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숙(감이당)

전복은 아프고, 나는 괴롭다

며칠 전 전복구이를 하려고 전복을 다듬은 적이 있다. 맛있는 전복구이만 생각했지, 전복을 다듬어야 한다는 생각을 못 하고 덜컥 살아있는 전복을 사 왔다. 자신이 아직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알리기라도 하듯 꿈틀거리는 그들을 향해 칼을 들이대는 것은 정말 할 짓이 못되었다. 내가 먹는 모든 음식이 이 과정을 거쳐 오는 것이라는 것이 새삼 아프게 와 닿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 상황에서 전복이 더 괴로울까? 내가 더 괴로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명을 잃는 전복을 앞두고 나의 괴로움을 논하다니.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머릿속에는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기 시작했다.

싱크대에 놓인 전복이 꿈틀거리는 것은 본능이다. 바위나 주변 지형에 붙어사는 그들이 환경변화가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일으키는 본능적 움직임이다. 그때의 움직임은 곧 일어날 통증에 저항하기 위해서라든가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고 하는 반응이 아니다. 그저 주변에 자신을 붙일 만한 지형을 찾는 꿈틀거림일 뿐이다. 그러니 전복의 꿈틀거림을 보고 더 괴로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곧 죽을 전복보다는 그들의 움직임을 보고 전율을 일으키며 앞으로 내가 할 일에 끔찍해 하는 나 자신이다. 칼을 대고 전복의 껍질에서 그들을 분리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죽인다’는 말을 ‘분리’라는 말로 에둘러 표현했다) 칼날의 접촉이 전복의 피부에 닿는 순간 전복은 그것에 반응하며 꿈틀거린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곧 반응은 멈추고 조용하다. 전복은 자신들의 통증을 어떻게 자각할까? 자신들이 겪는 통증의 의미를 알까? 그리고 자신들의 죽음을 알까?

하지만 나는 나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한 끼의 맛있는 식사를 위해 여러 생명을 죽이고 있다’고 내 행동을 해석하고 의미를 붙인다. 그렇게 생각하니 온몸이 긴장되고 뻣뻣해지며 식은땀이 난다. 심지어 요리가 끝난 다음에도 꿈틀거리던 전복이 계속 생각난다. (하지만 맛있게 먹었다.^^;) 전복은 통증으로 괴롭지만 나는 스스로의 행위에 붙인 의미 때문에 괴롭다. 전복의 통증은 상황과 함께 끝나지만, 나의 괴로움은 생각에 생각을 이으며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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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것은 주변 환경의 자극에 자기 고유의 반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변 환경이 개체의 생존에 도움이 되면 쾌(快)의 감각이 일어나고, 도움이 되지 않으면 불쾌(不快)의 감각이 일어난다. 전복은 바위 등에 붙어 자신의 생존에 알맞은 물의 온도, 영양 상태 등에 있었을 땐 쾌의 감각 상태였을 것이다. 이때 쾌와 불쾌는 감정적 반응이라기보단 진화 과정에서 개체의 생존에 유리하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발달한 감각적 반응이다. 모든 생명은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하는 데 유리한 조건에서 쾌의 반응을 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 인간도 진화의 과정에서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에 좋은 환경에서는 쾌라는 감각을 느낀다. 무언가를 먹을 때 행복한 느낌이 드는 것, 안전하고 우호적인 환경에서 잠잘 때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그렇다. 그리고 섹스할 때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은 또 어떤가? 쾌의 절정을 느끼도록 하여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행위 자체를 좋은 느낌으로 각인시킨다.

그러니 여기서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나는 전복을 다듬는 과정에서 쾌의 감각을 느꼈어야 한다. 먹는 것, 이것만큼 생존에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인간은 다른 생명과 어떻게 다르기에 자신의 생존에 유리한 상황에서조차 괴로움을 느끼게 되었을까?

느리게 걸으며 말하는 정신적 인간

부처님은 인간을 포함해 살아있는 것은 모두 오온(五蘊)으로 되어 있다고 했다. 오온은 다섯 무더기라는 뜻으로, 색(色)의 무더기, 수(受)의 무더기, 상(想)의 무더기, 행(行)의 무더기, 식(識)의 무더기를 의미한다. 모든 생명은 그 생명들마다 고유한 무엇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다섯 무더기의 활동일뿐이라는 것. 여기서 색은 눈으로 보이는 형상이 아니라 물질(物) 자체를 의미한다. 그러니까 모든 생명은 물질인 ‘색’과 정신인 ‘수, 상, 행, 식’, 즉 물질(色)의 무더기로 몸을 구성하고, 느낌(受)의 무더기로 외부 대상을 감각하고, 생각(想)과 의지(行)의 무더기를 거쳐 행동하고, 식(識)의 무더기로 인식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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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온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는 모든 생명이 같다고 할 수 있으나, 그 오온이 어떻게 발달되어 있느냐는 천차만별이다. 인간과 타 동물은 같은 물질(色)로 이루어져 있더라도 느낌, 생각, 의지, 인식의 발달 정도는 너무나 다르다. 대체로 인간의 정신은 타 동물보다 더 발달되어 있고, 동물은 식물보다는 더 발달되어 있다(고 추측된다). 오온 발달의 차이는 각 생명이 존재하는 방식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감각(受)이 생각(想)이나 의지(行)보다 발달한 생명의 경우엔 주변 환경에 대한 감각적 인식은 빠르지만 그 환경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선 잘 모른다. 반대로 생각(想)이나 의지(行)가 더 발달한 생명의 경우엔 주변 환경의 변화에 대한 감각적 인식은 느리지만 변화의 의미에 대해선 더 잘 알 수가 있다. 그러니 오온 중 무엇이 더 발달했느냐에 따라 삶의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정신은 대체로 뇌의 활동이라고 한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동물은 뇌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뇌는 사회성이 발달한 동물일수록 더 크게 진화했다. “먼 옛날 바다 속 작은 해면동물로부터 우리 인간에 이르기까지, 다른 구성원들과 서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수록 생존에 유리하였기 때문이다. 감히 주장하건대 지난 1억 5천만 년의 동물 진화 역사에서 사회성의 발달은 뇌의 진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다.” “포유류와 새들은 새끼를 돌보며, 많은 경우 평생, 또는 생의 특정 기간 동안 짝을 지어 살아”가므로 “더 나은 짝을 고르고, 음식을 나누며 새끼를 돌보는 일의 ‘계산된 요구’에 의해 포유류와 조류의 신경 정보 처리 능력이 더욱 많이 요구되었다.” 약 8,000만 년 전에 처음 출연한 영장류는 다른 동물에 비해 더 큰 사회성을 가졌다는 특징이 있는데, “사회적인 스킬이 더 좋은 개체가 더 많은 자손을 남길 수 있다”라는 진화적 이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성이 발달한 영장류는 두뇌 피질이 더욱 잘 발달”하였으며, 특히 “약 260만 년 전에 원시 인류는 석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그 이후 뇌는 세 배로 커졌”고, “확장된 뇌의 기능은 대부분 사회적·정서적·언어적, 그리고 개념 처리에 할애되었다.”(『붓다 브레인』 릭 핸슨, 리처드 멘디우스 지음)

여기서, 현생 인류의 확장된 뇌는 신경 정보 처리 능력의 향상과 사회적, 정서적, 언어적 그리고 개념 처리에 사용된다는 것은, 오온(五蘊)으로 보면, 진화과정에서 타 동물들보다 느낌(受), 생각(想), 의지(行) 그리고 인식(識)의 영역이 전폭적으로 활성화되었다는 의미이다. 이는 물질적(色)으로는 다른 동물에 비해 크게 나은 점이 없지만, 정신의 영역에서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는 것. 인간은 사자처럼 빠르게 달리며 사냥할 수도 없고, 원숭이처럼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뛰어다닐 수도 없으며, 독수리처럼 하늘을 날수도, 물고기처럼 물속을 헤엄칠 수도 없다. 단지 느리게 걸으며, 무리를 이루고, 도구를 사용한다. 그리고 수많은 생각을 하며, 말을 주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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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느리게 걸으며, 무리를 이루고, 도구를 사용한다. 그리고 수많은 생각을 하며, 말을 주고받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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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
소민
3 months ago

오온, 다섯 무더기에 대해 복습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ㅎ
뭔가 이번 글은 다른 편보다 짧게 느껴져서 더 집중이 잘 되었어요~

“다른 구성원들과 서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수록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 곳에 이사와 살기 위해(?) 주변의 여러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저희를 보는 것 같았답니다^^

근처 시장에 친해진 호박죽 이모는, 저희가 사러갈 때마다 한 그릇씩 더 주시고
또 장난감 가게 사장님은 팔지 못하는 물건을 선물이라며 종종 넘겨주시거든요ㅋ
관계를 만드는 힘이 생명력과 직결되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답니다.

Last edited 3 months ago by 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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