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성준입니다.

정미 누나 몸이 회복 중이라

이번 주에는 혼자 함백에 다녀왔어요.

가는 길에 윤진샘께서도 겨울 한 달 휴식을 취하신다고 하여

세미나도 혼자 하게 되었어요.

세미나 시간에 혼자 무얼 할까 고민하다 생각난 건

주역쓰기!

이번 주부터는 주역을 하면서 처음 만났던 중천 건과 중지 곤 괘를 다시 만났어요.

그때는 멋모르고 막 외우기 바빴는데 다시 보니 반갑더라구요.

그런데 다시 봐도 건과 곤은 어렵네요 ^^;

송사나 절제에 관한 일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늘과 땅의 도리에 관한 내용들이라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거기다 문언전까지 포함되어서 분량까지 다른 괘에 비해 많고

똑같아 보이는 내용이 반복되서 읽기가 힘들더라구요.

그러는 와중에 이번에 저에게 다가왔던 부분은

중천 건괘의 상전과 삼효 였어요.

象曰,天行, 健, 君子以, 自彊不息

상전에서 말했다. 하늘의 운행이 굳세니, 군자는 이것을 보고 스스로 힘쓰기에 그침이 없다.

九三, 君子終日乾乾, 夕惕若, 厲,无咎.

구삼효는 군자가 종일토록 그침이 없이 힘쓰고, 저녁에는 두려운 듯이 하면, 위태롭더라도 허물은 없다.

군자는 스스로 힘쓰기를 그치지 않고, 종일토록 그침이 없이 힘쓴다.

쉬지 않고 종일토록 힘만 쓰는 군자라는 존재가 어떠신가요?

저는 예전에 이 부분을 보고 ‘저건 너무 힘들게 사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이 힘들게 일을 했으면 쉬기도 하고 놀기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ㅎㅎ

그런데 요즘 들어 쉰다는 게 뭘까 하는 질문이 들더라구요.

예전에는 힘을 썼으면 그만큼 보상으로 만화를 본다던가, 영상을 본다던가, 게으름을 피운다던가 해야만 했어요.

그런데 그런 걸 하고 나면 더 개운해져서 힘이 나는 게 아니라 더 힘이 빠지더라구요.

만화를 보다 보면 한 편만 더 보고 싶고, 누워있다 보면 계속 누워있고 싶고 했거든요.

쉰다는 건 힘을 빼는 게 아니라 힘을 보충해줘야 하는 건데

그렇다면 어떻게 쉬어야 할까요?

저는 요즘 아이를 보고 공부하면서 쉰다는 건 활동하는 것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옛날에는 공부한다는 건 뭔가 힘든 일이었고 했으면 보상이 필요한 것이었는데

요즘은 애를 보면서 짜투리 시간에 공부를 하다 보니 공부 자체가 보상이고 휴식이 되더라구요.

또 반대로 아이를 보는 그 자체가 힘들기도 하지만

아이가 ‘아빠~’하고 불러주는 한마디가, 꺄르르 웃는 소리에, 재롱 한 번이 엄청 힘이 나게도 해주거든요.

그래서 힘쓰기를 그치지 않을 수 있는 건,

군자가 힘을 쓰는 그 일에는 어떤 보상도 필요 없는

그 자체로 충만한 일이기에 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혼자만의 주역 세미나를 하는 동안

찌뿌등한 몸을 풀어주러 산책하러 나갔어요.

초등학교에 가보니

하얀 눈이 덮힌 멋진 산과 함께

벌거숭이가 된 산이 같이 보이더라구요.

저 산의 나무들은 이모가 고등학교 때 벌거숭이였던 산에

나무를 심어서 저만큼 컸다고 하는데 다시 또 벌거숭이가 되어버려서

안타깝더라구요.

그리고 저의 눈을 끄는 하나의 나무가 있었어요.

다른 나무들은 다 앙상한데

이 백목련 나무가 꽃봉오리처럼 뭔가를 달고 있더라구요.

이걸 보면서 자연은 정말 쉼이 없구나 하구

자강불식이 떠오르더라구요 ㅎㅎ

저녁이 되어 명진이와 지수가 도착~

오늘도 책을 읽느라 바쁘네요

(하지만 자세히 보시면 바쁜 와중에도 핸드폰을 놓지 않는답니다 ㅎㅎ)

아이들과 함께

진미식당에서 포장해온 6인분 같은 2인분짜리 김치찌개로 저녁을 먹었어요.

양이 정말 어마어마 하더라구요 ㅎㅎ

 

저녁이 되자 함백 낭송단 친구들도 왔어요.

성민이는 할머니 댁에 가서 당분간 못 온다고 하네요.

오늘은 낭송하기, 과자 먹기를 종이에 적어서 제비뽑기 하며 공부했어요.

 

과연 결과는?

 

예나가 과자 먹기에 당첨!

참 작은 거 하나에 정말 좋아하죠? ㅎㅎ

아이들과 시끌벅적한 낭송이 끝나니

명진이 지수와 함께 하는 세미나 시간이 찾아왔네요.

오늘도 저번 주에 이어

빨간머리 앤이 성장하여 에이번리에서 선생님이 되어 겪는 일들을 이야기한

『에이번리의 앤』을 읽었어요.

 

『빨간머리 앤』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그냥 소녀의 성장 이야기라 별거 없을 줄 알았는데 책을 보다 보면 정말 느끼게 되는 게 많았어요.

“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을 하고 싶어. 물론 학문적 업적을 남기는 일은 고귀한 꿈이라고 생각하지만, 난 사람들에게 더 많은 걸 알려 주기보다는 나로 인해서 사람들이 더 즐거워졌으면 좋겠어. 만약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자그만 즐거움이나 행복한 생각들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
앤이 꿈꾸듯 말했다.
“난 네가 그 꿈을 매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해.”
길버트가 감탄하며 말했다.
길버트의 말이 맞았다. 앤은 태어난 순간부터 빛을 가진 아이였다. 앤의 미소나 말 한마디는 사람들에게 최소한 그때만이라도 햇살처럼 환한 빛을 주었다. 희망과 사랑, 선함으로 가득했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 『에이번리의 앤』, 인디고, 96쪽

이 부분을 보고 아들 겸제가 생각났어요.

겸제를 데리고 다니다 보면 그냥 길에서 아이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가시는 분도 있고

기차에서 이쁘다고 용돈을 주시거나 먹을 것도 주시는 분도 있고,

뭐 한 것도 없는데 다들 웃으며 기분 좋아하시는 걸 보고 신기했어요.

그걸 보고 느낀 게 아기들이란 저렇게 존재 자체만으로 사람을 미소 짓게 하고 행복하게 해주는구나.

나도 그랬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런 존재였구나.

모두가 그런 존재였는데 그걸 너무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우리가 그런 존재였다는 것만으로도 저 자신과 사람들이 새롭게 보이더라구요.

명진이 지수와 세미나를 끝나고

밤 산책을 같이했어요.

아이들도 방학해서

명진이는 학교에서 미국을 가고

지수는 친척 집에 가게 되어

방학 동안 잠시 수업을 쉬기로 했답니다.

“다들 잘 다녀와~”

 

방학 동안 함백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

당분간은 조용한 함백이 될 것 같네요.

 

그럼 다음 주에도 차분한 함백의 소식을 전하로 또 오겠습니다.

다음 주에 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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