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진(감이당 장자스쿨)

火天 大有

大有, 元亨.

대유괘는 크게 형통하다.

初九, 无交害 匪咎 艱則无咎.

초구효, 해를 끼치는 것과 무관하니 허물이 아니니, 이 상황을 어렵게 여기고 조심하면 허물이 없다.

九二, 大車以載 有攸往 无咎.

구이효, 큰 수레로 짐을 싣고 가는 것이니, 나아가는 바가 있어 허물이 없다.

九三, 公用亨于天子 小人弗克.

구삼효, 공(제후)이 자신의 재물을 써서 천자를 형통하게 하는 것이니, 소인은 할 수 없다.

九四, 匪其彭 无咎.

구사효, 그 성대함을 드러내지 않으면 허물이 없다.

六五, 厥孚交如 威如 吉.

육오효, 진실한 믿음을 가지고 더불어 사귀는 것이니, 위험이 있으면 길하다.

上九, 自天祐之 吉无不利.

상구효, 저절로 하늘이 도와주니, 길하고 이롭지 않음이 없다.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그런 순간이 없다고 한다면 좀 불행한 일이지 싶은데, 다행스럽게 몇 가지 장면들이 떠오른다. 동네 골목에서 놀던 어린 시절에 갖고 싶었던 축구공이 생겼을 때, 대학에 들어와서 못할 것 같았던 연애를 하게 되었을 때, 결혼을 하고 3년 만에 첫아이가 태어났을 때, 중년이 되어 책읽는 즐거움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을 때 등등… 여튼 이런 순간들의 공통점은 삶에서의 풍요로움을 느꼈다는 것일게다. 어느 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고, 그 넘치는 마음을 괜히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했던 것 같다. 이러한 풍요로움을 많이 만들어내면서 앞으로의 삶을 살아야 하지 않나 싶다. 주역 64괘중에서 이러한 풍요로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괘가 화천대유(火天大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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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괘의 모습은 이(離)괘가 상징하는 불[火]이 위에 있고, 건(乾)괘가 상징하는 하늘[天]은 아래에 있다. 그러니까 불이 하늘 위에 있어, 가장 높은 곳에서 멀리까지 비출 수 있는 모양이다. 하늘 한가운데 떠있는 태양을 연상하게 한다. 또, 하나 밖에 없는 음효가 군주의 자리인 오효(五爻)에 있다. 오만하지 않고 유한 태도를 지니고 있는 육오효가 강건한 구이효를 비롯한 양효들과 호응하며 그것들을 거느리고 있는 상이다. 이러한 모습들을 대유(大有)라고 했다. 정이천은 대유란 성대하고 풍성하게 소요한 것”[大有, 盛大豊有也] <역전, 327>이라고 풀었다.

이렇듯 대유는 풍족한 소유, 풍요로움의 뜻이다. 괘사는 대유는 크게 형통하다[大有, 元亨]고 풀고 있다. 그래서 점을 쳐서 대유괘가 나오면 금전운이 최고다, 좋은 사람을 만난다, 취업이나 시험 등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등으로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대체로 좋게 해석을 한다. 하지만, 공자는 모든 것이 많아지고 풍성해지면 이를 탐하고 욕심이 생기는 마음에 때문에 죄짓는 사람이 많아진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한 점을 경계하면서 군자는 악을 막고 선을 밝혀서 하늘의 도에 순응해서 명을 아름답게 한다[君子以 遏惡揚善 順天休命]’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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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자는 모든 것이 많아지고 풍성해지면 이를 탐하고 욕심이 생기는 마음 때문에 죄짓는 사람이 많아진다고 생각을 했다.

각각의 효에서도 풍족함에 대한 다양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초구(初九)에서는 사람이 풍족하게 소유하게 되면 스스로 허물을 자초할 수 있기 때문에 ‘풍족한 소유의 어려움을 알면 허물이 없게 된다[艱則无咎]’고 하였다. 구이(九二)는 중도를 얻어 과도함이 없기 때문에 풍족한 소유를 감당할 수 있는 모습을 ‘큰 수레로 짐을 싣고[大車以載]’ 가는 것으로 비유해서 보여주고 있다. 구삼(九三)은 풍족한 소유를 사사롭게 쓰지 말아야 함을 ‘천자를 형통하게 하는 것[公用亨于天子]’에 견줘 말해주고 있다. 구사(九四)는 ‘풍족한 소유를 드러내지 않는[匪其彭]’ 지혜가 필요함을 얘기하고 있다. 육오(六五)는 풍족한 소유를 하면서 ‘진실한 믿음을 가지고 교류해야 한다[有孚交如]’는 점을 가르치고 있다. 상구(上九)는 현자를 존중할 줄 알고 풍족한 소유를 독차지 하지 않으면 ‘저절로 하늘이 돕는다[自天祐之]’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이처럼 각각의 효에서 보여주고 있는 가르침을 읽으면서 풍요로움의 시대에 저절로 하늘이 돕기까지 한다는 상구효가 눈에 들어왔다. 하늘이 돕는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상구효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하늘은 아무나 돕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상구효를 대한 나의 첫 마음은 사실 ‘공짜 점심’을 원하는 그런 것이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그냥 하늘이 도와주면 좋겠다는 일종의 도둑놈 심보였다. 이것은 마치 1주일 내내 못된 짓을 하고 죄를 지은 자가 하루 교회에 가서 막대한 헌금을 내고 속죄하겠다는 것과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신이 있다면, 그의 죄를 용서해주지는 않을 것 같다. 아니 용서해 주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안 그래도 지금 세상은 돈과 재물로 하늘로부터의 도움을 사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말이다. 이러한 때에 ‘자천우지’의 뜻을 제대로 아는 것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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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구효는 중국 하은주시대의 주(周)나라를 세운 무왕(武王)의 동생인 주공과 관련되어 있다. 폭군이었던 은(殷)나라 주왕(紂王)을 주살하고 주나라를 창건한 무왕이 3년만에 병사한 후 주공은 형님의 유언을 받들어 어린 조카인 성왕을 천자의 자리에 앉히고 7년동안 어린 천자를 도왔다고 한다. 형님과의 신의를 지키고, 천리를 따를 것을 생각하며, 천자인 성왕을 돕는 주공의 그러한 모습을 보고 하늘이 도와 길하고 이롭지 않음이 없다고 한 것이다. 공자의 주역 해설서인 『계사전』에서도 이 상구효를 풀고 있다. 믿음있게 행동하고, 하늘의 도에 따르는 것을 생각하며 또한 현명한 이를 숭상한다. 그 때문에 하늘이 도우니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다[履信 思乎順 又以尙賢也 是以 自天祐之 吉无不利也]”고 하였다. 이것을 정리해보면, ‘자천우지’를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첫째가 믿음있게 행동해야 한다[履信], 둘째가 하늘의 도를 따르려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思順], 셋째가 현명한 이를 숭상할 수 있어야 한다[尙賢]는 것이다.

이 3가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평상시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신의를 지키는 것이 기본이 아닌가! 순리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하려고 하지 않는가! 현명한 이를 보면 좋아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는가! 혹시 이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지금의 세상이 신의보다는 이해득실을 먼저 따지고, 돈 때문에 순리에 어긋나는 짓을 마구 해대고, 현명한 이를 시기하고 질투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일상이 어떠하든지 상관없이 하늘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탐욕스러운 마음 때문인가? 그래 어려워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용기와 지혜가 필요할 뿐이지 어려운 일은 아닌 듯하다. 어쩌면 코로나19를 겪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삶의 태도와 자세일지도 모른다. 이 3가지를 일상에서 행하자. 그렇게 되면 저절로 하늘이 도와주는 것처럼 길하고 이로울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늘이 그런 우리를 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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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그런 우리를 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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