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중지성 정리

질문자1 : 제가 심리학을 공부하고, 상담도 받으면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구나’ 하는 깨우침을 얻어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이후에 불교 교리를 배우면서 (12연기) 진짜 관계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물과의 관계도 중요하고 사람과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이후에는 삶이 좀 가벼워지면서 사람과의 관계가 깊어지고 좋아지고, 속마음을 터놓는 친구들도 많아졌습니다.

근데 대학 동창 중에 6살 많은 언니가 있는데 같이 살자고 할 정도로 관계를 맺어온 지는 한 40년 정도 된 영혼의 단짝입니다. 최근에 그 언니와 대화를 하는데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거예요. 허공에 대고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언니가 교회에서 어떤 직책을 맡으면서 굉장히 바빠졌다는 말은 들었는데, 막상 그런 모습을 보니 기분이 너무 나빠서 그냥 일어나서 나오고 싶은 것을 참고 “언니 지금 여기 있는 것 같지 않아요. 나랑 같이 있는 거 같지 않아요.”라고 했더니 언니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줘서 제가 좀 알아들었어요.

또 다른 친구한테도 제가 관계를 많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은 적도 있고, 제 생각에도 저는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제가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 순간부터 삶의 불안함이나 허전함이나 이런 게 없이 마음의 평안을 얻고 가벼워지고 굉장히 좋거든요.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지?’라는 질문이 일어났습니다.

restaurant-690975_1920

정화 스님 : 저는 관계를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혼자 잘 지내요. 이것이 생물학적으로는 아주 드문 삶이에요. 생물학적으로는 관계를 잘하는 것이 원칙이에요. 그런데 그 관계가 상호 존중하는 관계가 되어야지 만일 상호 존중하는 관계가 아니면 가능하면 관계를 하면 안 돼요. 지금까지 상호 존중하는 관계 확장이 잘 이뤄진 것 같은데, 앞으로 관계를 구성할 때 그런 관계가 아니라면 억지로 그 사람하고 좋게 지낼 필요는 없어요.

질문자1 : 저도 지금 ‘아, 내가 존중받지 못해서 화가 났구나.’ 요것까지는 제가 알았거든요. 나는 계속 존중받고 싶은데 이 사람은 생각이 변하는구나….

정화 스님 : 그것은 좀 문제가 있어요. 존중받고 싶은 생각은 번뇌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존중받고 싶다는 생각 없이 상호존중하는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 받고 싶은데 안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바라는 생각은 적게 갖고, 그냥 좋아하는 관계를 넓히되, 그런 관계가 아니라면 힘써서 넓히려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 돼요. 잘하시게 될 거예요. 그런데 아까처럼 ‘이런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피드백이 와야된다’라는 것 자체를 규정하는 것은 번뇌가 되기 쉬워요. 오든 말든 해야지, 왜 안 와?’라고 생각하는 순간 괴로워지는 거예요.

goats-1993649_1920
0 0 vote
Article Rating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