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스님 6월 선물강좌

생명공동체는 어떻게 형성될까?

우선 여기 보면 박테리아의 공생, 공생이라고 이름 붙이기는 좀 그렇습니다만 이것은 근래에 나온 ‘느낌의 진화’라고 안토니오 다마지오라고 하는 분이 쓴 네 번째 책,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으로는 네 번째인데 전부 다 중에 네 번째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찾은 것은 그 가운데 ‘스피노자의 뇌’ 하고 그 다음에 이 책하고 두 권밖에 없더군요, 서점에는. 두 권 다 한번씩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 책에 보니까 이 박테리아가 우리의 조상 중에 조상이죠. 그 조상이 아주 옛날도 마찬가지고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먹이가 풍부하면 각자 혼자 산다고 합니다, 먹이가 풍부한 곳에서는. 근데 생존환경이 나빠지고 먹이가 부족하면 얘들이 속도를 늦추기 시작합니다. 그래가지고 수만 수천 수백만 마리가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그 밖으로 자기들끼리 화학물질을 풍겨가지고 막을 만듭니다. 그래서 내외부를, 그 전에는 이제 세포 하나가 세포막을 중심으로 해서 내외부를 나눴다고 하면, 환경이 안 좋아지면 굉장히 많은 것들이 하나의 막을 형성해가지고 내부 생명 공동체를 이렇게 만든다는 거죠.

근데 저희가 어렸을 때 마을 바로 옆 뒤에서 이제 약수가 있어가지고 그 약수를 타가지고 집에다 오래 놔뒀는데, 한번 열어보니까 개미 수십 마리들이 그 안에서 똘똘 뭉쳐가지고 하나의 공처럼 살고 있더라고요. 언제 들어갔는지도 모르겠는데, 그 나가는 통 속으로 개미가 들어가서 그 속에서 살기가 어려우니까, 그 개미들이 전부 다 뭉쳐가지고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물에 둥둥 떠다니면서 생존활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 개미들이 전부 다 뭉쳐가지고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물에 둥둥 떠다니면서 생존활동을 하고 있더라고요.

마치 그것처럼 박테리아도 생존환경이 안 좋으면 바로 대단위가 하나의 존재처럼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나의 존재처럼 움직이려면 이웃들에게 이야기를 잘 전달해야 돼요. 그냥 모여 있다고 해서 그것이 하나의 생명공동체가 되는 게 아니고, 그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되는데, 그런 것들이 그때 당시는 특정한 화학 물질을 이렇게 주고받으면서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이기적 행위와 이타적 행위

특정한 화학물질을 주고받으면 이 화학물질의 구조가 특정한 양상으로 형성됩니다. 예를 들면 어떤 물질은 어떤 모양과 색깔을 가지고 있고, 또 다른 것은 어떤 색깔과 모양을 가지고 있으면서 서로 다른 모양과 색깔이 우리한테 전해지면 그것이 주는 신호가 서로 다른 줄 압니다.

뭐하고 똑같습니까? 언어를 통해서 자기 이야기를 전달하는 거하고 똑같아요. 거의 문화에 가장 초기형태입니다. 글을 통해서 자기 속의 이미지를 글로 만들어서 그걸 가지고 자기 혼자 생각하고는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생각을 다른 사람한테 전달하는 것이나 가장 초기의 박테리아가 특정한 화학 물질을 방출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해?’라고 말하는 것이나 별 차이가 없어요.

근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삶이 어려움을 맞닥뜨리면 그렇게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약자들이 해야 될 일은 어떤 것인가라고 하는 것을 저 박테리아가 하는 것과 똑같지 않습니까. 우리가 무슨 무슨 조합이라고 해서 굉장한 자본가들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도 많이 계시기는 하지만, 실제 삶의 환경이 어려워지면 우리의 조상들은 박테리아 시대로부터 저것처럼 똘똘 뭉쳐서 삶을 연이어왔다는 거예요.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 신호를 주고받는 방법을 배웠는데, 그것이 오늘날 그래 됐고 이 강의는 뭐가 됐습니까?

당연히 얘들이 다시 살다가 살기 좋은 환경이 와요. 그러면 다시 또 뿔뿔이 흐트러져가지고 각자 생활을 해요. 그러니까 완벽하게 각자 생활도 할 수 있고, 환경에 따라서 공동체 생활도 할 수 있으면서 개체성과 공생체를 함께 살아내는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앞에 똘똘 뭉쳐져 있는 삶을 보면 무슨 삶이라고 할 수 있냐면, 혼자 있을 때보다 함께 그 막을 형성한 안쪽 삶을 위해서 자기가 이타적 행위를 얼마나 해야 되는가 라고 하는 것이 정해지는 거예요.

이타적 행위가 일으켜지지 않으면 그 공생체는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바꿔 말하면 우리의 조상들은 우리 하나하나의 생명체가 삶을 살기 위해서 반드시 이타적 행위를 동반하면서 살아왔다는 거예요. 근래 인간이라고 하는 생각을 생각할 줄 아는, 그리고 주관적 느낌을 느끼고 표현할 줄 아는 생명체가 생성되기 훨씬 이전부터 전혀 자각이 없는 상태에서. 즉 의식적으로 그것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이기와 이타를 동반해왔다는 거예요.

이타적 행위가 일으켜지지 않으면 그 공생체는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바꿔 말하면 우리의 조상들은 우리 하나하나의 생명체가 삶을 살기 위해서 반드시 이타적 행위를 동반하면서 살아왔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타적 행위, 여기서 말하는 증여적 행위가 존재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지금 지구상에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거예요. 그리고 그런 분위기에서는 그처럼 특정한 소통 수단을 가지고 가는 거예요. 다만 이것이 떨어졌을 때 개체성을 산다라고 하는 말은, 이렇게 얻어졌던 문화적 소양들을 작은 하나의 공간 안에서 자기 삶으로 형성돼가는 독특한 생각의 지도를 갖게 된다는 거예요.

정체성이 존재할까?

근래 들어서 우리들을 ‘시민’이라고 부릅니다. 저도 그쪽에 대해선 전혀 잘 모르지만, 유럽에서 쁘띠 부르주아, 소시민.. 부르주아 이렇게 한 것 하고 시민하고 얼마나 잘 연결되어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전에는 이 사회를 지배한다는 사람들은 왕이나 귀족이었습니다. 그러면 지배한다라는 말은 어떤 의미하고 같냐면 왕의 생각이나 귀족의 생각이 내 생각이 돼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사회 현상이 바뀌면서 이제 왕의 영토라든가 귀족의 영토에서 생활하지 않고 장사 등등을 통해서 자본을 형성한 사람들은 이제 무슨 생각을 합니까? ‘왕의 생각대로 살지 않겠어. 나, 귀족의 생각대로 살지 않겠어.’라고 말하기 시작합니다.

시민이라고 하는 것은 자기 생각을 고유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형성된 시대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왕이나 귀족으로 대표되는 권력자들은 되도록이면 자기네 시민들이 자기 생각을 갖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 생각은 이제 자기 생각을 갖고자 하는 개체성의 역할과, 그 다음에 그 생각을 되도록이면 하지 말고 내가 정해진 생각을 가지고 내 삶을 살라고 요구하는 두 가지가 부딪치는 것이죠, 안에서.

그래서 아마 서양에서는 정체성이라고 하는 말을 굉장히 중요시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자기는 고유한 자기 생각의 무늬를 갖는 사람이에요. 나의 정체성이 무엇입니까? 자기 생각의 무늬가 고유해요. 누가 한 말 가지고 ‘너는 이렇게 생각해.’라고 하는 것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것은 자기 정체성이라 하기 어렵죠. 그래서 아마 그쪽 사회에서는 그런 것이 좀 사회적으로 강하게 대두되는 시대가 되는가 하면, 우리 쪽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런 것이 있었지만 불교라든가 그밖에 또 다른 노장철학이라든지 그런 데 보면 정체성이란 것은 부차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 존재하지 않느냐면, 자기 고유한 생각 속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무늬 속에 굉장히 많은 무늬들이 중첩돼 있습니다. 그래서 예를 들면 한 남자에는 남자, 아버지, 아들, 무슨 회사원 등등의 많은 생각들이 중첩돼 있으면서 그 중에 인연에 맞게 남자로서의 생각, 아버지로서의 생각, 아들로서의 생각, 사위로서의 생각을 다 내는 거예요. 그러니까 어떤 것 하나가 자기 정체성을 규정할 수 없다는 거예요. 생각 그 자체가 중첩돼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생각이 다시 발현되기 이전에 근본적으로 생각을 해체시켜버려요.

자기 고유한 생각 속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무늬 속에 굉장히 많은 무늬들이 중첩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하나의 생각이 지속적으로 쭉 가는 게 아니고, 매순간마다 생각이 새로 만들어지는 거예요. 어제도 이 생각했고, 오늘도 이 생각했는데 무슨 생각이 새로 만들어졌습니까 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실제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생각은 매 순간순간 만들어집니다.

 

1
댓글

avatar
최근 항목 오래된 항목 인기 항목
이승현
Guest
이승현

어제 오늘 달라진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들, 알바생, 청소하는 사람… 매 순간순간 새로만들어진 생각이라니…하..다음편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