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영 (남산강학원 청년스페셜)

한 달 전부터 투잡(?)을 뛰기 시작했다. 하나는 점심식사를 겸하는 카페에서 알바이고, 또 하나는 연구실의 유튜브 채널 강감찬TV의 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카페 알바에서는 연어도 구워보고, 스티커도 붙이고, 밥도 저울에 딱 맞춰 보고 등등 처음 해보는 일들 투성이라, 초짜로서 새로운 걸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물론 적응하느라 정신이 쏙 빠진다.) 강감찬TV는 6개월만의 복귀(?)라, 새롭다기보다는 익숙한 맛이 크다. 하지만 익숙한 만큼 새로 보이는 게 있는데 올해 연구실에 들어와 강감찬TV를 하게 된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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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영상을 만지는 친구들을 보고 있노라면, ‘처음 시작하는 모습은 저렇구나’ 라는 생각에 눈이 자꾸 간다.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받아 적고, 아주 단순한 작업을 보여준 것인데도 이 친구들의 눈에는 대단해보이는지 ‘우와!’하고 탄성을 자아내기도 하고, 열심히 하는데 작업 속도는 생각보다 더디고 헤매기도 많이 헤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편집 기술을 익혀 영상에 적용되는 것 하나 하나를 신기해하고 무척 재밌어 한다. 그럴 때마다, 알바 현장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내가 저렇게 보이겠구나 싶어 웃기기도 하고, 1년 반 전 영상 작업을 처음 접했을 때의 서툰 모습도 떠올라 헛웃음도 나온다. 뭐든 처음은 낯설고 어색하지만, 재밌는 것인가 보다.

이 시는 원래 턱밑에 드문드문 난 짧은 수염을 처음 보고서 기뻐서 지은 것이라오. 그 뒤 6년이 지나 북한산에서 글을 읽는데 납창(밀랍종이를 바른 창)의 아침 햇살에 거울을 마주하고 이리저리 돌아보니 두 귀 밑에 몇 올의 은실이 비치는 것이 아니겠소. 스스로 기쁨을 가누지 못하여 시의 재료를 더 얻었다 생각하고 아까워서 뽑아 버리지 않았지요. 지금 다시 5년이 지나니 앞에서 이른바 시의 재료라는 것은 어지러이 얼크러지고, 턱밑에 드문드문 났던 것은 뻣세기가 생선의 아가미뼈 같으니, 연소한 시절의 철모르던 생각을 회상하면 저도 몰래 부끄러워 웃게 됩니다. 만약 진작에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아무리 새 시 몇 백 편을 얻는다 해도, 어찌 스스로 기뻐하면서 남이 알지 못할까 걱정했겠소.

( 박지원, 『연암집』(중), 「성백에게 보냄2」, 돌베개, 434~435쪽)

연암 나이 스물, 처음으로 수염이 났다. 그 후로 6년이 지난 스물 여섯, 처음으로 흰머리가(!) 났다. 그럴 때마다 연암은 시의 재료를 얻었다는 생각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데, 그에게는 새로운 몸의 변화 하나 하나가 새로운 시작 같았나보다. 물론 시에서는 거울 속의 얼굴은 해가 따라 달라져도/ 철 모르는 생각은 지난 해 나 그대로’(설날 아침에 거울을 마주보며)라고 말하며 수염의 첫 등장에 대한 얼떨떨한 심정도 토로하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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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기쁨과 얼떨떨함도 잠시, 5년이 흐르자 수염도 흰머리도 무성해졌다. 이젠 새로운 변화라고 할 만한 것도 없고, 시의 소재라 할 만큼 특별해보이지도 감흥을 주는 것도 아니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언젠가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변화들을 가지고 유난을 떨던 모습에 연암은 부끄러워 웃는다. 이젠 철이 조금 들어버린 것이다.

처음은 그래서 의미가 있나보다. 그렇게 특별해보이고 낯설었던 것들을 알아가는 기쁨을 첫 번째로 주고, 나중에는 다시 자신을 되돌아보게끔 해주는 이야기거리를 하나 선물해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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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코끼리
Guest
예민한코끼리

처음이 주는 의미에 대해서 ‘특별해보이고 낯설었던 것들을 알아가는 기쁨’은 알고 있었으나, ‘나중에 다시 자신을 되돌아보게끔 해주는 이야기거리를 선물해’ 준다는 생각은 못했었네요.
어떤 일에든 처음이 있게 마련인데, 그 처음이 나중에 어떻게 성찰되는지가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성찰할 당시의 사는 모습이 과거의 처음을 결정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