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헌 (감이당 금요대중지성)

䷉  天澤履

履虎尾 不咥人 亨.

初九 素履 往 无咎.

九二 履道坦坦 幽人 貞 吉.

六三 眇能視 跛能履 履虎尾 咥人 凶 武人爲于大君.

九四 履虎尾 愬愬 終吉.

九五 夬履 貞 厲.

上九 視履 考祥 其旋 元吉.

또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한 해가 온다. 이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각오를 한다. 나 또한 해마다 ‘새해에는 뭔가 다르게 살아보고 싶다’는 소망을 담은 각오를 했었다. 평범하게는 ‘건강을 위해 꾸준한 운동을’, ‘공부를 좀 더 잘하기 위해 계획적인 하루하루를’, ‘경제적 안정을 위해 좋은 일자리와 좀 더 성실한 하루하루를’, ‘함께 일하고 공부하는 사람들과는 좀 더 나은 멤버십을’, ‘가족 혹은 주변 사람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등등. 인생의 단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 정리해보면 이런 내용들이었다. 조금 특별한 경우, 예를 들어 감이당에서 공부하는 우리 학인들은 새해가 되면 새로운 공부 계획을 세우고, 한 해가 마무리될 즈음해서는 자신의 공부에 큰 성과가 있기를 결심한다. 이런 각오가 그리 나쁠 것은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해에 설정한 삶의 목표나 기준을 잘 들여다보면 그 기준은 외부에 맞춰져 있고, 그 수준은 특정 분야에서 꽤 성취를 이룬 분들의 것이다. 하지만 그 각오는 대부분 ‘작심삼일!’로 끝나고, 남들도 다 ‘이렇게 살아가는 거지’라며 때론 자족하고, 때론 체념하면서 살아간다. 많은 경우 건강도, 공부도, 일도, 가족도, 성공하는 경우보다는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혹 성공했더라도 내 안에 이를 지속할 힘이 없어 갑자기 큰 낭패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를 잘 아는 우리들은 늘 조심조심하면서 그저 문제만 생기지 않길 바라며 살아간다. 근데 평생을 이렇게 살기는 좀 억울하지 않은가? 우리는 죽을 때까지 이런 패턴에서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일까? 아니다. 새해의 각오가 작심삼일이 되지 않고, 그것이 오랜 동안 내 삶을 활기차게 이끌어줄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주역’에 그 길을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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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축적으로 인한 익숙함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 새로운 것을 행하는’

천택리 괘는 풍천소축 괘 다음의 괘로서 ‘작은 축적으로 인한 익숙함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 새로운 것을 행하는’ 괘이다. 천택리 괘의 전체적인 상황은 강건한 하늘이 위에 있고, 유하고 기뻐하는 못이 아래에 있으니 위아래가 각각 그 마땅한 이치를 얻은 경우이다. 그러니 천택리 괘, 괘사에서 호랑이 꼬리를 밟더라도 사람을 물지 않으니, 형통하다.”(履虎尾 不咥人 亨)고 했다. 우리가 천택리 괘가 가르치는 방식대로 살아간다면, 위험하고 변화무쌍한 세상살이에서도 나를 해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정이천, 『주역』, 258)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언제나 호랑이 꼬리를 밟을 수 있는 위험이 산재해 있다. 세상에 위험이 많다는 것을 잘 알기에 우리는 자신있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늘 조심조심 안정된 길을 찾으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는 새로운 것을 행하여 내 삶의 새로운 길을 열어갈 수는 없다. 대부분 작은 축적에 안주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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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素履)란 ‘자기 본성에 어긋나지 않게’, ‘자기 결대로’, 혹은 ‘소박하고 정성스럽게’ 삶에 임하는 태도를 말한다.

하지만 천택리 괘는 이와는 달리 우리에게 각자 삶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천택리 괘, 초구 효에서 본래대로 행하여 나아가면 허물이 없다.”(素履 往 无咎)고 말한다. 소(素)는 ‘본디’, ‘바탕’, ‘질박’, ‘꾸밈없음’ 등의 뜻이고, 리(履)는 ‘실천한다’, ‘행한다’, ‘밟는다’는 뜻이다. 「계사전」에서도 “리(履)는 인간이 밟고 가야할 아주 기초적인 세계를 말하기에 이를 덕의 기본”(도올 계사전 강의, 247)이라고 했다. ‘주역’에서 소리(素履)란 ‘자기 본성에 어긋나지 않게’, ‘자기 결대로’, 혹은 ‘소박하고 정성스럽게’ 삶에 임하는 태도를 말한다. 천택리 괘, 초구 효를 해석한 상전에는 본래대로 밟아 나아가는 것은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행하는 것이다.”(素履之往 獨行願也)고 말하고 있다. 소리(素履)를 실천한다는 것은 자신이 원하던 바를 다른 누군가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의 기준과 힘으로 행하는 것이다. 하여, 우리도 이제 삶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할 때, 다른 기준은 버리고 나에게로 시선을 돌려보자. 생각해보면, 내 삶의 길을 새롭게 열어보겠다는 각오를 하면서, 처음부터 남의 눈동자에 비치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이제 이런 것들은 뒤로하고, “내 본성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먼저 가져보자. 우리가 먼저 이렇게 질문한다면, 주역은 이렇게 답할 것이다. “지금의 네가 투박하면 투박한 대로, 미약하면 미약한 그대로, 꾸밈없이 나아가 보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살아간다면 우리 삶은 형통할 것이고, 삶의 허물은 하나하나 줄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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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영
석영
10 months ago

외부의 시선에 맞추어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게 맞는, 내 본성에 맞는 길을 찾기를 한 해 목표로 설정하는 것! 어쩌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ㅎㅎ 그리고 이제껏 세운 목표들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맞춰져 있다는 생각도 못하고 다 ‘나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왔네요..
한 해의 마무리와 새해 맞이를 앞두고 많은 힘이 됐어요!
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상헌
상헌
10 months ago
Reply to  석영

ㅎㅎ 전 50이 넘어서 겨우 깨달았습니다. 그것도 주역이라는 강력한 텍스트를 만나서요~
이제 알았으니 천천히 석영의 길을 열어가시는 과정을 응원합니다~^
저도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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