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중지성 정리

질문자1: 저희가 장남인데 시아버지가 저희한테만 의지를 많이 하시고 많이 바라시고, 이렇게 지냈는데 시아버지가 불우하게 사셔서, 뱃속에 계실 때 아버님도 돌아가시고 어머님도 세 살 때 재가하시고 해서 그렇게 불안정한가보다, 하고 잘해드리려고 하는데 좀 힘든 것 같아요.

정화 스님: 힘들 수밖에 없어요. 잘 해주려고 하면 힘들어요. 힘 안 들 정도로만 해줘야 하는데 잘 해주려고 하면 힘들어도 해주겠다고 하는 생각이잖아요. 그런데 힘이 안 든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지요. “힘 안들 정도에서 잘 해주겠습니다.” 이래야지요. “잘 해주겠습니다.”가 먼저잖아요. 그럼 나중에 그분이 여러 가지로 큰아들한테 큰아들 처지에서 보면, “아버지가 나한테 해준 게 뭐 있어?” 이럴 수 있을지 몰라도 아버지 입장에서 보면, “내가 너한테 다해줬지.” 이런 생각일 수 있지요. 해주지 않았을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아들이나 큰며느님이 적당히 잘 해줘야 해요. 너무 잘 해주면 안 돼요. 그럼 다음에 반드시 힘이 들어요. 이런 조건 어떤 조건에서건, 전체를 잘해주려고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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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1: 근데 보통 아버님이 자식처럼, 즉 신랑이 부모님처럼 이렇게 돼 있거든요. 그런 관계도 좀 이해가 안 되지만….

정화 스님: 그것은 아버지와 아들 관계가 그렇게 설정이 돼버렸으니까 아버지 생각 자체를 바꿀 수도 없고 아들 생각 자체를 바꿀 수가 없어요. 그래서 아들이 내가 볼 때는 힘이 드는 것까지는 내가 어쩔 수 없어요. 근데 나까지 힘들어서는 안 돼요. 그걸 어떻게 고칩니까? 아버지 고친다고 고쳐지겠어요?

질문자1: 그래서 저희만 잘하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이사 가서 가전 다 해드리고 집안에 필요한 것 다 사드리고 하고 했는데 계속 이렇게 바라고 저희한테만 이러셔서 마음이 불편해서 집에 왔어요. 여태껏 그래도 그런 마음이 안 들었는데, 명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개새끼 이런 말이 떠오르는 거예요, 난생처음으로. 그러면서 갔다 왔는데 이삼일 간 기분이 안 좋은 거예요. 찝찝하고. 늘 만나고 오면 막 그러는데 이삼일 계속 끈적끈적한 찝찝함이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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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 스님: 전혀 잘못한 게 아닙니다. 그런 생각이 나올 수 있어요. 그런데 앞으로는 거절하는 훈련을 해야 해요. “아버님 나 힘들어요” 그러고 안 해야 해요. 더 앞으로 가면 그런 것이 속으로만 생각나고 혼자 있을 때 나오는 게 아니고, 그냥 나오게 돼 있어요. 더군다나 저기 보면, 외아들도 아니고 다른 형제들로 있었을 거 아니에요. 근데 아무도 안 해주는 거예요. 근데 어떤 경우는 보면 더 잘 사는 아들딸들이 있는데도 아무도 안 해주고 우리만 하는 경우도 있더라고. 그럼 아니 속에서 그런 욕들이 계속 나오는 거지요.

거기까지가 내가 볼 때는 인성이 잘못돼서 꼭 그런 건 아니니까, 좀 그렇긴 하지만 그 정도에서 끊고 다음부터는 적당한 선에서 거절하는 연습을 해야 해요. 안 그러면은 불붙어버리지요. 안 해줄 수 없을 생각이 들어서 해준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 다른 아들딸들하고 비교하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해요. “왜 우리만 하고 있어?”라고 하면 조금만 힘들어도 힘들어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은 다른 인생이니까”하고 “우리는 우리끼리만 여기까지만 하자”하는 연습을 하되, 그분이 계속 말하는 것 자체는 생각을 바꿀 수가 없어요.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 자체는 성립되는 말이 아니에요. 그렇지 않으면 좋기는 한데 그렇지 않을 일이 안 벌어져요. 그런 관계에는. 그래서 그걸 계속 쭉 들어줄 수가 없어요. 너무 그렇게 처음부터 잘하려고 하셔서 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지요. 적당히 잘하고 마는 훈련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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