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복

식성(息城)의 사후(司侯)는 부친이 적에게 피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슬퍼하면서 통곡하였다. 그렇게 통곡하고 나자 갑자기 가슴이 아픈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날이 갈수록 그치지는 않고 한 달쯤 지나자 사발을 엎어 놓은 것 같은 덩어리가 가슴에 생기면서 감당할 수 없이 아파서 온갖 약을 써 보았으나 효과가 없었다. 대인(戴人)이 무당을 불러 헛소리를 장황하게 늘어놓아 환자를 웃기게 하니, 이 때에 이르러 그는 크게 웃고 참을 수 없으면 얼굴을 돌려 벽을 향하곤 하였다. 며칠을 그렇게 하자 심중(心中)의 맺힌 덩어리가 모두 없어졌다. 대인이 말하기를, “걱정이 지나치면 기가 뭉치고, 기뻐하면 기가 흩어진다라고 하였다. 또한 기뻐하는 것은 슬퍼하는 것을 이긴다. 내경(內經)에는 이미 이러한 방법이 있다라고 하였다. (외형편, ‘’, 744)

살다 보면 슬픈 일을 당하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부모상을 당할 때보다 더할 때가 있을까? 장례 때에는 조문객을 맞이하고 장례 절차를 지키느라 겨를이 없다가도 모든 게 끝나고 혼자가 되면 가슴이 저며와 견디기 힘들다. 집안 어딘가에 계신 것만 같고 자주 가는 장소에 서 계신 듯하고 자식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자식을 위하셨던 소소한 일까지 떠올라 그리움에 사무치게 한다. 오래 앓지 않으시고 빨리 떠날수록 그 허전함은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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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적에게 피살되었을 때의 슬픔이야 말해 무엇하랴. 자식으로서 이보다 더 비통한 일도 없을 것이다. 마지막을 지켜드리지 못한 죄스러움, 최소한의 장례 절차도 차려드리지 못한 원통함이 가슴을 쳤으리라. 통곡 밖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슴에 사발만한 덩어리가 생길 정도이니 그 통곡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병이 생길 정도로 슬퍼하는 것은 돌아가신 아버지에게도 효가 아니다. 아버지가 아신다면 좋아하실 리가 없다. 자식이 아파하는 것을 어느 부모가 좋아할까.

나도 옛날에 아버지를 여읜 후 위태했었다. 어디에든 다 아버지가 계신 것만 같아서 무엇에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앉아도 서도 아버지만 생각나서 일상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덜컥 겁이 났다. 서점에 가서 이젠 제목도 잊어버렸지만 어떤 불교에 관한 책을 구해서 읽어 어찌어찌 마음을 진정시켰던 적이 있다. 멀리 파도가 밀려왔다가 사라지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왔다 가는 것이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위의 경우에 의원은 기쁨으로 슬픔을 치료하고 있다. 무당에게 헛소리를 장황하게 늘어놓아 환자를 웃게 만들었다. 요즘 말로 하면 개그를 시킨 것이다. 옛날엔 무당이 개그까지 했던 모양이다. 아무리 참으려 해도 안 돼서 개그를 안 보려고 벽을 향해 얼굴을 돌리고 있으니 얼마나 우스우면 이럴까. 마침내 참지 못해 웃음을 터뜨리는 환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며칠 동안 웃긴 걸로 보아 증상이 심각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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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감정에 따라 기가 뭉치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한다. 슬픔이나 생각이 지나치면 뭉친다. 뭉치면 기혈순환의 통로가 막히므로 아플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은 감정으로 다시 풀 수 있다. 기쁨은 화(火) 기운이다. 이는 뭉친 기를 흩어지게 한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이때는 기쁨이 약이다.

이는 오장육부와 오행의 관계로도 알 수 있다. 감정은 우리 몸의 오장 육부에서 나오는 현상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슬픔은 폐가 주관하고 금(金)의 기운이다. 오행의 상극관계로 볼 때 금을 이기는 것은 불(火)이다. 불은 금을 녹이기 때문이다. 화극금(火克金). 그런데 화가 바로 심장이고 심장이 주관하는 감정은 기쁨이다. 그래서 기쁨으로 슬픔을 이길 수 있다. 웃음 한 방이면 끝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기 때문에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아무리 슬픈 일이 있는 사람도 우스갯말을 듣거나 우스운 일을 보면 웃게 마련이다. 우리의 몸과 감정은 그렇게 변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부모를 여의고 품 안에 자식을 묻고 와도 돌아서면 밥을 먹고 기쁜 일이 생기면 웃으면서 살게 되어 있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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