수 없던 조정의 분위기! 등 하나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욕망들이 조비연을 황후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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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조소의, 성제의 후사를 끊어내다

이루었기 때문이었을까? 성제는 막상 조비연이 황후에 오르자, 사랑이 식었다. 허나 조비연은 총애를 잃을까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성제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자신의 여동생 조소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어떻게 조소의는 바람기 가득한 성제의 마음을 한결같이 붙들 수 있었을까? 허황후와 반첩여는 황제가 찾지 않으면, 그리워만 할 뿐 애써 황제를 찾지 않았다. 그러나 조소의는 달랐다. 그녀는 황제가 다른 곳으로 눈 돌릴 틈을 주지 않고 쉴 새 없이 황제의 총애를 확인했다. 한마디로 성제를 잘 구워삶은 것이다.

  나중에 우객자와 왕편, 장겸은 조소의는 늘 황제에게 “늘 나에게 황후궁에서 온다고 속였는데, 황후궁에서 왔다면 허미인의 아이는 어디서 생겼습니까? 허씨가 응당 다시 황후가 되겠네요!” 라고 하는 말을 들었답니다. 조소의는 원망하며 손으로 자기 머리를 때리고 머리를 벽의 기둥에 부딪치거나 침상에서 바닥으로 뛰어내리며 울면서 식사도 하지 않으면서 “지금 나를 보낸다면 나는 집으로 가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황제께서는 “지금 특별히 너에게 알려주는데, 왜 네가 내게 화를 내나!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식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조소의는 “폐하는 처음부터 알고 계시면서 왜 식사를 안 하십니까? 폐하께서 늘 저에게 ‘약속하나니 너를 버리지 않겠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허미인이 아들을 낳으니, 결국 약속을 어긴 것이니 뭐라 하시겠습니까?” 황제께서는 “조씨를 황후로 삼았고 허씨를 데려오지 않았다. 천하에 조씨보다 위에 있는 사람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

(「효성조황후전」,『한서』 9권, 명문당,  536쪽)

조소의가 황제의 총애를 확인하는 방법은 늘 ‘땡깡’이었다. 그녀는 성제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 전까지 자기 손으로 자기 머리를 계속 때리는가 하면, 벽에 머리 찧기, 울면서 밥 안 먹기 등 지극히 유아적이고 자학적인 방식으로 성제를 길들였다. 그녀에겐 황실의 제1후궁이라는 자부심도, 자기 존재에 대한 존중감도 없었다. 오직 성제를 향한 질투와 집착만 있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소의가 황제 곁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건 성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한나라의 군주라는 사실을 잊고, 오로지 조소의에게 쩔쩔매며 그녀의 마음을 얻기에만 급급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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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화에서 문제가 된 건, 성제가 후궁 허미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에 있었다. 조소의가 보기에 허미인의 아들이 태자에 책봉되면, 허미인이 황후에 오르는 건 시간 문제였다. 그건 곧 자신의 총애도 끝이라는 의미였다. 왜냐하면 조비연과 조소의는 성제의 총애를 10년간 독점했지만 정작 후사가 없기 때문이었다. 조소의의 불안과 집착의 근원이 바로 여기다.

여기까지 읽다보면 우리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놀랍게도 성제가 낳은 아들들은 전부 죽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죽음이 예사롭지 않다. 허황후와 반첩여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은 병사하여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위 대화에서 보듯 허미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과, 이전에 궁녀 조효의 딸 조궁 사이에서 낳은 아들도 있었다. 즉위 초부터 후사가 없던 성제에게 이보다 더 경사로운 일이 또 있었을까. 허나 이 일은 경사는커녕, 두 후궁들의 출산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고, 성제의 두 아들들은 세상에 나올 수조차 없었다.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짐작했겠지만, 이 죽음엔 ‘내 자식이 아니면 안 된다.’는 조씨 자매의 탐욕이 깊숙이 개입되어 있었다. 그러나 사실 이 죽음에는 더 큰 배후가 있었으니 친자식의 죽음을 용인한 막장 아비 성제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일신의 안위를 위해 공론화 하지 않은 신하들이었다. 여인에 눈이 멀어 자기 자식마저 죽음에 이르게 한 아비와 목숨이 아까워 그 어떠한 문제도 제기하지 않은 직무유기 신하들. 한나라의 겨울은 진정 군주가 군주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고, 황후가 황후답지 못한 그야말로 모든 정명(正名)이 얼어붙는 시대였다.

반고가 말한 바, 덕을 쌓지 않고 얻은 부는 쉬이 사라진다. 성제의 황망한 붕어로, 조씨 자매의 호사도 끝이 난다. 전날까지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던 성제가 새벽에 일어나 바지를 입으려다가 옷을 입지 못하고, 갑자기 쓰러져 붕어한 것이다. 무엇하나 이룬 것 없이 평생 우유부단하게 주색잡기만하다 마친 황제의 죽음이었지만, 백성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서라도 황제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해명은 필요했다. 황태후는 대사마와 승상 어사대부에게 조서를 내려 황제의 죽음에 대해 규명하라 명한다. 그러나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조소의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얼마 뒤, 언니 조비연 역시 조소의와 연좌되어 자살한다. 한 시대를 뒤흔들며 한나라를 기울게 한 이들의 죽음치고는 참으로 허망하기 그지없다. 한나라의 겨울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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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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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

조소의가 어떻게 황제를 홀렸나 궁금해하며 보고있었는데 딱 “땡깡”이라는 표현을 보자마자ㅋㅋㅋ 빵 터졌어요! 정말 10대 연인들의 투닥거림 같더라고요~ 충언하는 신하는 없고 군주 또한 정신을 못차리니… 한나라가 겨울을 맞이할 시기인 것 같네요ㅜㅜ 다음 글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