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연(남산강학원 청년스페셜)

우리는 수많은 ‘이름’(名)으로 살아간다. 태어나면서부터 생긴 ‘이름’부터, 살면서 붙여진 또 다른 ‘이름’들로 불리며 말이다. 누구누구의 엄마, 어느 회사 과장님, 헬스장 회원님 등등. 이런 것들은 보통 ‘자리’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자리는 그에 걸 맞는 명예와 책임이 따른다.

요즘 나에게도 많은 ‘이름’들이 생겼다. 청용매니저, mvq매니저, 카페지기, 장자서점 주인장 등.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 자리로 인해 내가 만들어지는 기분이다. 그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그래야만 하는…^^;; 그 이름에 걸맞게 산다는 게 뭔지 생각이 많아지고, 또 그 사이에서 실제로 많이 부딪치기도 한다.

  천하라는 것은 텅 비어 있는 거대한 그릇이다. 그 그릇을 무엇으로써 유지하는가? 이름’()이다. 그렇다면 무엇으로써 이름을 유도할 것인가? 그것은 욕심’()이다. 무엇으로써 욕심을 양성할 것인가? 그것은 부끄러움’()이다.

 

(박지원 지음, 「명론」,『연암집(중)』, 돌베개, 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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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은 천하를 텅 비어 있는 거대한 그릇이라고 한다. 그 그릇을 ‘이름’(名)으로 유지한다고. 세상만물은 흩어지는 게 본성인지라 ‘이름’으로 잠시 잡아두는 것이다. 부모라는 이름하에 자식에 대한 의무(?)가 생기는 것처럼, 세상의 질서는 이렇게 이름 지워지면서 유지되고 있다. 세상은 서로의 역할 위에서 복작복작 굴러간다. ‘이름’에 맞게 살아가는 삶들이 모여 세상을 굴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연암의 다음 질문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름’을 유도할 것인가? 바로 ‘욕심’(欲)이다. 그 이름을 가진 사람으로서 살고자 하는 욕망, 그 이름에 걸맞게 살고자 하는 욕심, 그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러한 ‘욕심’이 없으면, 사람이 나아가질 않는다. 의욕을 내야할 일에 나서지 않고, 남에게 미루기 일쑤다.

나만해도 그렇다. 청용매니저, mvq매니저, 카페지기, 장자서점 주인장 등 이런 자리를 욕심내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런 일들을 했겠는가. 그 ‘이름’으로 살고자 함이, 그 자리에 나아가고자 함이, 새로운 장을 맞닥뜨리게 한 것이다. 욕심내지 않으면 이 ‘이름’으로 펼쳐지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

헌데 이 욕심이란 게 좀 그렇다. 뭘 욕심내느냐에 따라 겪는 일들이 많이 달라진다. ‘이름’(名)이라는 말 안에 숨어있는 자리, 명예, 명분, 책임. 이 중 어느 하나에 천착하는 순간, 엉뚱한 방향으로의 질주가 시작된다. 그리고 모든 일에 물러날 줄 모르고 나서기만 한다면 그 또한 좋지 않다. 그래서였을까? 연암 그 다음 질문을 던진다.

무엇으로 욕심을 양성할 것인가? 그것은 ‘부끄러움’(恥)이다. ‘이름’(名)에 생긴 나의 ‘욕심’(欲)에 부끄러움이 없는가. 명예, 명분, 책임 등에 목매고 있진 않은가. 그렇다면, 분명 스스로 부끄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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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욕심내는 일’이 좀 멋쩍었다. 욕심내도 되나 싶기도 하고, 나서기만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좀 요상한 마음이다. 욕심을 낸다는 건, 무언가를 하고자 함이고, 그 배움의 장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욕심내는 마음을 부끄러워 할 게 아니었다. 욕심낸 그 자리에서 내가 부끄럽지 않게 살아내면 되는 일이었다. 이 자리가 아니면 만나지 못했을 세상에 감사하며 말이다.

그렇다. ‘이름’(名)에 생긴 나의 ‘욕심’(欲)에 ‘부끄러움’(恥)이 없는가를 물을 뿐이다. 그리고 부끄러움 없이, 명실(名實)이 상부(相符)하게 살아갈 뿐이다. 내가 지금 가진 이름에 걸맞게! 어쩌면 지금 나는 이름과 실상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싸우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허울뿐인 이름이 아니라 정말 그러한, 스스로 정말 그러하게 살아가기 위해, 명실상부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묻는다. 부끄럽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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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코끼리
Guest
예민한코끼리

선생님 글을 읽으면 반드시 연암집을 읽어야 할 거 같은 생각이 듭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 자리, 이름이라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정말 이게 나의 세상 부질없는 욕심인가로 늘 갈등하게 되는데요,
“욕심내는 마음을 부끄러워 할 게 아니었다. 욕심낸 그 자리에서 내가 부끄럽지 않게 살아내면 되는 일이었다. 이 자리가 아니면 만나지 못했을 세상에 감사하며 말이다.”라는 선생님 글 속 구절이 많은 힘이 됩니다.
저 역시 선생님 글이 아니었으면 가지지 못했을 관점 하나를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Mr. MV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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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MVQ

그 자리,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산다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되는 (연암의) 글이었어요!ㅎㅎ
샘도 샘이 계신 그곳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시는 것 같네요!ㅎㅎ
화이팅입니다!!!
저도 선생님의 댓글에서 글 쓰는 힘을 받아갑니다!! 감사드려요~~~

선주
Guest
선주

자연샘~ 글이 제 마음에 많이 와닿아서 몇번을 읽고 또 읽었네요~~
얼마전 감이당에서 제 딸들과 식사하려고 할때 조카냐고 물어본 자연샘~ ㅎㅎㅎ
자연샘 글 덕분에 평소에 당연하게만 여겼던 모든것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저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잘 키우려는 욕심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게
아이들로 인해 생긴 ‘엄마’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늘 공부하고, 제 자신을 돌아보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