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영 (남산강학원 청년스페셜)

자식을 키우는 방식은 참 다양하다. 누군가는 SKY캐슬 뺨치는 사교육으로 자식에게 열과 성을 다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알아서 하겠거니 하며 믿고 내버려두기도 한다. 방식은 천차만별이지만 자식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매한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 아들을 위한 부모의 독특한 사랑법이 하나 더 있다.

군은 어려서부터 침착하고 씩씩하여 보통 아이와 달랐음으로 사과군(司果君)이 특별히 사랑하여 말하기를,

“이 아이는 식견과 도량이 남보다 뛰어나니 반드시 큰 인물이 될 것이다.”

하고서, 드디어 바깥일을 물리치고 아들을 보살피기에 전심하였으며, 부부가 서로 타이르고 깨우치며 남에게 널리 베풀어 선행을 많이 쌓음으로써 아들을 위해 복을 쌓기를 지극히 하였다.

( 박지원, 『연암집』(하), 「취묵와 김군 묘갈명」, 돌베개, 132쪽)

보통 아들을 위해서라고 하면, 아들에게 맛있는 걸 먹이고, 아들에게 좋은 걸 보여주고, 아들에게 무언가를 해준다고 믿는다. 그런데 사과군은 아들을 위한다면서 아들이 아닌 사람들에게로 눈을 돌린다. 먼저 자신을 깨치기 위해 아내와 함께 서로를 깨우치기에 힘쓰고,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데 지극정성을 다한다. 이런 사과군을 보고 있자면, 마음 어딘가가 훈훈해지긴 하지만 과연 이렇게 복을 짓는 게 정말 아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는 의문이 든다. 퍼주기만 퍼주고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과연 사과군이 쌓은 복들이 아들 김군에게 영향을 미치기는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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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김군은 8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집안 살림이 맡을 사람이 없어진다. 어릴 적부터 부지런히 사서를 읽으며 경전에 뜻을 두지만 집안 사정으로 인해 학업을 중단하기에까지 이른다. 하지만 김군은 다른 건 몰라도 다른 사람을 대하는 데만큼은 지극정성이다. 마치 아버지가 그러했듯이.

김군은 형제들과 의·식을 나누는 건 기본이고, 어머니가 다른 사람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근심하면 반드시 도와주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버지의 제삿날에는 꼭 아버지가 살아서 나타난 듯 공경을 다하고, 형제가 죽으면 ‘그 소생 자손들을 어루만지고 가르치되, 마치 나무를 심고 북돋우듯, 벼에 모를 옮기고 물을 대듯이 하여 기필고 자립’(같은 책, 133쪽)시키고, 친구들의 상사(喪事)에 있어서도 그 처지에 맞게 부의를 보내고, 가난해서 산골짜기에 사는 친구에겐 전답을 주었다. 심지어는 꼭 아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김군은 매번 사람을 지극히 그리고 흉금을 터놓고 대하면서도, 유독 자기 자신의 몸가짐은 엄격했다. 그래서 항상 집안에 사람들이 가득하였고, 종신토록 위태롭거나 치욕적인 일과 점점 멀어지는 것도 당연한 결과였다. 이렇게 김군은 다른 사람에 대한 정성과 자신에 대한 엄격함으로 덕을 쌓았던 것이다.

그럼 다시, 김군은 아버지 사과군의 말대로 큰 인물이 되었을까? 김군의 묘갈명을 보면 김군은 사마시까지 합격은 하였으나 정치계로 나아가 뜻을 펼치진 못했다. 김군의 명에 쓰인 연암의 말마따나, 공직을 가져 보지 못했으니/ 그 충성 어이 알며/ 백성을 다스려 보지 못했으니/ 그 어짊은 어이 알리(같은 책, 136쪽). 하지만 적어도 그에게는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뻗어 느끼고 도울 수 있는 큰 마음을 가진 큰 인물이었다. 자기 자신만의 이욕을 채우는 소인이 아니라 크게 세상을 살 줄 알았던 것이다. 김군의 아버지 사마군 역시 누구보다도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 복을 지으며 사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 자신의 기대가 틀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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