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약자가 살아가는 법 - 3)

근영(남산강학원)

‘욜로’라는 말이 있다. 이삼십대들 사이에서 새롭게 등장한 라이프 스타일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영어로는 YOLO,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이고, 뜻은 ‘인생은 오직 한 번뿐’이라는 거다.

한 번뿐인 인생?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같다. 그렇다. 니체가 말한 존재의 유일무이성과 어딘가 비슷하다. 그런데 막상 그 욜로라는 것을 들여다보니, 음……당연하게도(?) 니체와는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니체에게 존재의 유일무이성은 존재의 고양, 삶의 탁월함으로 이어진다. 이에 반해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욜로는? 결론이 ‘즐겨!!’다. 그러니까 인생을 즐기라는 것이 욜로가 말하고픈 핵심인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니, 욜로라는 것이 그렇게 특이한 현상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삶에 대한 이런 태도는 버전을 달리하며 예전부터 계속 있어 왔으니까. 이를테면 ‘현재를 미래에 저당 잡히지 말자’라든지, ‘현재에 집중하자’ 혹은 ‘지금 여기가 전부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표현은 약간씩 다르지만 이들이 이르는 결론은 하나다. 인생이란 모름지기 즐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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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모름지기 즐기는 것!

이런 욜로식의 세계관, 그러니까 인생은 즐기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니체적인 삶은 대체로 어리석어 보인다. 그들은 말할 것이다. 존재의 고양? 탁월한 삶? 왜 굳이 그렇게 삶을 힘들게 살려 할까, 그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나, 삶을 너무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가, 산다는 게 뭐 별 거라고! 해서 그들은 즐긴다. 먹고 싶은 것 먹고, 사고 싶은 것 사고, 가고 싶은 곳에 가고……

그런데 그렇게 현재를 즐기려다 보니, 묘하게 상황이 역전된다. 미래를 현재로 당겨와 써버리는 일이 벌어진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카드 명세서나 마이너스 통장을 보라. 게다가! 삶이란 모름지기 즐기는 것이라는 기치 아래, 끝간 데 없이 즐길 거리에 탐닉해 들어가며, 더 강하고 색다른 자극들을 찾고 또 찾아간다. 감각적 쾌락의 극대화……버닝썬이나 n번방 같은 사건들……이것을 즐거운 인생이라 해야 할까? 이건 삶을 즐긴다기보다는 삶을 망치는 것이 아닌가.

이처럼 욜로적 세계에서 삶은 탕진하듯 써버리는 모습으로 드러난다. 그것이 그 세계의 즐거움이다. 환락이야 있겠지만, 활력은 느껴지지 않는. 내일은 없다는 듯, 오늘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 그렇게 즐기는 모습에는 어떤 체념, 어떤 허무가 있다. 그렇다. ‘현재에 집중하자, 지금 여기가 전부’라는 말 아래에는 미래에 대한 불신이 자리한다. 그렇다면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말은? 삶이란 별 거 아니라는 것의 반어적 표현일 뿐이다! 그러니 욜로적 세계가 진정 하고 싶은 말, ‘인생 별 거 없어, 즐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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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적 세계가 진정 하고 싶은 말, ‘인생 별 거 없어, 즐겨’인 것이다.

욜로적 세계에서 삶은 그닥 가치있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이상하다. 우리는 모두 존재의 유일무이성을 삶의 조건으로 갖고 있지 않은가. 그만큼 삶이란 두 번 다시는 없을 소중한 것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욜로적 삶에서 인생은 별 게 아니다. 삶에 대한 회의가 존재의 유일무이성을 대신하고, 허무주의적 쾌락이 삶의 고양을 대신한다. 거꾸로 된 삶이다.

어떻게 이런 전도된 세계가 출현하게 된 것일까. 이번에도 우리 니체씨의 혜안을 빌려보자.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지만, 니체 역시 이 거꾸로 된 삶과 마주했었다. ‘데카당스’, 욜로의 19세기 버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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