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진(감이당)

澤雷 隨   ䷐ 

隨, 元亨, 利貞, 无咎

수괘는 크게 형통하니 바르게 함이 이롭고 허물이 없다.

初九, 官有渝, 貞, 吉, 出門交有功

초구효, 책임을 맡은 것에 변화가 있으니 바르게 하면 길하고 문 밖으로 나가 사귀면 공이 있다.

六二, 係小子, 失丈夫

육이효, 소인배에게 얽매이면 장부를 잃는다.

六三, 係丈夫, 失小子, , 有求, , 利居貞

육삼효, 장부를 따르고 소인배를 버리므로 민심이 따르고 구하는 것이 있어 얻으니 바르게 자신을 지키는 것이 이롭다.

九四, 隨有獲, 貞, 凶, 有孚, 在道, 以明, 何咎!

구사효, 민심이 따르는데 차지하려는 바가 있으면 올바르더라도 흉하다. 진실한 믿음이 있고 도리를 지키면서 명철하게 처신하면,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九五, 孚于嘉, 吉

구오효, 아름다움을 깊이 믿으니 길하다.

上六, 拘係之, 乃從維之, 王用享于西山

상육효, 붙잡아 묶어 놓고 또한 민심이 따르는 것을 동여매니, 왕이 서산에서 형통할 수 있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내가 얼마나 많은 선택을 하면서 살아왔고, 오늘도 선택했는지 모른다. 주역은 선택의 기로에서 도저히 결정을 못하겠을 때, 천지에 길을 묻는 점서였다. 그런데 주역을 공부하면, 점을 치지 않아도 우주의 이치를 깨쳐 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선택의 순간에 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논하는 괘도 있다. 바로 택뢰수(隨)괘다.

선택

따를 수(隨)자가 말해주듯, 수괘는 선택의 이면에 있는 따름의 도에 대해서 논한다. 선택이란 누구 말을 따르느냐, 어떤 가치를 따르느냐, 어떤 욕망을 따르느냐의 문제이기에 ‘따름’과 ‘선택’은 같은 행동의 다른 표현이다. 隨는 그러한 순간에 올바른 것을 따라, 구하는 바를 얻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가 점보러 가는 것이 내게 무엇이 좋을지, 또는 이걸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지를 묻기 위한 것이니, 택뢰수괘를 연구하면 정말 점치지 않고도 좋은 선택을 하는 법을 알게 될 지도 모른다.

수(隨)괘의 괘상은 연못 가운데 우레가 있는 상이다. 그런데 군자는 이걸 보고서 ‘아, 때를 살펴 행동해야 하느니…’하면서 해질녘이 되면 집에 들어가 편안히 쉰다고 한다.(嚮晦入宴息) 사실 주역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면 그것은 時中일 것이다. 우주는 쉼 없이 변하니 그때그때에 맞게 행동할 뿐이다. 그렇다고 정말로 해 뜨면 나가고 해 지면 들어오는 것을 기본 행동 지침으로 내걸고 있다니 너무 간단해서 김이 샌다. 그런데 내가 요즘 잘 보는 건강 유투브의 전문가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걸 유난히 강조한다. 그게 몸에 이로우니 나도 그 쉬운 걸 애써 실천하려고 엄청 노력을 하고 있다. 쉽다면서 엄청 노력을 한다고? 그렇다. 김이 샐 정도로 초보적인 것도 실제론 못 하는 실정인 것이다. 하물며 이 이치를 변주하여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안다는 데에 이르면 어떨까? 지금이 어둠이 내려앉은 때인지 아닌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니, 고도의 통찰력이 필요하다.

선택의 순간은 긴장된다. 특히 그것이 양자택일의 순간이라면 긴장은 배가되고, 두뇌 회전은 더 빨라진다. 택뢰수괘에서도 이런 사태를 다루고 있는 효가 있다. 바로 2효와 3효가 우리가 흔히 겪는 양자택일의 경우다. 양자택일은 겸할 수 없다는 전제가 있는 상황이다.(不兼與) 둘 다 얻을 수 없는 것은 내 능력이 모자라서라기 보다는 그 두 가지가 다른 길을 향하고 있어서다. 진실을 보는 약과 그냥 모른 채 살 수 있는 약, 다스베이더가 될 것인가 제다이가 될 것인가? 대체 이 선명히 갈라지는 두 개의 선택지 뒤엔, 우리가 쫓는 어떤 것들이 숨어 있길래 마음에 엄청난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걸까? 수(隨)괘에선 하나의 길은 장부(丈夫), 또 하나의 길은 소자(小子)로 표현한다.

비둘기

육삼은 이런 긴장상황에서 장부를 선택하고 소자를 버리는 결단을 내리는 효다.(係丈夫, 失小子) 정이천의 해석을 보면 사람이 위를 따르고 윗사람이 함께 하면 이것이 구하는 바를 얻는 것이다.’(『주역』, 정이천 주, 글항아리,p.391)라고 하니 육삼이 선택한 장부란 자기보다 현명하고 윗자리에 있어서 자기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육삼의 안목이 부러웠다. 어떻게 하면 자기가 쫓는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인지(隨, 有求, 得) 자신에게 이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그 변별력을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엔 문제가 있다. 무엇이 이로운가를 고심하게 되면, 예지력이 있지 않고서야 어떤 선택이 좋은 결정일지, 즉 누가 장부일지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소자가 이마에 ‘내가 소자요’라고 붙이고 있을 리 만무하므로 小子를 丈夫로 착각하고 그를 선택한다 해도 도리가 없지 않나.

게다가 무엇이 이로운지 정확하게 변별해내는 것이 아무 소용없는 경우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익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선택을 하는 사람이 있다. 오히려 자신에게 엄청난 손해를 입히는 결과가 예상되어도 선택을 한다. 송나라의 양공은 초나라 군대가 강을 건너고 있는 중에 얼른 공격을 하자는 신하의 말을 무시했다. 그들이 강을 다 건너자, 또 빨리 공격하자는 신하에게 ‘전열을 갖추기도 전에 공격하는 것은 예에 어긋난다’며 적을 기다려 주었다. 그 결과 무참히 패배하고, 자신도 그때 화살을 맞은 후유증으로 이듬해 죽었다. 여러 신하들이 그의 어리석음을 한탄했다. 그런데 그는 정말 변별력 없는 어리석은 군주였던 걸까?

춘추시대엔 전쟁에 규약이 있었으니 농사철에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백성들에게 질병이 도는 때도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 적국이 국상을 당하면 전쟁을 일으키지 않고, 상대방 나라의 기근을 틈타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 또 한겨울과 한여름에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때를 살펴 일을 행하라는 수괘의 행동지침이 아닌가!

신호등

정말이지 융통성이라곤 1도 없는 양공에게 선택의 기준은 이로움이 아니었다. 그가 따르는 것은 ‘군자의 도’이고, 그에게 전쟁의 목적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천하의 예를 바로 세우는 것이었다. 그가 구하려는 것은 예다. 처참한 패배와 조롱을 불러온 이 선택이 그에겐 바로 ‘장부’였다. 지금까지도 ‘송양지인’이라는 고사성어는 때를 가리지 못하는 어리석은 결정의 대표케이스로 회자되지만, 양공은 ‘예’의 때에 맞고자 하였고, 구하는 것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利를 따지는 왕에게 ‘하필왈리’라고 꾸짖던 맹자만은 그를 높이 인정해 줄 것 같다.

수괘를 공부하면서 처음엔 과거 실패한 선택들을 떠올려 보았다. ‘구하는 것을 얻는다’는 것을 ‘이득’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선택의 결과가 이로웠는지 아닌지는 끊임없이 재해석될 뿐 규정할 수 없는 문제였다. 오히려 재해석의 여지없이 지금까지도 줄곧 부끄럽고 후회되는 일들이 떠올랐는데, 양심을 저버리거나 거짓말을 했던 일들이다. 그 땐, 소인배의 마음으로 삿된 이익을 쫓았던 것인데, 그게 대체 삶에 무슨 이로움이 있었을까. 정말 후회되는 선택들은 ‘장부’와 ‘소자’를 분별하지 못해서 실패했던 선택이 아니라, 내가 ‘소자’를 ‘소자’인 줄 알고도 따랐던 선택들이다. 그런 건 아주 어렸을 때 일이라도 기억이 나서 괴롭다.

소자와 장부는 마음 바깥에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구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그것들이 정해진다. ‘이치가 아닌 것을 행하고 도리에 어긋나게’ 하거나 삿되이 ‘사랑과 기쁨을 취하기를’ 따른다면 그건 소자의 길이 된다. 그럼 거꾸로, 내가 구하고자 하는 것이 올바른 가치와 태도(利居貞)에서 결정된 거라면 그 길을 선택하는 순간 장부가 나와 함께 있으며 나를 끌어준다. 그러니 무엇을 구하든, 구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기지개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수괘의 행동지침, 해뜨면 나가고 해질녘엔 들어가 쉬라는 자연의 시간과 섭리에 따라(隨) 살기!

왜 주역을 연구하면 점치지 않아도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하는지 이제 알 것 같다. 마음이 언제나 바름에 처한다면(居貞) 그것 자체가 장부를 따르는 좋은 삶이 될 터이니 말이다. 아, 그럼 결국 ‘바름(貞=正)’이 뭔지가 관건인 건가?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수괘의 행동지침, 해뜨면 나가고 해질녘엔 들어가 쉬라는 자연의 시간과 섭리에 따라(隨) 살기! 수괘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좋은 따름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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