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복

어떤 부인이 아이를 낳고는 혀가 나와서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주진(周眞)이 그를 보고 주사(朱砂)를 혓바닥 위에 붙이고 아이를 낳는 모습을 취하게 한 다음 여자 두 명이 그 부인을 붙들고 있게 하였다. 그리고 벽 밖에 질그릇을 올려 놓았다가 떨어뜨려서 소리가 나게 하였는데 소리를 듣자마자 혀가 줄어들었다. (외형편, ‘구설’, 684쪽)

아이를 낳을 때의 산고는 뼈마디가 무너지고 힘줄이 늘어나는 고통이다. 산모가 자기도 모르게 지르는 괴성이 그것을 나타낸다. 하지만 산후에는 산모의 몸이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잡으니 몸의 회복력이 신비하고 고맙다.

그런데 회복하지 못하고 무너지고 늘어진 채로인 경우가 있는데 위의 경우처럼 혀가 늘어진 후 수축되지 않은 경우도 있나보다. 동의보감에서 이런 사례를 처음 본다. 어떻게 하면 혀를 줄어들게 할 수 있을까? 혀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 병증이다. 그러므로 줄어드는 병증을 이용해서 고칠 수 있다.

족궐음 간경의 기()가 끊어지면 혀가 말려들어가서 짧아진다. 궐음(厥陰)은 간()경이다. 간은 힘줄을 주관하는데 그 경근은 생식기를 돌아 혀뿌리까지 간다. 그러므로 간기가 끊어지면 혀가 말려들고 음낭이 오그라든다. (위의 책, 684)

혀는 심의 외부기관이다. 심장에 병이 생기면 혀가 말려들어가 짧아진다.(위의 책, 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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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병이 생기면 혀가 말려들어가 짧아진다.

혀가 나왔다는 것은 산모가 온 몸에 힘을 주고 소리를 지르면서 혀뿌리의 힘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간은 힘줄을 주관한다. 그런데 간의 경맥인 족궐음 간경은 생식기를 지나 혀뿌리를 지난다. 간기가 끊어지면 혀의 힘줄이 수축되어 혀가 말려들면서 말을 못하게 된다. 이 또한 병증이다. 하지만 혀가 나온 사람에게 이것을 적용하면 나온 혀가 줄어들게 되니 치유가 된다. 병을 이용해서 병을 치료할 수가 있다. 와우! 기발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혀뿌리의 힘줄을 줄어들게 할 수 있을까? 간기를 일시적으로 끊어지게 할 수 있을까? 의사가 보기에 그것은 산모를 놀라게 하는 것이다. 놀라면 힘줄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놀람을 주관하는 것은 신장이다. 신장은 귀와 통한다. ()은 귀를 주관한다. 또한 신()과 관련된 구규(九竅)는 귀이다(654)’. 신장 또한 경맥(족소음신경)이 혀뿌리 까지 이른다. 따라서 소리로 놀라게 하면 놀람의 기운이 혀뿌리에 전해지고 혀뿌리의 간경이 수축되어 줄어든다. 그래서 의사는 일부러 질그릇을 올려 놓았다가 떨어지게 했다.

그런데 왜 하필 질그릇을 떨어뜨렸을까? 질그릇은 옛날엔 집안의 필수 살림살이로 가장 귀중한 것이다. 장을 담그고 쌀, 음식을 담는 용기가 질그릇이다. 그것이 깨질 때 여자는 마음이 아프다. 마음이 상하면 혀가 오므라들며 말이 잘 안 나온다. 너무 슬프거나 충격을 받았을 때 말이 안 나오는 경우를 우리도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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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는 모습을 취하게 한 이유는?

내경에서 황제가 묻기를, “어떤 사람은 임신 9개월에 말을 못하게 되는데 이것은 무슨 병입니까?”라고 하였다. 이에 기백이 대답하기를 자궁의 낙맥이 태아의 압박을 받아 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자궁의 낙맥은 신에 연계되어 있는데 족소음신경은 안으로는 신에 관통하고 위로는 설근에 이어져 있으므로 태아가 커져 자궁의 낙맥을 압박하게 되면 족소음신경에 영향을 미치어 말을 못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달리 치료할 필요 없이 10개월이 되어 분만하게 되면 자연히 회복됩니다라고 하였다.” (위의 책, 잡병편, ‘부인’, 1674)

임산부의 혀가 오그라드는 것은 놀라서 심장과 신장이 상할 때 뿐 아니라 태아가 커져 자궁의 낙맥이 눌렸을 때도 해당한다. 신장 경맥이 혀끝에도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때는 10개월이 되어 분만하면 저절로 회복된다. 그러나 아이를 낳은 후에도 말을 못한다면 거꾸로 자궁의 낙맥이 압박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산모가 아이 낳는 자세를 취하도록 했다. 그리고 놀람으로 자궁의 낙맥을 압박하였다.

혀에 주사를 붙인 것은 나쁜 피가 심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혀는 심에 속한다.(위의 책, 잡병편, 구설, 677쪽) 혀는 심장과 통하는데 심장에 나쁜 피가 들어가면 혀가 뼛뼛해지며 막힌다. 주사는 나쁜 피가 심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주는 약재다. 그래서 의사는 혀가 뻣뻣해지고 오그라들도록 처방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쁜 피가 심장에 들어가는 것만은 막기 위해서 혀에 주사를 붙인 것이다.

주사를 혀에 붙여서 혀가 오그라들지 않도록, 근본적으로는 병이 나지 않도록 처방을 해가면서 동시에 혀가 오그라드는 병이 나는 처방을 함으로써 혀가 늘어진 병을 고치는 이 이중의 절묘한 처방! 환자를 위하는 지극한 마음이 아니면 이런 처방은 불가능할 것이다. 두 여자에게 산모를 붙잡게 하여 아이를 낳는 모습을 취하게 한 것도 의사의 기막힌 연출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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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위하는 지극한 마음이 아니면 이런 처방은 불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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