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복

자신환(滋腎丸) 갈증은 없으면서 소변이 막힌 것을 치료한다. 황백, 지모(둘 다 술에 씻어 약한 불기운에 말린 것) 각각 1, 육계 반 돈. 위의 약들을 가루 내서 물로 반죽하여 벽오동씨만 하게 환을 만든다. 빈 속에 끓인 물로 100환씩 먹는다. 일명 설신환(泄腎丸)이라고도 한다. 어떤 사람이 소변이 나오지 않으면서 배가 불러 오르고 다리가 부으며, 양쪽 눈동자가 볼록하게 나오고 밤이나 낮이나 잠을 자지 못하여 그 고통이 이루 다 말할 수 없었고 구역질과 딸꾹질까지 심한 병을 앓아 여러 의원을 찾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이에 동원(東垣)이 말하기를 방광(膀胱)은 진액지부(津液之府)로서 기화(氣化)가 잘 되면 소변이 잘 나온다. 소변이 나오지 않는 것은 음()이 없어져서 양기(陽氣)가 운화되질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평소에 봉양을 잘 받아 고기나 기름진 것을 너무 많이 먹어서 열이 쌓인 까닭에 병이 된 것이다. 방광은 신()의 부()인데 열이 쌓인지가 오래되어 마르다 보니 소변이 만들어지지 않게 되어서 지금 내외(內外)가 다 막히는 병에 걸려 있으니 죽음이 조석에 달려 있다. 그러나 하초(下焦)를 치료한다면 그 병은 저절로 나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곧 이 처방을 써서 먹이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오줌이 샘솟듯 하면서 곧 나았다.

(동의보감, 내경편, 소변, 488)

어쩌다 가끔 오줌이 조금만 시원하게 안 나와도 여간 불편하지 않다. 그런데 아예 나오지 않는다면 그 괴로움이 오죽할까. 다리와 배가 붓고 눈동자가 불룩 나올 정도이니 독소가 몸 안에 가득했으리라. 요즘은 투석으로 몸의 독소를 빼지만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내가 아는 분은 매 번 서너 시간씩 이틀에 한 번 꼴로 하고 있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숨 쉬고 먹고 자고 움직이는 모든 생리 활동이 아파야 고맙고 자연스러운 일임을 알게 된다.

오줌은 소화의 단계에서 가장 나중에 만들어지는 최종 결과물이다. 어떻게 살았는가를 알 수 있는 증거물이기도 하다. 입으로 들어온 음식은 어떤 여정을 거쳐 여기까지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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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의 형성 경위: 소변은 곧 청탁으로 분별된 수액이 방광으로 삼투되어 들어갔다가 배출되는 것이다. 내경에서는 수액은 위()로 들어가 그 정기가 넘쳐 올라 비장(脾腸)으로 수송되고 비장이 정기를 퍼뜨리고 수송하는 작용을 거쳐 다시 폐()에까지 수송된다. 그리고 폐가 전신의 수액이 운행하는 길을 소통시키고 조절해주는 작용을 거쳐 수액을 방광(膀胱)으로 내려 보낸다.”라고 하였다. 곧 소변은 또한 물과 같이 정미(精微)한 기가 비()와 폐()로 올라가서 운화(運化)된 뒤에 이루어진 것이다. 내경에서는 방광은 진액이 저장되는 곳인데 기화의 과정을 거쳐 오줌을 체외로 배출시킨다라고 하였다.

(위와 같은 책, 484)

 

입으로 들어온 음식물은 위에서 부수어지는데 무겁고 탁한 기운은 아래로, 가볍고 맑은 기운은 비장으로 간다. 비장에선 다시 그 정기를 폐로 보낸다. 폐에는 모든 경락이 모여 드는 데 그 경락을 통해 다시 하부로 보내 신진대사에 쓰이게 한다. 생리대사 후에 쓸모 없는 수액을 방광으로 배출하여 폐와 호흡통로의 청결을 유지한다. 위에서 비장으로, 폐로, 방광으로.

한편 위에서 1차 소화가 된 음식물은 소장에서 받아들여 2차 소화를 거치는데 이때 소장은 정미로운 것과 무거운 찌꺼기를 만들어낸다. 정미로운 것은 비장으로 올라가 폐로 보내져서 전신으로 퍼지고 무거운 것은 소장의 아래구멍으로 내려와 난문(闌門)에서 오줌과 똥으로 갈리게 된다. 소장과 대장이 접한 곳에 난문이 있는데 거기에서 액체는 오줌으로서 방광으로 들어가고 찌꺼기는 대장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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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광은 오줌이라는 진액이 고여있기 때문에 ‘진액지부’라고도 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방광에 고여 있는 것이 아니라 오줌보에 고여 있다. 오줌보는 방광안에 있다. ‘오줌을 담아두는 그릇이다.’(위의 책 484쪽)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오줌보는 상구는 있지만 하구가 없다는 점이다. 받아들이는 구멍은 있지만 내보내는 구멍은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오줌은 어떻게 밖으로 나갈까?

오줌보가 방광 속에 자리잡고 있음에 상구(上口)는 있으나 하구(下口)는 없으므로 진액이 오줌보에 찼을 적에는 그것이 저절로 갈 곳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기화(氣化)의 작용을 말미암아 점차적으로 오줌보의 겉으로 스며나오게 되고 오줌보 아래의 빈 곳에 쌓여서 마침내 오줌이 되어 전음(前陰)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만약 오줌보의 아래에 빈 곳이 없다고 한다면 사람이 소변이 급해서 변소에 달려간다고 하여도 어떻게 금방 나오겠는가? 오직 오줌보 아래의 빈 곳에 가득차서 더 담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기 때문에 급해지는 것이고, 급해서 변소에 달려가게 되면 곧 나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책, 484)

 

아직 오줌보에 고여 있는 오줌은 내려갈 구멍이 없으므로 오줌보의 겉으로 스며나와 오줌보 아래의 빈곳에 고여 있다가 가득차면 밖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이때 오줌보의 겉으로 나오려면 신장의 힘이 필요하다. 방광은 신장과 짝이 되는 장부다. 그래서 신장의 힘으로 오줌보가 데워진다. 그 열기로 오줌이 오줌보 밖으로 스며나오는 데 이를 기화(氣化)라 한다. 오줌이 따뜻한 이유이다.

신장은 물을 주관하는 기관이다. 음(陰)의 기관이다. 그런데 어떻게 오줌보를 데울 수 있을까? 신장은 두 개의 팥알처럼 생긴 것이 마주보고 있는 데 오른 쪽에 있는 명문(命門)이 신장이면서도 화(火)를 주관한다. 음화(陰火)라 할 수 있다. 이 명문화(命門火)가 오줌보에 있는 오줌을 데우는데 문제는 이 명문화가 너무 셀 때이다. 너무 세면 왼쪽 신장의 물을 마르게 해서 오줌을 기화시킬 힘이 없어져 버린다. 그러면 오줌이 차 있어도 나오지 않게 된다. 오줌 즉 수분이 있으니 갈증은 없다. 그러나 마침내 방광에 고여 있던 오줌마저 졸여져 오줌이 만들어지지 않게 된다. 화가 너무 세서 상대적으로 음이 약해진 현상. 음허(陰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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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은 두 개의 팥알처럼 생긴 것이 마주보고 있는 데 오른 쪽에 있는 명문(命門)이 신장이면서도 화(火)를 주관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술을 많이 마시거나 고기나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열이 발생한다. 이 의원은 환자가 기름진 음식을 오랫동안 많이 먹은 것으로 보았다. 아마 환자의 평소 식습관을 알고 있는 모양이다. 봉양을 잘 받아 이리 되었다 하니 자식들이 얼마나 잘못 효를 하였는지 알 수 있다. 나이 들수록 담백한 음식을 먹어야 정(精)이 생길텐데 말이다.

자신환의 약재로 쓰인 황백은 지나치게 타오르는 명문의 불을 제압하고 지모는 왼쪽 신장의 물을 충분히 만들어주도록 한다. 육계는 이 물과 불이 화합하여 기화를 일으키도록 인도한다.

떠날 때가 되면 떠나야 하는 법. 소화의 각 단계에서도 이 일은 일어난다. 입에서 위로 비장으로 폐로 소장으로 방광으로…… 이제 마지막으로 방광에서 오줌이 떠나야 할 차례다. 떠날 것은 떠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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