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대중지성 정리

질문자1: 스님 저는 잘난 사람을 보면 위축감이 들고 또 저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만나면 제가 또 우쭐하기도 하는 그런 마음이 들어요. 여기에 휘둘리게 되는데 어떻게 하면 제가 중심을 잡고 살 수 있을지…

정화스님: 다른 사람한테 잘난 사람으로 비춰지기를 원하면 다 잘난 사람으로 못 살아요. 내가 잘났다고 하는 평가를 다른 사람이 나를 봤을 때 내가 잘난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전제가 있는 한 아무도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살 수 없어요. 그 사람들은 그냥 거기 잘난 것을 보려고 하는 게 아니고 아까 말한 본인 기억에 좋은 것을 끄집어 와 평가하는 거예요. 나의 실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냥 본인 생각이에요.

무엇을 토대로 나를 보고 있는가를 빨리 정립시키지 않으면 헛된 망상을 전제로 자기 인생을 보면서 자기가 그래요. 그런 것을 딱 끊어내면 그 사람이 배고파서 하는 말인가 보다 이렇게 생각해야 해요. 사실이 아니고 그냥 배고프면 안 좋은 말이 나가고 배부르면 기분 좋은 말이 나가요. 심지어 이런 경우도 있다고 해요. 찬 커피가 있고 따뜻한 커피가 있어요. 딱 마시고 5분 뒤에 나가면 금방 바뀌는 행동이 엄청 많아요. 뱃속이 차지면 찬 기운하고 어울려 찬 소리를 해요. 뱃속이 따뜻해지면 따뜻한 기운이 어울려져 따뜻한 소리를 한다고요. 같은 사람이. 어떻게 거기다 맞출 수가 있겠어요.

더군다나 우리의 생각은 내 생각이기만 한 것이 아니고 뱃속의 미생물들하고 얼마만큼 공동체가 잘 이루어지느냐로 자기 생각이 결정이 나요. 내가 아침밥을 미생물들이 좋아하는 풍부한 음식을 먹었느냐, 즉 채소를 많이 먹었느냐 안 먹었느냐에 따라 생각이 불편해지기도 하고 좋기도 해요. 지금 나를 나라고 존재적으로 판단하는 상황 자체가 아예 성립이 안 돼요. 어떤 나를 나라고 좋아할 거예요. ‘아침에 밥만 먹고 나왔더니 기분이 좀 그렇구나. 미생물이 기분 나쁘구나’ 이 정도 보는 훈련을 빨리빨리 하지 않으면 내 인생을 사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우리는 상대 것은 몰라요. 자기 심신의 상태에 따라 평가를 하는 거지요. 아무한테도 그것을 맞출 수가 없어요. 나한테도 나를 맞출 수가 없어요. ‘찬 것을 먹었느냐? 따뜻한 것을 먹었느냐?’, ‘미생물이 좋아하느냐? 안 좋아하느냐?’ 나도 나를 맞출 수가 없어요. 나도 내 생각을 맞출 수가 없는데, 다른 사람의 생각은 더 말할 게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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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떤 내가 되어야 모두에게 존중받는 내가 될 것인가? 하는 자체가 성립이 안 됩니다. 그냥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 상태를 기르는 것만이 답이에요. 그래야 내가 좀 배고프다면 ‘아 내가 배가 고파서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라고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이고, 저 사람이 기분 나빠하면 ‘아 저 사람이 지금 뱃속이 안 좋아서 저렇게 하고 있구나’하고 볼 수 있는 힘이 생겨요. 그래서 존재로서의 자기를 규정할 수 있는 자아 자체가 근본적으로 성립이 안 돼요. 더군다나 심리상태는 더더욱 복잡해요. 그 심리상태 하나하나를 존중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만이 유일하게 자기가 존중받는 태도라는 거죠.

질문자2: 저 같은 경우는 아주 늦은 나이인 50대 후반에 드디어 시절 인연이 닿아서 머리를 깎고 수행만 하고 살게 되는 그런 인연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금 감이당을 (오늘 두 번째 오는데) 올라오면서 길을 몰라서 두리번거리니까 바로 앞에 회색 옷을 입으신 아주 앳된 비구니 스님 한 분이 옆에 계시는 거예요. 제가 스님한테 감이당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냐고 여쭤봤어요. 그 스님이 “그럼 저를 따라오세요.” 하더니 끝까지 올라오셔서 여기 문 앞까지 데려다주시고 다시 내려가시더라고요. 제가 그 스님을 보면서 참 부러운 게, 저는 아주 늦게 50대 후반에 정말 간신히 수행의 길로 들어왔는데 그 스님께서는 지금 아마 20대 후반인지 30대인지 그렇게 보이시더라고요. 너무나 부럽고 너무나 좋아 보이는 그런 것을 제가 느꼈어요. 나는 저 나이 때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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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스님: 예, 그건 이제 자기 인생을 괴로워하려고 하는 것이죠. ‘저 나이 돼서도 출가하는 게 얼마냐’라고 자기를 볼 것인가, ‘내가 20대 출가 못 한 것이 얼마나 힘든가’라고 자기를 볼 것인가가 본인의 지금을 평가해요. 50대 돼서 신도들이 후원하면서 수행하게 된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인연입니까. 50대 돼서 하고 싶어도 자식 걸리고 누구 걸리고 해서 못하는 사람 많아요. 근데 어떻든지 간에 어렵든지 안 어렵든지 간에 됐어요. ‘나는 50대에 이런 훌륭한 일을 해낸 사람이네’하고 자기를 안 보고, 그 사람보고 ‘나도 20대 출가했으면 얼마나 좋겠어?’ 하면서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을 생각하고 지금의 자기를 그렇게 보는 것이죠. 그것은 그냥 괴로움을 만드는 일이에요. 그건 절대 부러운 일이 아니고 그것을 부러워하는 순간 내가 갖지 못하는 것을 원하면서 자신을 괴롭게 만드는 일이에요. 앞으로 절대 그런 생각 하시면 안 되고, 다 ‘내가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잘 살았어’라는 생각을 해야하는 것이지요. ‘야, 저 때 저랬으면 좋겠다’ 그건 원인데 원하는 것이 한 가지라도 있으면 한 가지 번뇌를 바로 만들어요. 원하는 것이 두 개면 두 가지 번뇌를 만들어요. 자기 자신한테 원하는 것도 많은 거예요. 원하는 것은 절대로 자기한테 지금 갖춰지지 않는 상태입니다. 원하는 것이 갖추어져 있으면 아무도 원하지 않죠. 그러니까 원하는 것이 없어요. 굉장히 뜻이 훌륭하지만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많은 경우 번뇌가 작용하기 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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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혜의 세 가지 특징 중의 하나가 원함이 드디어 사라지는 거예요. 원하지 않아, 즉 내가 사는 이 인생을 모든 원이 이루어진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지혜예요. 그래서 <보왕삼매론>이라고 삼매는 가장 마음이 평정하고 청정하고 아무런 번뇌가 없는 상태예요. 보배의 왕 중에 왕, 그 첫 번째가 뭡니까?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예요.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 근래에 나온 암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암세포가 생기면 만 개의 세포 중에서 하나가 살아남아요. 모든 면역 세포가 공격해서 9999개를 전멸시키는데 하나가 남아요. 면역 세포는 그냥 하는 게 아니고 119처럼 전화가 와요. 신호가 오면 공격을 해요. 그러면 이 암세포는 그 신호체계를 스스로 망가뜨리는 기능을 해요. 그래서 살아남아요. 여러분이 이 면역 세포의 이 기능이 없었으면 우리는 태어날 수가 없어요. 모든 수정란은 면역 세포가 볼 땐 외부의 침입자예요. 엄마 자궁에 수정이 딱 되는 순간, 침입자 세포가 오는 거예요. 그러면 119로 출동하라는 신호를 다 보내야 하는데, 우리 자궁 안에는 “이것은 우리 식구니까 119로 신호를 보낼 필요가 없어.”라고 하는 유전자가 있어요. 이것이 신호를 안 보내요. 그래서 공격을 안 해요. 근데 간혹가다가 그 유전자가 작동 안 하는 수가 있어요. 그러면 바로 119로 전화를 해요. 면역 세포가 출동하세요! 바로 출동해 주잖아요.

사이가 이렇게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자기도 그런 식으로 사는데 암세포도 무의식적으로 자기 내부에서 우리 신호체계를 지가 절단해서 암이 생겨요. 암이 안 생기기를 내가 바라봐야 어떤 조건이 되면 그냥 생겨버려요. 내 몸에서 암이 안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바라는 것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그렇게 생겼을 때, ‘아 생겼구나!’ 이렇게 할 뿐이지요. 그런 원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방금 말한 대로 바로 무의식의 신체가 그런 식으로 작동을 해서 병이 생긴다니까요. 그걸 어떻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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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왕삼매론> 첫머리가 그래. ‘보배 중에서 왕인 편안한 마음 상태’, 첫 번째가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바꿔 말하면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지 마라. 자식이 잘 되든 못 되는 그냥 존중하고 기뻐하고 좋아하는 것. 그럼 자식이 존중받는 사람이 되고, 나를 즐겁게 하고 기쁘게 하는 사람이 돼요. 그런데 자식에게 “네가 스카이대학 가면 내가 얼마나 기쁠까?” 그러면 백날 괴로운 부모가 되는 거지요. 그러니까 원하면 안 돼요. 아무것도 원하지 마시고, 특히 가까이 있는 어떤 사람에게 절대 저것 좀 안 해줬으면 좋겠네이런 생각할 필요 없어요. 그렇게는 못 사니까요. 그리고 그냥 즐겁게 살면 돼요. 원이 충족되면 즐거운 인생이라 하는 것은 괴로운 인생을 만드는 거예요. 뜻은 굉장히 숭고하지요. 그럴 필요 없어요.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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