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영(남산강학원 동고동락)

맹자 A : 고집불통 대장부 맹자

맹자, 양나라 혜왕을 만났다. 왕이 말했다.
“노인장께서 천 리를 멀다 않고 와주셨는데 아마 내 나라를 이롭게 할 방안을 갖고 계시겠지요?”
맹자, 대하여 말씀하시다.
“왕께선 하필 이利를 말씀하십니까! 다만 인의가 있을 따름이외다. 왕께서 ‘내 나라를 어떻게 이롭게 할까?’ 하시면, 대부는 ‘어떻게 하면 내 가문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 할 것이고, 또 사士와 서민은 ‘어떻게 하면 내 한 몸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 할 것이외다. 위아래가 서로 이익을 다투면 나라는 위태로워지게 마련…”

「양혜왕」 (상); 『맹자, 마음의 정치학 1』, 배병삼 옮기고 풀어 씀, 사계절, 47쪽

여기, 한 사내가 있다. 이름은 맹가(孟軻), 우리에겐 맹자(孟子)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맹자…하면 어떤 게 떠오르는가?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주장한 사람(성선설), 자식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했다는 어머니의 고사로 유명한 사람(맹모삼천지교), 공자의 학맥을 잇는 정통 유학자, 논쟁에 강한 달변가, 『맹자』가 한문을 공부하기에 좋은 텍스트라는 것 정도? 유명한 사람이긴 한데 생각보다 아는 게 별로 없다.

『맹자』는 「양혜왕」편으로 시작한다. 인용한 대목은 「양혜왕」편의 첫 장면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기세가 만만치 않다. 왕의 면전에서 저렇게 할 말 다 해도 괜찮을까? 저러다 왕의 비위라도 거스르면 목숨이나 건질 수 있을까?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바에 대해서는 물러설 생각이 없는 사람 같다. 해야 할 말은 다 해버려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같기도 하다. 신념에 따라 거침없이 직진하는 모습이 멋있기도 하지만, 상황 판단 못 하고 들이대는 돈키호테 같기도 하다.

훗날의 일이지만, 언젠가 맹자는 제(齊)나라 외교팀의 명예대표 자격으로 이웃 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실무를 맡은 부대표가 앞에서 일을 다 처리해 버려서 맹자가 할 일이 없어져 버렸다. 맹자는 귀국할 때까지 그와 말도 섞지 않았다. 까칠하다. 때론 위태로워 보이기도 한다. 왕이 불러도 예에 맞지 않으면 초대에 응하지 않는다. 제멋대로에 오만하다. 어디로 튈지 예측불허다. 그의 말과 행동은 자주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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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사내가 있다. 이름은 맹가(孟軻), 우리에겐 맹자(孟子)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맹자...하면 어떤 게 떠오르는가?

그런데 왜? 그런데 왜 맹자는 잊히기는커녕 수천 년간 살아있는 것일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라도 있는 걸까? 당시에는 뒤따르는 무리가 수백 명이었다. 이천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마니아층이 두텁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2,400여 년 전, 한때 잘 나가던 위(魏)나라는 세력이 약해져 동쪽으로 밀린다. 그래서 수도도 대량(大粱)으로 이전했다. 양혜왕은 대량의 혜왕이란 뜻이다. 얼마 전 제나라와의 전투에서 대장군과 아들마저 잃었다.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예전의 영예를 되찾을 수 있을지 애가 탄다.

양혜왕에겐 이 사태를 뚫고 나갈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 당시엔 유세가라는 직업군이 있었다. 이들은 전국시대를 돌파할 비전을 들고 왕들을 찾아 나섰다. 맹자도 그들 중 한 명이다. 양혜왕은 후한 예물로 맹자 일행을 초빙했다. 어떻게 하면 이롭겠습니까? 그가 질문한 ‘리(利)’는 부국강병이다. 지금 국력을 키워 중원의 패자가 되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게 있을까?

그런데 이 사내, 맹자의 대답은 단호했다. 질문이 틀렸다는 것이다. 나에게 고작 이익 따위를 묻느냐는 식이다. 다른 건 모르겠고 난 ‘인의(仁義)’만 말한다는 불통(?)의 선언. 이 남자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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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모르겠고 난 ‘인의(仁義)’만 말한다는 불통(?)의 선언. 이 남자 어쩔...!

바보야 문제는 리(利)가 아니라니까!

질문의 크기가 존재의 크기를 결정한다고 했다(feat.곰숙샘). 맹자는 양혜왕의 질문이 맘에 들지 않았던 게다. ‘어떻게 하면 이로울까요?’ 이런 질문은 어떻게 해서라도, 즉 전쟁을 해서라도 잇속만 차리면 된다는 태도다. 그것이 양혜왕의 ‘리(利)’다. 설령 그렇게 해서 나라가 커진다 한들 어쩔 건가? 그때쯤이면 이미 전쟁으로 인해 백성들의 삶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을 텐데. 하지만 양혜왕에게 그런 건 상관없다. 이웃 나라 왕들도 다 그렇게 산다. 강대국만 되면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다. 인의는 그 다음에 생각해보겠다. 이것이 대충 ‘리(이익)’의 정체다.

맹자와의 만남으로 양혜왕은 이익을 따지는 소인배로 이천 년 넘게 소환된다. 이 대목만 보면 양혜왕이 맹자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양혜왕은 생각처럼 못난 왕이 아니다. 좋은 혈통과 가문을 이어받았으며 중원의 세련된 문물을 보고 자랐다. 할아버지 위문후는 당대 최고 수준의 지식인들을 모아 후원했다. 양혜왕은 그들과 교류하며 문화적 소양을 기르고 정치 감각을 키웠다.

맹자를 만날 당시 양혜왕은 집권 말기, 80대 중반의 노련한 군주였다. 백성을 ‘위할’ 줄도 알았다. 하내 지역에 흉년이 들면 사람들을 하동 지역으로 이주시켰고, 미처 떠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구휼미를 풀었다. 그런데도 백성들은 그의 땅으로 넘어오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마음을 써주는데 왜 나의 백성이 되려고 하지 않을까, 고민한다. 현실감각도 있고 민심도 헤아릴 줄 아는, 나름 괜찮은 왕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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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를 만날 당시 양혜왕은 집권 말기, 80대 중반의 노련한 군주였다.

양혜왕은 이렇게 시혜를 베풀면 백성들이 몰려와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구는 소중한 자산이다. 전쟁에 동원되는 군사력이자 농사짓고 세금 내는 경제력이다. 백성을 위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자신을 위한 방책이었다. 하지만 반전! 백성들은 양혜왕의 계획대로 넘어오지 않았다. 백성들은 생각보다 똘똘하다. 그들도 다 계획이 있다.

차이 나는 질문

나는 왜 『맹자』를 읽는가? ‘인의(仁義)’의 방식으로 중년과 노년의 삶에 대해 질문해 보기. 남들 하는 대로 떠밀려 가지 말고 삶의 본질에 접근해 보라는 뜻일 터. 고전을 공부하면 길이 보일까?

어떻게 나이 들 것인가? 노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50대 중반인 나의 최대 고민거리다. 노년의 준비라는 게 뻔하다. 연금이나 보험, 저축이나 부동산 등의 방법으로 안정적인 수입처를 마련해 놓는 것. 그리고 건강관리.

그런데 『맹자』를 읽으면 이런 방식으로 노년을 준비한다는 게 뭔가 후지고 시시하게 느껴진다. 맹자식으로 노년을 맞이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인(仁)’은 두(二) 사람(人)으로 이루어진 글자의 모양대로 ‘함께 더불어 살기, 사랑, 어짊’을 뜻한다. ‘의(義)’는 ‘옳음, 마땅함, 정의’를 의미한다. 눈앞의 이익을 좇으며 부국강병을 위해 내달리지 말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고민해 보라는 맹자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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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맹자』를 읽는가?

모두가 대충 비슷한 욕망의 흐름에 휩싸여 맹목적으로 흘러간다. 그런데 맹자를 만나면 이런 거대한 시대의 조류에 맞서 다른 길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홀로라도 그 길을 걷겠다는 뚝심을 배울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는 중국 주재원으로 일하는 남편을 따라 칭다오와 상하이에서 12년을 살았다. 쌍둥이 아이는 중국학교 5년, 홍콩계 국제학교 2년, 미국계 국제학교 5년을 다녔다. 난 한국학교의 교과과정을 따로 공부시키지 않았다. 현지 학교의 교육에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아이들 교육에 관한 나의 원칙으로 삼았다. 해서 아이들에게는 사교육도 거의 시키지 않았다.

당시 주위에 있던 많은 한국 엄마들은 방학마다 아이들을 한국에 데려가 따로 공부를 시키곤 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다음 학기 선행학습을 하거나 토플, SAT 등의 과목을 수강시킨다고 했다. 그래도 난 흔들리지 않았다. 공인시험 성적은 대입 전형에서 참고자료로 쓰일 뿐, 그것이 당락을 좌우하진 않으니까. 그런 공부에 거액을 투자하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내가 꽤 소신 있는 엄마라고 생각했다. 이제 와보니 나 역시 나에게 가장 ‘이로운’ 방법을 선택했을 뿐이란 게 보인다. 당시 내가 생각한 공부는 딱 이런 수준이었다. 제도권 안에서 경쟁력 있게 살아남기. 이 궤도를 넘어서 볼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저 방법에 약간(!)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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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대해 의심하고 질문을 던져보기. 상식과 관성이라는 거대한 힘에 맞서기 위해서는 질문의 방향을 틀어야 한다. 내게 『맹자』는, ‘인의’는 그렇게 본질을 겨냥하는 질문이다. 공부하는 맛이 이런 데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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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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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팽
Guest
이달팽

샘 너무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ㅎㅎ
‘인의’만을 말하는 것이 ‘불통’에서, 본질을 겨냥하는 질문으로 전환되는 지점,
맹자에게 ‘인의’는 그런 것이었겠구나 하며 읽었습니다.
(맹자의 ‘두’ 얼굴 중 나머지 한 얼굴에는 또 어떤 매력이 있을지 기대됩니다ㅎㅎ)
또 공부가 샘의 삶과 어떻게 닿아있는지 읽을 수 있어서도 좋았어요~
앞으로도 공부의 맛 함께 즐겨보아요 샘 !!

다영
Guest
다영

와ㅎㅎ 썜 이야기가 진짜 쫄깃쫄깃해요ㅋㅋ! 썜의 뚝심있는 맹자 읽기가 앞으로도 너무 기대됩니다!!!ㅋㅋ

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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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훈

다음글이 기대됩니다. 쌤이 삶의 본질과 연결된 공부를 어떤 방향으로 풀어가실지 궁긍합니다.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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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이대로 끝나다니요!! 빨리 다음 글이 읽어지고 싶어집니당~~^^
생각하시던 노후준비가 후지게 느껴지셨다니! 어떤 노후준비(?)를 해가실지, 맹자는 ‘리’가 아니라 ‘의’를 어떻게 얘기할 궁금해집니당!!
공손추도 화이팅!

윤미옥
Guest
윤미옥

문영샘
안녕하세요.
글이 저를 마구 마구 이끌어가네요.
그리고 이렇게 댓글까지 달게하다니! 이런!!
지난해 함께 글쓰기했던 동기로서
부럽기도 하고 축하하는 마음도 크고 그렇습니다^^
올해 감이당에서 한번 뵜을때, 정말 눈을 반짝거리면서
함께 맹자 공부하자고 권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부러워하면 지는 것이다라는 글귀를 본적이 있어요.
제가 오늘 선생님께 크게 패했습니다^^

문영샘
샘의 공부, 글쓰기, 맹자님과의 진한 만남 모두모두
응원합니다.
그리고,
‘질문의 방향’을 어떻게 틀어야 하는지 샘께 배우고 싶습니다.

문영
Guest
문영

이런!! 미옥샘^^
응원 감사합니다.
잘 지내시죠?
글…이란 게 참 묘하네요.
누군가와 이렇게 연결되는 느낌..신기하면서도 묵직합니다.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p.s 내년에도 같이 공부하자고 졸라야쥐..^^

이유진
Guest
이유진

와 문영생 재미있게 읽었어요. 다음편이 기다려진다는 ㅎㅎ
양혜왕에게 다르게 질문하기 신공을 보인 맹자에게서 문영샘의 삶에서 다르계 질문하기를 보시는군요. 앞으로 읽을 글들이 기대됩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