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스폐셜 정리

질문자1: 대학을 졸업한 아들, 그냥 두고 봐야만 할까요?

제 아들이 대학을 졸업했는데 딱히 자기 일을 찾아서 나가지도 않고, 제가 뭘 해보라고 권해도 알아서 한다고 그러고 있거든요. 그걸 그냥 두고 봐야 할까요? 제 마음은 급하고, 나이는 먹어가고, 뭔가 더 나이 먹기 전에 자리를 잡아야 할 것 같고, 이런 생각을 계속하는데 그러다 보니까 아빠랑 아들하고 부딪히면 중재 역할도 해야 하고 그렇다고 저까지 같이 동조해서 아들을 달달 볶을 수도 없고 그런 상태에요. 그 상태로 자기가 한다고 하니까 할 때까지 두고 봐야 할지, 아니면 제가 더 많이 살았고 그 시간을 지나왔으니까 애한테 자꾸 뭔가를 권해줘야 할지 이런 것들에 대한 갈등이 있습니다.

정화 스님: 저런 것들을 전부 쓸데없는 오지랖이라고 합니다. (청중웃음) 저렇게 하면 될 것처럼 착각을 하는 거예요. 끝나고 나면 상처만 남듯이 부모도 비슷해요. 상처 안 남고 자신도 좋고 나도 좋은 일은, 그냥 자식을 좋아하는 것뿐이에요.

질문자1: 그러면 걔가 독립을 언제 해요. 집에서 나가야 하는데

정화 스님: 독립을 하든 말든, 일을 하든 말든, ‘그냥 나는 네가 좋아’라고 하는 것만이 나한테도 좋고 자식한테도 좋은 거예요.

질문자1: 방을 열어보면 냄새도 나고

sunday-1358907_1920

정화 스님: 네. (청중웃음) 선생님은 거기에 전제가 있죠. 청소도 잘했으면 좋겠고, 뭣 했으면 좋겠고. 그 애라고 그런 걸 하고 싶지 않겠어요?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그런 것이 전혀 하고 싶은 생각이 일체도 안 나는 거예요. 그런데 거기다 대놓고 “너 언제 나가고 독립할래? 뭣 할래?” 해 버리면 스스로가 스스로를 또 다그쳐요.

아까 말한 대로 부모와 자식 관계는 의존 관계긴 한데 대부분이 종속적 의존 관계예요. 종속적 의존 관계. 자식이 불편한 거예요. 근데 그냥 좋아하는 것은 상호 균등한 의존 관계예요. 지금 가만히 있어도 자식은 부모한테 받아먹는 것이 너무 많아서 뭔가 이러고 있는 것이 내심 불편한데, 거기에 또 대놓고 그렇게 말해봐야 결과가 전혀 좋지 않습니다.

그냥 ‘내가 살아있는 한 너는 좋아한다’라는 식으로 대하는 훈련이 지금 필요합니다. 보살님은 지금 남편보다 훨씬 잘 해왔겠지만, 남편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해요. 자식이 변하고 안 변하는 것은 부모가 해줄 수가 없어요. 어떤 부모가 자식 마음 아프기를 바라겠어요. 그런데 굉장히 마음 아픈 자식들이 많고 보살님도 마음 아프면서 커 왔어요. 그런데 보살님의 부모는 보살님 마음 아프지 않길 바랐어요. 그런데도 많이 아파요. 그래도 부모 말대로 안 되는 것이지요. 똑같아요. 밖에서 보면 투덜거리는 것처럼 보여도 속은 편치 않은 거예요.

mother-and-son-2404328_1920

그래서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입니다. 그냥 좋아하는 것. “언제 뭐 할래, 뭐가 좋대” 이런 것은 자기가 마음이 생겨야 하는 것이고, 나머지 것들은 자기 스스로가 그 자체로 존중받는 상태가 되는 힘이 커져야만 밖에 나가서 주눅 들지 않고 의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지 않으면 갈수록 더 쪼그라들지요. 그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애가 밖에 나가서 일을 자기 뜻대로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할 수 있는 힘을 축적해 갈 수 있는 것이죠. 지금 뭘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가서 그냥 ‘즐겁게 자식 보는 마음을 키우는 것’, 그것이 부모가 할 일이죠.

질문자1: 우문이긴 한데요, 제가 없어도 그 아이는 살아가야 하잖아요.

정화 스님: 그럼요. 걱정하지 마세요. 자기가 알아서 다 살고, 그다음에 더군다나 앞으로는 대통령 이하 각 정치하는 분들이 “일자리를 만들어 주겠습니다” 이런 건 백 프로 거짓말이에요. 일자리를 만들 수 없어, 자기들이. 즉 지금과 전혀 다른 일을 하면서 사는 세대가 왔기 때문에 그 애들은 그 사회적 흐름에 맞춰 살아가게 되어 있어요. 그래서 장래가, ‘내가 없을 때 저놈이 어떻게 살까’하는 이런 걱정이야말로 ‘하늘 무너질까’ 하는 걱정과 똑같은 거예요. 그런 걱정 전혀 할 필요가 없습니다. 혹 보살님이 잘 살아오듯이, 부모님 마음으로는 보살님이 걱정 끼친 딸이 됐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런대로 잘 살아왔어요. 아들도 그런대로 잘 살아갈 것이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graffiti-2227941_1920

질문자2: 진리가 무엇입니까?

정화 스님: 진리가 무엇인지 찾는다는 것은, 진리라는 것이 마치 내가 말해주면 알 수 있는 것이라고 지금 내가 정의하고 있는 것이에요.

질문자2: 아니오. 그러지 않았습니다.

정화 스님: 그러면 내가 세상을 보는 것 외에 다른 진리가 존재할 수 있겠어요?

질문자2: 제가 그러면 조금 더 부연설명을 해드릴게요. 언어의 굴레에도 갇히지 않고 생각도 그렇고 그냥 초월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초월하는, 제가 말한 이 말의 개념조차 초월하는 진리. 그런 것을 여쭤본 겁니다.

정화 스님: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언어는 진리를 표현하는 수단이자, 동시에 진리를 가두는 감옥이에요. 진리를 표현하는 수단으로서는 언어가 진리가 되고, 진리를 가두는 쪽으로 사용하면 언어가 진리를 배반합니다. 내가 언어를 어떻게 쓰느냐가 스스로 언어를 진리로 만들기도 하고, 아니면 감옥으로 만들기도 해요.

그런데 이것을 경험하려면 언어가 발생하는 심리적 기제를 앉아서 명상 등을 통해서 어떻게 발생하는가를 진짜 한번 경험을 해야 해요. 그래서 언어가 발생하는 양상, 언어가 사라지는 양상, 언어뿐만 아니라 자아라고 하는 것조차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 이런 것들이 어떤 인연을 만나서 어떻게 발생하는가에 대해서 나름대로 보고 아는 것이 돼요. 그러면 조금이라도 언어로부터 편안해질 수 있는 신체가 되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그와 같은 경험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 이야기도 자기가 해석하는 언어의 틀에 가두기 시작합니다.

물음은 굉장한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그것을 자기가 해석하는 의미 체계 속에 넣는 거예요. 여기까지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일이에요. 그런데 마음 집중을 하고 있으면 의미 체계가 만들어지지 않는 상태도 존재해요. 자, 의미 있는 것만이 삶인 줄 알았더니 의미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는 것도 있는 거예요. 이런 것조차도 전혀 경험되지 않는 상태가 있어요. 다 우리 삶입니다.

speaker-4610564_1920

그래서 언어를 잘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한 개인의 언어적 흐름은 마치 전체 생물체로 보면, 개체 개체는 똑같아요. 나라고 하는 것은 여러 인연이 나로서 인연을 표출하고 있는 거예요. 나로서. 언어가 됐든, 되지 않았든. 마찬가지로 내 안에 있는 다른 많은 것들은 각종 다른 언어로 그 순간의 자기를 표출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 순간에 어떤 것만이 자기를 드러내는 진리의 언어로써 존재하지 않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이런 것을 가만히 앉아서 언어가 작동하기 이전을 한번 경험해보면 좋긴 한데, 조금 쉽게 안 일어나니까, 불교에선 이런 걸 자주 권하긴 합니다만 별로 경험한 사람은 많지 않아요. 그런데 언어 논리를 빌려서 말하면, 언어는 진리를 표현하기도 하고 진리를 가두기도하고 그래요.

meditation-1794292_1920

질문자2: 진리가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언어적 진리든, 언어를 초월하는, 초월이라는 걸 초월하는 진리든 그게 없다고 말씀하신 다음에 마음이 없는 상태, 언어가 있기 이전의 상태가 있다고 하셨으면, 그러면 그 언어가 있기 이전의 상태는 진리라고 할 수 있는 겁니까, 없는 겁니까?

정화 스님: 그 상태는 진리고, 언어는 진리가 아닌 상태가 아니고, 둘 다 자기 삶을 온전히 표현하는 한 상태예요. 어떤 상태가 더 자기를 표현했다고 말할 수 없는 거예요. 말을 하고 있을 때는 말을 하고 있는 이 총체적인 인연이 자기를 표현하는 거예요. 말이 사라지면 말이 사라지는 것이 총체적인 자기를 표현한 거예요. 둘 중에 말이 사라진 것으로 보면 말이 초월이 되는 거고, 말로 보면 말이 사라진 것이 초월이 되는 겁니다. 즉 현재 자기와 다른 상태의 자기를 드러내는 것은 다른 비교 상태에서 보면 어떤 것도 다 초월이 돼요. 네, 그래요. 여기까지만 합시다.

0 0 votes
Article Rating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0
Would love your thoughts, please comment.x
()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