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중지성 정리

질문자1 : 작년 4학기 때 (글쓰기) 주제가 묘비명 쓰기였는데, 죽음은 아직도 막연하게 두렵고 끝이 있다는 게 정리가 안 되고 좀 두려워요. 그래서 특별한 고민은 아닌데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사유를 해야 하는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정화 스님 : 지금 그냥 잘 사시면 돼요. 특별히 오지도 않은 죽음에 대해서 인류는 어느 틈엔가 생각할 수 있게 되는 순간부터 막연한 불안을 갖게 되었어요. 해소하는 방안으로 여러 가지 종교 등등이 탄생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궁극적으로는 지금을 잘 사는 사람들이 죽음도 마치 지금처럼 맞이할 수 있는 확률이 훨씬 커지니깐,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정도로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것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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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잘 사는 사람들이 죽음도 마치 지금처럼 맞이할 수 있는 확률이 훨씬 커지니깐

질문자2 : 적어왔는데요. “상담인지 고민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저에게 두 가지 사건이 있습니다. 사건을 통해 마음 챙김을 어떻게 해야 할지요. 첫 번째는 저희 딸이 10년 넘게 뇌전증약을 복용하다가 2월 18일 수술을 하게 되었어요. 두 번째는 아이가 인지적으로 부족한데 그것이 선천적인지 병 때문인지 모르지만, 가끔 예측불허의 행동을 합니다. 어제는 경찰서에 다녀왔어요. 딸이 길에서 카드를 주었는데 그걸 사용했어요. 처음 사건을 접했을 때는 화가 나서 제가 잠을 못 잤어요. 저는 공부한답시고 하는데 아이의 그런 행동이 창피했어요. 그런데 그런 마음이 들다가 지난주 목요일 감이당에서 니체 세미나를 했는데 책에 이런 문구가 생각났어요. ‘이중의 고통이 하나의 고통보다 더 견디기 쉽다. 한번 시도해 보겠는가?’라는 문구가 생각나면서 또 막 웃음이 나는 거예요. 그리고 또 어제 저녁엔 경찰서에 다녀왔는데 잠을 잘 잤어요.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막 화가 났다가 시간이 지나니까 또 잠을 잘 자고 하는 이런 마음들은 어떤 건가요?”

정화 스님 : 우선 뇌전증은 뇌에 전기적 증상이 자기가 생각하지 않는 상황에서 일반적이지 않게 증폭되는 현상이 일어나서 이웃 세포들과 생각지도 않는 연결망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때가 되면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인 사유로가 아니고 특수한 사유로가 나와서 그런 일을 할 수가 있어요. 좌측두엽에 뇌전증이 걸리는 사람들이 주로 신비체험을 많이 해요. 옛날에는 이 사람들이 종교 지도자가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어요. 요즘에는 그런 것이 뇌에 신경세포의 전기적인 비일상, 비일반적인 사건이라는 걸 알아서 약물치료를 하거나 수술치료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아까 니체를 말했는데, 니체가 말했을 때 배움의 가장 큰 미덕이면서 악덕은 복종을 의지하게 만드는 신체를 만든다는 거예요. 우리가 착한 사람일수록 뭘 하냐면 복종을 스스로가 의지하는 거예요. 자기가. 그런데 어떤 사람이 그렇게 일상적으로 복종하는 것이 자기는 전혀 복종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거예요. 그런데 거기서 일탈이 일어나는 거예요. 그러면 군중들이 그걸 잘 못 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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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뇌전증이나 자폐증 등등은 안에서 아예 우리가 말하는 일상의 범주 밖에 생각 속에서 살 수 있는 환경이 훨씬 많이 갖춰진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한테 내가 일상으로 들어오지 못한 것에 대해서 마음 아파한다는 것은 절대 그 상황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을 일어나기를 원하면서 괴로워하는 것을 연습하는 것과 똑같아요. 그러니까 딸아이가 그렇게 된 것은 어떤 때는 이 안에서 생각하고 있다가 어떤 때는 자기가 원하지 않아도 여기 와서 생각하는 거예요. 이런 생각을 ‘아 저렇게도 사는구나’라는 정도로 보는 훈련을 하지 않으면, “왜 너는 이렇게 살아?”라고 하는 말은 “코로 숨 쉬지 말고 입으로만 쉬어라”라고 하는 것과 똑같아요. 코도 다 있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우리 딸아이는 일반 상황에서 약간 벗어난 상황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있구나.’ 다른 사람들이 뭐 경찰서도 안 알아주고 안 알아줄지라도, 엄마는 그렇게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리고 두번째 잠을 잘 잤는데, 잠을 잘 자는 것은 잘하는 것이에요. ‘딸이 저렇게 아픈데 나는 이렇게 잠을 잘 수 있어?’ 이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말이 안 맞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까 말한 대로 경찰서에 갈 일이 안 일어나길 바라는 사건 자체는 그렇지 않은 사람한테도 일어나는 일들이에요. 그래서 ‘우리 딸아이는 이런 상황으로써 인지망이 만들어졌으니까 내가 그 범주 내에서는 그냥 그것이 일반이거니’하고 보는 훈련이 일차적으로 필요하고 ‘저 아이가 저렇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 자체는 나한테 괴로운 사건을 만드는 창고가 되는 거예요. 앞으로 얼마 안 있으면 아이가 수술한다고 그러니까 요즘은 하도 그런 기술이 아주 발달돼서 좋게 수술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때쯤 되면 아마 이런 말이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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