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 주 푹 쉬고 돌아온 성준입니다^^

 

매주 기차를 타고 풍경을 구경하다가

한 주 건너 바깥 모습을 보니 그 변화가 확 눈에 띄었어요.

알록달록 예쁜 옷을 입고 있던 봄의 모습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짙푸른 여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어느새 또 이렇게 옷을 갈아입었는지 자연은 언제 봐도 그 모습이 참 신비롭네요 ㅎㅎ

함백 산장에 도착해서 냉장고를 보니 만두가 있어서

이게 웬 떡이냐 하고 누나와 세미나 간식으로 맛있게 먹으며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수다를 떤 괘는 ‘잇따른 위험 중수 감’괘와 ‘잇따른 밝음 중화 리’괘 입니다.

저희 감이당의 ‘감’은 주역 8괘의 감괘, 즉 3효로 구성된 ‘감’이고

오늘의 괘는 그 감괘가 두 번 중첩된 ‘중수 감’괘 입니다.

왼쪽도 감괘, 오른쪽도 감괘라 헷갈리죠? ㅎㅎ

혼동되지 않게 왼쪽 8괘의 감을 부를 때는 그냥 ‘감’이라 부르고

64괘의 감을 부를 때는 ‘중수 감’이라 부르겠습니다.

 

이 감괘는 물(水)을 의미합니다.

이 물이 곧 지혜를 뜻하고 , “존재와 삶, 자연과 우주의 근원을 탐구”하는 지혜의 열정을 일깨우는 배움터라는 의미로 저희 연구실의 이름을 감이당(坎而黨) 이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주역을 공부하면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감’이라는 뜻은 그냥 물이고 지혜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坎(감), 즉 구덩이라는 의미 함께 위험을 뜻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중수 감괘는 위험이 위아래로 있어서 잇따르는 위험을 뜻하게 된 것이죠.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왜 하필 많고 많은 괘 중에 감괘로 이름을 붙이셨을까’ 하는 의문이 들더라구요.

구덩이라거나 위험이라는 뜻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러다가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조금 알 것 같았답니다.

‘감(坎)이란 함정에 빠지는 것을 상징한다. 괘에서 말하는 것은 험난함에 대처하는 도리다.

-정이천 저, 심의용 옮김, 『주역』, 글항아리, 595쪽

이 구절을 보고 우리 감이당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구덩이에 빠져서 오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 같은 경우 어머니가 아프신 상황이 힘들어서 공부하게 되었고,

정미 누나도 몸과 마음이 아플 때 연구실에 오게 되었구요.

그리고 제가 공부하면서 만난 사람들 대부분이 어떤 어려움이 있어서 공부하러 오시더라구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혜와 구덩이라는 의미도 연결이 되지 않을까요?

지혜라는 것이 존재와 우주에 관한 탐구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우리 삶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길을 찾아줄 수 있어야 빛을 발하고 의미가 있어지니까요.

 

결국 지혜란 나를 구덩이에서 빠 나올 수 있게 해주는 것이거나,

타인을 어려움 속에서 구제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감이당이라는 곳도 그런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구요.

 

 

중수 감괘에는 주역 64괘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있는 괘이기도 합니다.

육사효는 한 동이의 술과 두 그릇의 밥을 질그릇에 담고 마음을 결속시키는 것을 창문을 통해서 하면 결국에는 허물이 없다.

-정이천 저, 심의용 옮김,『주역』, 글항아리, 604쪽

이 효사는 육사효가 대신의 지위에 위치하여 세상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의 도리에 관해서 말합니다.

세상의 어려움을 구제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군주입니다.

군주가 바른길을 가지 않을 때 세상은 어지러워지고 위험해지죠. 그럴 때 신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먼저 “한 동이의 술과 두 그릇의 밥을 질그릇에” 담듯이 허례허식을 버리고 오직 진실함과 질박함으로 대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서 한다”는 것은 어두운 곳을 밝히기 위해서는 빛이 통하는 밝은 곳으로부터 먼저 한다는 말로, 군주의 마음이 밝은 곳을 비유한 것입니다.

신하는 충심과 신뢰의 방도로 군주의 마음을 결속시킬 때에, 반드시 군주가 밝게 알고 있는 곳으로부터 먼저 하면 쉽게 이해시킬 수가 있다. 사람의 마음에는 가려져 막힌 곳이 있고 쉽게 통하는 곳이 있다. 가려져 막힌 부분이 어두운 곳이고, 쉽게 통하는 부분이 밝게 알고 있는 곳이다. 당연히 그가 밝게 알고 있는 부분을 취하여 설명하고 이해시켜서 신뢰를 구하면 (쉽다.)

-정이천 저, 심의용 옮김, 『주역』, 글항아리, 605쪽

창문을 통해서 한다는 ‘납약자유(納約自牖)’가 바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이러한 태도가 꼭 군주와 신하의 관계에만 있는 것이 아니겠죠?

 

저 같은 경우는 아내와 의견이 틀어질 때, 아이들과 수업 할 때, 아들 겸제와 소통할 때 이 구절이 많이 생각납니다.

21개월 된 아들 겸제가 이제는 말을 알아듣기도 하고 조금은 하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어른들 말씀처럼 말을 알아들으면서 정말 말을 안 듣더라구요^^;

 

잠을 자자고 해도 더 놀고 싶다고 때 쓰고, 불을 꺼버리면 불 키라고 막 울어버리기 일쑤입니다.

처음에는 자야 될 시간이라고 설명하기도 하고, 울게 내버려 두기도 하다가

방법을 찾아낸 게 아이의 눈높이에서 설명해주고 이해 시키는 것이었어요.

 

막 놀 거라고 불을 켜달라고 하던 아이도 “이제 밤이 되니까 불 님도 피곤해서 자러 갔나 봐~” 하고 설명해주면

신기하게도 납득을 하고 자기도 잘 준비를 하거나 불을 끈 상태를 받아들이고 놀더라구요.

물론 매번 통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아이를 대하니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소통은 막힌 벽이 아니라 창문으로 해야 한다’는 옛 지혜가

아이와 소통하는 어려움에도 참 유용하지요? ㅎㅎ

세미나가 끝난 후에는 텃밭에서 저녁에 먹을 파와 곰취 같은 것들을 캐고

마당에서 잡초를 뽑았어요.

여름이 오니 다시 잡초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네요.

뭐 항상 그렇듯 저희가 잡초를 이길 수는 없겠지만요 ㅎㅎ

 

저녁이 되자 유겸이가 왔어요.

언제 이렇게 컸는지 수업 준비도 이제는 척척!

유겸이가 이번에 올 때 신나게 무언가를 들고 왔습니다.

바로 별자리 지구본!

 

이번 어린이날에 친척분이 선물로 사주셨다고 해요.

요즘 유겸이가 별자리 공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사주시지는 않았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딱 맞는 선물을 사주셨는지 신기하더라구요 ㅎㅎ

핸드폰으로 별자리 앱을 가지고 공부하고

지구본으로도 공부하니

재미가 두 배!

유겸이가 재미있게 별자리를 공부할 수 있도록 세상이 도와주는 것 같네요 ㅎㅎ

 

산장에서 공부가 끝나고 나서는 별을 보러 바깥으로 나갔지만

이제는 해가 너무 길어져 별이 잘 안 보일 것 같네요 ㅜㅜ

 

뭐 그래도 정미누나와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산책을 했다고 합니다.

 

명진이 지수도 저녁에 함께 수업했지만 깜빡하고 사진을 찍지 못했네요.

지수가 머리를 싹둑 자르고 왔는데

엄마인 윤미누나를 얼마나 닮았는지 옥현이모와 제가 깜짝 놀랐답니다 ㅎㅎ

아이들의 사진은 다음 주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들 한 주 또 건강히 보내시고 다음 산장 늬우스에서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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