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연(남산강학원 청년스페셜)

우리는 언제 즐거움을 느낄까? 맛난 것을 먹을 때, 예쁜 옷을 살 때? 자본주의 사회에서 즐거움은 소비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인지 어찌하면 더 합리적으로, 가성비 갑인 소비를 할지 엄청나게 머리를 굴려댄다. 최적의 물건을 위해 무한 스크롤을 내리기도 하고, 후기를 일일이 정독하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헌데 식사도 쇼핑도 혼자 하면 별로 재미가 없다. 맛난 것도 같이 먹으며 “이집 역시 맛집이다~bb”라며 수선을 떨어야 신이 나고, 쇼핑도 친구와 함께해야 제 맛이다. “넌 하비니까 무릎 살짝 위로 올라오는 스커트가 제격이야!”, “저 옆집이 더 싸고, 질도 더 좋더라~” 서로의 코디네이터가 되어 ‘옷처방’을 하는 맛이 있다. 아니, 있었다.

친구와 함께 했던 먹방과 쇼핑. 이 놀이도 10년을 하니, 지겨워졌다. 대학생이 되어 알바를 하고, 푼돈모아 풋풋하게(?) 쇼핑하고 놀던 시절은 끝났다. 더 이상 새롭지도, 재밌지도 않았다. 할 게 딱히 없으니까, 습관적으로 먹고 쇼핑할 뿐.

  좋음과 싫음이 외물에 좌우되고 이해득실의 계산이 마음속에 오락가락하며, 속으로 악착스레 구하고 늘 서둘러대도 부족을 느끼는데 어느 겨를에 즐거움에 뜻을 두겠는가.

(박지원 지음, 「독락재기」,『연암집(상)』, 돌베개, 92쪽)

우리는 이런 세상을 살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의 즐거움이 아닌 외물에 좌우된다. 온 사방천지에 유혹하는 것투성이다. 어떤 것을 먹을지 살지를 고민하고, 가성비 갑 제품을 찾느라 마음속은 갈팡질팡. 욕망과 번뇌 속에서 허우적댄다.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굴려도, 끊임없이 부족함을 느끼고, 채워도 알 수 없는 헛헛함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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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이 보기에는 우리가 수많은 것들에 마음을 뺏기고 있어서, 즐거움에 뜻을 둘 정신이 없다는 거다. 엉뚱한 데에 마음을 다 빼앗겨, 정작 즐거움을 누릴 수는 없는 것! 연암은 이런 우리에게 말한다. 마음속에 스스로 만족함이 있고, 외물에 기대함이 없어야만 비로소 즐거움을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외물에 기대지 않는 오롯한 즐거움을 찾아야 함께 ‘즐거움’이란 걸 논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나와 친구가 함께 누렸던 즐거움은 즐거움이 아닌 건가? 오롯한 즐거움이라…. 나만 오롯하게 즐거운 걸 찾으라는 건가?

아니다. 오롯하다는 건, 혼자 즐겁다는 말이 아니다. 각자가 생겨먹은 대로, 그 본성에 전념하여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으라는 것이다. 요임금도, 순임금도, 장저와 걸닉도 각자 자신의 즐거움을 찾고, 그 즐거움으로 세상을 살았다. 사회의 욕망에, 소비욕망에, 외물에 즐거움을 빼앗기지 말고 살아보라는 거다.

‘무엇’ 때문에 즐거운 것은 지극한 즐거움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특히 마음이 오락가락하고, 악착스럽게 집착하게 되면 그것은 절대 진짜 즐거움이 아니다. 이런 즐거움을 찾으면 지극하게 즐거울 수 있고, 신나고 가볍게 살 수 있다. 이것이 진짜!!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다.

친구와 내가 함께 먹고, 쇼핑을 하면서 느꼈던 즐거움은 연암에 의하면 ‘지극한 즐거움’은 아닌 것이다. 본성에 전념하여 찾아낸 즐거움이 아니니 말이다. 물론 재밌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돈을 쓰며 이해득실에 번뇌를 가져다주고, 뭔가 헛헛함을 준다는 면에서 분명 ‘지극한 즐거움’은 아니다.

연암은 「독락재기」獨樂齋記의 서두에서 말하고 있다. “천하 사람들과 함께 즐기면 여유가 있지만 자기 홀로 즐기면 부족한 법이다.” (같은 책, 91쪽) 쾌락이란 그렇다. 홀로 즐기게 되고, 그렇게 즐기는 것은 늘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계속해서 갈망해도 채워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천하 사람들과 함께 나누며 즐겨도 여유가 있는 것, 즐기고 즐겨도 계속해서 흘러넘치는 것. 그것을 욕망해보자는 것이다. 그게 진정한 즐거움, 그리고 함께하는 즐거움(衆樂)이다. 이런 즐거움을 행할 때, 나도 즐거울(獨樂) 수 있다. 쾌락을 추구하는 것으로 우리는 이 길을 걸을 순 없다. 나도 즐겁고, 친구도 즐겁고, 우리가 함께 즐거울 수 있는 것을 하자. 즐겁게 살고 싶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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