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연(남산강학원 청년스페셜)

2020년, 나에게 또 다른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청공자 용맹정진 밴드’(이하 청용)의 매니저를 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패기 충만, 풋풋한 뉴 페이스 청년들과 함께 공부해볼 수 있는 기회! 매니저가 되어 ‘연결자’가 되어 볼 수 있는 기회! 나는 이 기회를 덥석, 잡았다!

어제 2박3일간의 청용오리엔테이션이 끝났다. 연구실에서는 보통 ‘사주’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통해 나를, 또 사람을 알아간다. 다르게 나를 읽어보자는 취지다. 사주는 음양오행을 기반으로, 내가 태어났을 때의 시공간을 읽어보는 것이다. 하여 이번 오리엔테이션에도 역시 빠지지 않았다.

사주에는 ‘좋고 나쁜 것이 없다’고 배운다. 사람을 이해하는 도구로 쓰는 거라고. 타고난 기질은 다 다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헌데 나는 쉽사리 이것을 놓친다. 이번에도 그랬다. 나와 다른 불편한 기질을 ‘저래서 저런 거였어’라는 식의 단정, ‘왜 저럴까?’라는 식의 의심으로 분별심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빛깔이 있는 것치고 빛이 있지 않은 것이 없다했는데, 나는 친구들 각각의 빛깔들 속에서 빛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빛깔이 다른 것을 “넌 왜 그 색이니?!”라고 뭐라 하는 격이었다.

그런데 연암의 글을 읽다가 눈이 번쩍 뜨인 대목이 있었다.

  쇠와 돌이 서로 부딪치거나 기름과 물이 서로 끓을 때는 모두 불을 일으킬 수 있고, 벼락이 치면 불타고 황충蝗蟲을 묻어 두면 불꽃이 일어나니, 불이 오로지 나무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하지 않은가. 그러므로 상생한다는 것은 서로 자식이 되고 어미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힘입어 산다는 것이다.

(박지원 지음, 「홍범우익서」,『연암집(상)』, 돌베개, 41쪽)

사실 이 부분은 우리가 지금 배우는 사주의 기본, 오행상생五行相生설에 반론을 제기하는 부분이다. 나무는 불을 낳고(木生火), 불은 흙을 낳고(火生土) 등등. 이 학설에 이르러서 점을 치고, 복을 기리는 식의 일들이 극에 달했다고 한다. 지금처럼 말이다. 그래서 연암은 ‘상생’을 다르게 해석한다. 꼭! 나무만이 불을 낳는 것은 아니라고. 상생은 서로 힘입어 산다는 것이라고 말이다.

맞다. 우리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그 힘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나무, 불, 땅, 쇠, 물 중 어느 하나의 물상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각자의 물상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힘들이 있다. 나무는 땅에서 자라기도 하고, 물을 주기도 해야 하고, 불태운 거름이 필요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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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은 이 오행을 이용(利用; 백성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것)·후생(厚生; 백성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정덕(正德; 백성의 덕을 바로잡는 것)의 차원에서 해석해낸다. 사주를 통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더 잘 살아갈 것인가”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과도 맞닿는 부분이다.

각각의 오행(타고난 일간)을 어떻게 쓰며 살아갈 것인가. 나를 풍요롭게 하고, 친구에게도 이로운 오행 사용법!

하우씨(하나라 우임금)는 오행을 잘 활용했다고 한다. 곡직으로 나무의 쓰임을 터득하고, 마음대로 변형할 수 있는 쇠의 성질을 터득했고, 물의 쓰임을 터득해서 백성과 만물이 서로 도움이 되는 일을 했다. ‘타고난 기운을 잘~쓴다’는 것은 그 성질을 터득해서 요리조리 잘 조율해서 써먹는 것이다.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이로운 방식으로 말이다.

나의 경우로 돌아와 보자. 사주를 잘못 사용해서 친구를 함부로 단정 짓거나, 호불호로 나누어 분별심을 만들어 낸다. 이 마음은 우선 나에게 안 좋은 방식이다. 그리고 그 친구가 타고난 기운을 잘 못쓰고 있다면, 잘 쓸 수 있도록 길을 낼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재단하거나 분별하는 마음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도탑게 할 수 있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 “왜 저럴까?”가 아니라 그걸 잘 쓰려면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함께 고민하는 것. 친구가 타고난 오행을 잘 쓰는 것이 그 친구에게도 좋고, 나에게도 좋은 것이다. 우리는 서로 힘입어 살아가는 존재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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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
Guest
소민

안그래도 용맹정진 오티에서 시간제한 누드글쓰기가 있는 걸 보고 신박하다!라고 생각했는데ㅎㅎㅎ 연암의 “힘 입어산다”라는 말이 정말 와 닿는듯 해~ 서로 상생한다는 것은 자식이 되는 것도 아니고 어미가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 그저 서로 힘입어 사는 것이라니~ 겸제 엄마로서, 또 한명의 딸로서 왠지 자유로워지는 듯!

다영
Guest
다영

우와ㅋㅋ 이 글에 힘입어 청용들 다들 서로 힙입어 살아갈 거 같아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