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복

어떤 사람이 구취가 심한 병을 앓았는데 마치 변소에 간 것 같아 친척들 조차도 마주보고 말하려 하지 않았다. 이에 대인(戴人)이 말하기를 폐금(肺金)은 원래 비린내를 주관하는데 지금 폐금이 화()의 억제를 받고 있는 바, 화도 냄새를 주관하므로 문득 이렇게 된 것이다. 이것이 오래되면 썩은 냄새로 변하는데, 썩은 냄새는 신()이 주관한다. 이것은 화기(火氣)가 극도에 달하면 도리어 수()의 작용까지 겸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병이 상초에 있으면 토해내야 하므로 차조산(茶調散)을 써서 토하게 하였더니 병이 10분의 7이 나았다. 그 다음, 밤에 주거환(舟車丸)을 먹여서 5~7차례 설사하게 하였더니, 아침이 되자 냄새나던 것이 없어졌다.(외형편, ‘구설’, 679)

 

 

우리는 요즘 코로나로 어쩔 수 없이 마스크를 써서 입을 막고 다니지만 입은 얼굴에서 신성한 곳이다. 『동의보감』이 인용한 도교 경전인 『황정경(黃庭經)』에서는 입을 옥지(玉池)라고 했다. 옥처럼 맑은 물이 솟는 연못이라는 뜻. 그 맑은 청수(淸水)는 침이요, 혀는 영근(靈根) 즉 샘물이 솟는 신령스러운 뿌리다.

입은 음식물을 먹어 정(精), 기(氣), 신(神)을 만들고 그 기운이 마음이 되고 말이 되어 최종적으로 나오는 곳이다. 관계와 접속을 가능하게 하는 현장이다. 말 한 마디 잘 해서 천 냥 빚도 갚을 수 있는 반면 잘못 사용하면 세 치 혀로 망할 수도 있으니 입에서 나오는 말에는 신령스러운 힘이 있다고 할 만하다.

성경에서도 입에서 나오는 숨과 침을 신성하게 여긴다. 천지창조 때 하느님은 아담에게 입으로 숨을 불어 넣었고 예수님은 장님의 눈에 침을 발라 치유했다. 민간에서도 입김과 침을 일상의 약으로 사용했다. 아이가 놀라거나 다친 부위에 호오하고 숨을 불어주면 아이는 금방 웃으며 다시 논다. 벌레에 물리거나 소소한 피부병엔 침을 발라 치료했다. 나도 올해 장마에 텃밭에 들어갔다가 진드기에 물렸는데 오랫동안 아프고 가려웠다. 하지만 꾸준히 침을 발라 낳았다. 물파스보다 훨씬 효과가 좋았다. 입에는 우리 신체의 온 힘이 모여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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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는 심()에 속한 기관으로서 오미를 구별하여 오장으로 나누어 보낸다. ()의 본 경맥(經脈)은 혀뿌리에 연결되어 있고 비()의 낙맥(絡脈)은 혀의 양쪽에 연결되어 있으며 간()의 경맥은 생식기를 돌아서 올라와 혀 밑에 연결되어 있고 신()의 진액(津液)은 혀끝에서 나와 오장(五臟)으로 분포되는데 심()이 실제로 이것을 주관한다.(위의 책, ‘구설’, 677)

 

 

혀에는 오장의 경맥이 모두 모여든다. 그래서 이런 신령스런 힘을 발휘하는지도 모른다. 입에서 오미를 변별하여 오장에 보내고 오장은 그 힘을 다시 혀에 보내어 소통한다. 그 중에서도 심이 경맥들을 지휘한다. 여기서 오미(五味)란 감각적인 맛일 수도 있고 오행(五行)의 기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심기는 밖으로 혀와 통해 있기 때문에 심기가 조화되어야 혀가 오미를 변별할 수 있다’(위의 책, 677) 만약 심을 비롯한 오장에 사기(邪氣)가 들어오면 입에서 냄새가 날 수 있다. 냄새도 주관하는 장부가 있다. 비린내는 폐가, 썩은 내는 신장이 담당한다.

입에서 냄새가 날 때는 대부분 열이 몰렸을 때다. 위에 열이 있으면 그 기가 넘쳐서 위로 올라와 냄새가 나는 것을 우리도 느낄 수 있다. 감기로 열이 올랐을 때, 피로할 때,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애썼을 때 단내나 쓴 내가 느껴진다.

하지만 위의 경우처럼 변소 냄새가 날 정도면 참 심각하다. 친척조차 마주하지 않을 정도면 관계와 소통은 이미 글렀다. 왜 이토록 지독한 냄새가 나는 걸까?

『동의보감』에서는 육식을 많이 한 사람에게서 비린내가 난다고 말한다. 신경을 너무 썼거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서 숨 쉴 때 비린내가 나는 경우에는 가감사백산(加減瀉白散)을 쓴다.’ ‘평소에 육식을 많이 하는 사람이 근처에 갈 수 없을 정도로 구취가 많이 나는 경우에는 신공환(神功丸)을 쓴다.’(위의 책, 679) 고기는 오행(五行) 중에서 화(火)기운을 지닌다. 화는 심장이 주관한다. 또 오행의 이치로 볼 때 화는 금을 극한다(화극금). 금의 장부는 폐다. 그러므로 고기를 많이 먹어 화기운이 넘치면 자연히 폐를 많이 자극하게 되는데 폐가 주관하는 냄새는 비린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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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에서는 육식을 많이 한 사람에게서 비린내가 난다고 말한다.

고기를 계속 먹어서 오래되어 화 기운이 넘치면 화 기운은 수(水) 기운으로 변한다. 화기운은 양이고 수기운은 음이니 양이 극에 달하면 음으로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음양의 이치다. 수기운인 신장은 썩은 내를 주관한다. 그러니 비린내가 썩은 내인 변소냄새로 변했다. 이로 볼 때 위의 사례의 주인공은 육식을 많이 한 것 같다. 헐! 얼마나 고기를 많이 먹었기에 이 정도일까? 거의 고기에 중독된 게 아닐까? 허준의 시대에 이처럼 고기를 많이 먹을 수 있었다면 부가 넘치거나 가리지 않고 짐승을 잡아 먹던 자임에 틀림없다.

며칠 전 마트에 가보니 돼지고기 뒷다리가 백그램에 100원하고 있었다. 너무 놀랐다. 이렇게 쌀 수가. 공짜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삼겹이나 오겹, 갈비는 매우 비싸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렇다. 제사 때 사려하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뒷다리는 기름기가 없어 푸석푸석해서 맛이 별로 없다. 그래서 기름기 있는 부위만 잘 팔린다. 이 인기 있는 부위만을 도려내야 하니 수많은 돼지를 도살하고 뒷다리 같은 부위는 거의 폐기처분한다. 대부분의 마트에서는 아예 갖다 놓지도 않는다. 얼마나 기름진 고기를 선호하면 이럴까? 옛날에는 제사나 명절때만 겨우 맛볼 수 있었던 고기를 지금은 일상으로 먹고 있으니 요즘은 그 썩어가는 정도가 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입 냄새 없애 준다는 가글 제품들이 많이 팔리고 있나 보다. 하지만 오장에서 올라오는 냄새를 어찌 없앨 수 있을까?

청수(淸水)가 흐르는 옥지(玉池). 그 하늘이 준 샘을 회복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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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수(淸水)가 흐르는 옥지(玉池). 그 시원의 샘을 회복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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