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산타. 저희는 이번엔 수락산 정상을 향해 올랐습니다.

노원역에서 갈아타고 수락산역에서 하차!

이번 코스를 담당한 저는 전날에 친구들에게 장갑과 등산화는 필참이라고 알렸습니다.

토요산타 시절에 혼자 그리고 추후에 친구들과 같이 수락산에 오른적이 있었습니다.(아득합니다)

그때, 수락산 오르는 길이 백운대보다 스릴이 넘친다고 느꼈기에 장비들을 꼭 챙겨오라고 한것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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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에는 큼직한 돌들이 많습니다. 옆에도 앞에도 밑에도.

저희는 큰 돌들을 사방으로 낀채 걸어갑니다.

빈형이 받치고 있는 저 무시무시한 돌을 처음 봤을 때 마치 거대한 고래 같아서 위압감을 느꼈었는데, 

보겸이는 저걸 보고 뭐랬더라…

바다표범 같다고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납니다.

 너가 뭐라했더라 보겸아

개인적으로 저는 이번 산행 초반에 위기가 한 번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수락산 입구부터 30여분 정도 올랐을까요. 친구들 표정을 살펴보는데 다들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았습니다.

빈형도 보겸이도 재걸형도.

제가 느끼기에는 친구들이 힘들어보인 이유가,

몇 분정도 올라가면 어디가 나오고, 우리가 어디쯤에 와있고 이런 정보가 확실치 않고,

몸 컨디션도 썩 좋지 않다보니 혹시 힘듦이 가중된 게 아닐까하고 당시에 생각했었습니다.

“우리 여기서 내려갈까?” 라고 말을 꺼내야하나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화요 산타 친구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오르고

오르고

또 올라갔습니다.

수락산주봉 637M에 올라 촬영한 역전의 4용사 사진들도 있지만 마스크를 끼지 않아서

이번에 게시는 어렵겠네요.

멀리서 빈형이 찍어주고, ‘원본’으로 보내준 화질이 나아진 사진

너무 높아서 다리가 후들후들 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오랜만에 짧고도 길다고 할 수 있는 제 목숨에 위협을 느꼈었습니다.

그…소보겸씨 포즈 좀 잡아보실래요?

저희는 정상에서 음료수 3캔에 과자 그리고 삶은 계란을 곁들여 먹고 하산하였습니다.

저희는 하산하다가 길을 잃었습니다.

새로운 모험이 시작되는건가? 하고 잠깐 신이 났는데,

뒤를 돌아보니,

괄약근을 조절하며 분투하고 있는 빈형의 모습과,

3시30분에 알바하러 가야 되는 보겸이의  긴장된 표정을 보니

낭만을 즐길 여유는 없어보였습니다. 저도 덩달아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길을 잠깐 헤매다가 마침 어떤 아저씨께서(지팡이를 짚으신, 모자를 쓰고, 가방을 멘, 머리가 듬성듬성 희었던)

수락산역으로 가는 길을 안다고 따라오라고 하셔서

저희는 따라갔습니다. 인상이 크게 나빠 보이시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아저씨가 길을 안내해주시는 모습이 듬직하여 여쭤보았습니다.

재훈 : ” 수락산에 자주 올라오시나 봐요? ”

아저씨 : ” 아뇨, 처음 왔어요. ”

화요산타 일동 : ???

아저씨 : ” 산에서는 표지판만 잘 보고 가면 돼요. (중략) ”

능선을 따라 저희는 한참을 걸었습니다. 체감상 정말 한참이었습니다.

가는 도중에 죄송하지만, 아저씨의 그림자가 있는지 없는지도 확인해보았습니다.

아니 혹시나! 도깨비나 신선이 아니실까?? 우리 너무 돌아가는 거 같은데!!!

그림자 얘기를 꺼내자 화들짝 놀라며 입을 가리던 보겸이가 떠올라 웃깁니다.

등산화가 없어서 운동화를 신고 왔었던 보겸이는 결국 떼구르~ 한바퀴 굴렀습니다.

전 무슨 바닥에서 발레를 하는 줄 알았습니다.

자갈이 많은 내리막길은 등산화를 신어도 미끄럽습니다.

등산화 하나 장만하고 산을 오르면 마음이 그래도 든든할텐데, 보겸아 하나 장만하는 건 어때?

목이 긴 등산화가 발목보호에 괜찮데.

내려오다가 작은 도토리를 머리에 이고 있는 사람을 형상화한 돌도 만나고,

보겸의 지팡이, 나뭇가지도 조심스레 자연으로 잘 보내줍니다.

다음에 또 좋은 인연으로 만나자~

‘천상병 시인’이 사셨던 곳이 이 근처였었나 봅니다. 그의 시와 동상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

봄은 아닌데, 불쑥 봄이 찾아 온 듯 합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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