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복

여름에 우물을 치다가 죽는 일이 흔히 있는데 음력 5월과 6월에는 더욱 심하다. 오랜 무덤 속이나 깊은 우물 속에는 좋지 못한 기운이 잠복되어 있다. 만약 이런 곳에 들어가면 정신을 잃고 답답해하다가 갑자기 죽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즉시 우물물을 퍼다가 얼굴에 뿜어주는 동시에 찬물에 웅황가루를 1~2돈 정도 타서 먹여야 한다.

신성현(新城縣)의 한 인가에 마른 우물이 하나 있었는데, 손님 두 사람이 5월에 돈주머니를 잃고 혹시 그 우물속에 빠지지 않았나 하여 한 사람이 먼저 그 우물속에 들어가서는 고요하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또 한 사람이 들어갔는데 역시 오랫동안 있어도 나오지 않았다. 이때 곁에 있던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되어 집주인과 의논하고 밧줄에 판자를 얽어매서 우물속에 드리워놓은 다음 사람을 시켜 그것을 타고 내려가 우물을 살펴보라고 하였는데 그 사람도 역시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리하여 곧 밧줄을 당겨 올려보니 정신을 잃고 있었으므로 찬물로 깨어나게 하였다. 그리고 닭과 개를 넣어서 우물 속에 넣어 시험해보니 그것들도 다 죽었다. 그래서 우물 둘레를 파헤친 다음 두 사람의 시체를 보고 밧줄로 시체를 걸어 끌어 올려놓고 자세히 보니 온몸이 검푸르게 되었는데 상한 흔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그 속에 있던 독기에 상하여 죽은 것이 틀림없다. 치료하는 방법은 위와 같다.

(「잡병편」, ‘구급’, 1615쪽)

지금이야 유적지에나 가지 않으면 보기 힘들지만 80낸대 까지도 가정집엔 우물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농촌에는 공동우물도 있어 아낙들이 식수를 길러 드나들었고 채소를 씻고 빨래도 하면서 왁자지껄 수다를 하고 동네소식을 전해 듣는 등 활기를 띠는 장소였다.

그런데 우물 안을 들여다보는 순간은 다소 무서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깊고 어두운 곳이어서 좀 아찔하기도 했고 이끼 낀 오래된 우물담을 통해 올라오는 냉기가 얼굴에 닿으면 몸이 움츠려졌다. 물은 음기(陰氣)인데 우물물은 땅 속 깊은 곳에 있으니 더욱 음기가 강한 물이다.

신성현의 우물은 물이 말랐지만 음산한 음기는 그대로였을 것이다. 말랐다 해도 물기는 있을 터이고 운동하지 못한 채로 고여 있는 상태인데다가 깊고 돌담에 가리어서 햇빛이 환히 비추지 못하니 물이 썩어 독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음력 5월과 6월(양력 6월과 7월)에는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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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는 절기로는 망종, 하지(5월)와 소서, 대서(6월)일 때이다. 여름이다. 양력 6월 5일 전후인 망종이 되면 태양의 열기는 그전보다 두 배로 많아진다. 갑자기 왈칵 더워지기 시작한다. 태양열은 하지 때에 절정에 달하지만 우리가 체감으로 느끼는 더위는 그 때가 좀 지나서 양력 7월인 소서, 대서 때 더욱 심하다. 이때는 습기까지 동반하기 때문이다. 하지 때 화 기운(양기)는 절정에 달했었기 때문에 더 이상은 양기로 지속되지 않고 음기로 전환하는데 그것은 비로 나타난다. 장마가 시작된다. 고온다습한 소서의 기후는 대서에 더 심해지고 자연에도 습기가 생기게 하므로 열기와 한기가 부딪히면서 독이 생긴다. 수기(水氣)에도 독이 있어 풍습사기(風濕邪氣)로 변하여 아프고 저리며 붓고 얼굴이 누렇고 배가 불러오르게 만든다. (「잡병편」, ‘습’, 1157쪽)

게다가 사람의 몸은 이러한 계절인 여름에 가장 허약해진다.

여름 한철은 사람이 정신을 빼앗기는 시기로서 심기(心氣)는 왕성하고 신기(腎氣)는 쇠약하여 신정(腎精)이 물처럼 되었다가 가을에 가서 엉기기 시작하고 겨울에 가서 굳어지게 되므로 방사(房事)를 특히 삼가 정기(精氣)를 굳건히 보양해야 한다.

(「잡병편」, 서, 1155쪽)

여름은 양기가 충천하는 때다. 양기가 많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음기인 신장(腎臟)의 기운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신장에는 정(精)이 저장되어 있다. 양기도 음기인 정의 도움으로 발휘되는 것인데 이 계절은 정이 부족해질 때이니 몸이 허해져 자연 힘이 없고 축 늘어지며 지칠 대로 지친다. 따라서 이런 몸으로 우물에 들어간다면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는 것.

그래도 빨리만 구급하면 살려낼 수 도 있으니 웅황가루를 먹이라고 한다. 웅황은 광석인데 해독에 큰 효과가 있다. 웅황을 차고 다니면 귀신이 가까이 오지 못하고 산속으로 들어가면 호랑이나 이리도 숨어버리며 큰물을 건널 때도 독에 상하지 않는다.’(「탕액편」, 石部, 2132쪽) 지금의 우리들은 구급상황이 되면 응급실로 가지만 옛날은 이처럼 약을 상비했다가 구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웅황은 구급으로 쓰는 약재이고 우리는 평소에 조심해야 한다. 이제 곧 여름이 닥쳐올 것이다. 물가에 많이 갈 때다. 지금이야 우물이 없지만 여름에는 우물이 아니라도 강이나 호수 등 물가에는 조심해서 다녀야 한다. 독이 서려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름에는 정을 아끼고 음식을 담백하게 먹는 등 더욱 양생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칫 계절의 운행에 휘말려 위험해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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