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형(감이당)

주역 글을 쓴지 벌써 반년이 다 되어간다. 주역을 공부하면서 주역의 눈으로 본 나의 삶을 글로 쓸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글을 쓰면서 정말로 다양한 피드백을 받았다. 사소한 맞춤법부터 시작해서 글에 드러난 나도 모르는 내 모습까지! 처음에는 ‘글을 쓰면서 피드백을 받는 것은 당연한 거야’ 라는 마음으로 하나, 하나씩 고쳐나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똑같은 피드백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글을 아무리 고치고 다시 써도 날아오는 똑같은 피드백들! 이 피드백들이 나의 멘탈을 조금씩 흔들기 시작했다.

내가 주로 받았던 피드백은 두 가지다. 먼저 첫 번째!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어서 글이 지루하다’ 이다. 주역과 나의 일상을 엮으려면 주역에서 나오는 말을 내 나름대로 해석하고 깊이 들어가야 한다. 有攸往(유유왕)에 대해 글을 쓸 때였다. 有攸往(유유왕)은 나아갈 바를 둔다는 의미이다. 이때 나는 여섯 줄도 안 되는 짧은 문단에 ‘수행을 해야 한다.’ ‘수행을 해야지 나아갈 수 있다.’ ‘ 수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라고 반복해서 썼다. 내 생각은 없고 글의 분량은 채워야 하는데 쓸 글이 없으니 결국 주역 해설서에 있는 핵심만 가져다가 반복해서 썼다. 주역으로 글을 쓴다고 했지만 사실은 주역의 껍데기만 가져다 쓴 것이다. 다음은 ‘디테일이 부족하다, 생생함이 없다’ 는 것이다. 이 피드백은 지금까지 열 편의 글을 쓰면서 한 번도 빠짐없이 들었던 피드백이다. 관장님한테 혼났다고 썼을 때도 ‘그 상황을 묘사해 봐’ 라고 하셨고 수행에 대해 썼을 때도 ‘수행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주로 이런 두 가지의 피드백을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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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느 날 감이당에 올라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곰쌤께서 “이게 무슨 청년 주역이야! 꼰대주역이지! 글을 읽다가 내 아버지가 나한테 얘기하는 줄 알았다!” 라고 하셨다. 나는 그저 웃음밖에 안 나왔다. ‘내가 방금 뭘 들은거지? 꼰….대?’ 꼰대란 앞, 뒤 맥락 없이 자기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해오던 행동이나 생각이 무조건 맞다고 생각하고 밀어붙이는 사람이지 않은가? 마치 작은 아빠가 나에게 장남이라는 이유로 아무 설명 없이 ‘장남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라고 하는 것처럼! 내가 그런 꼰대같은 글을 쓰고 있었다니!

이 피드백들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올해 초 누나와 산책했을 때 일이 떠올랐다. 수다를 떨면서 산책을 하다가 내 관계에 관해 이야기가 나왔다. 나랑 멤버십이 그나마 있는 사람들이 올해 들어 다 나가거나 다른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누나가 물어봤다. ‘너랑 멤버십이 있던 청년은 왜 나갔어?’ ‘…….’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어떻게든 머릿속에서 그 사람들이 왜 나갔는지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내 입으로 멤버십이 있는 것 같다고 얘기를 했는데 왜 나갔는지 모른다니! 내가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나? 타인에 대해, 아니 나를 제외한 내 주위에 관심이 없다 보니 관찰력이 떨어지고 무엇 하나 제대로 관찰하지 않으니 디테일이 떨어지고 그러니 상황을 ‘묘사’ 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을 밖에 못했다. 글에 생생함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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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관찰하지 않으니 디테일이 떨어지고 그러니 상황을 ‘묘사’ 하는 것이 아니라 설명을 밖에 못했다.

나는 ‘나’에게만 관심이 있었다. 택견전수관에서나 감이당에서나 나의 공부, 운동이 너무 중요했다. 정말 좋아서 하는 것도 있지만,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하나의 조직 안에서 인정받기 위해서였다. 조직에서 인정받으면 그만큼 성장한 것 같았고 내가 뭐라도 되는 것 같았다. 명예, 높은 자리를 참 좋아한다.^^ (학생회장 때 일을 글로 쓰면서 이런 마음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꽤 많이 남아있는 듯하다.) 그래서 내가 맡은 일이나 공부, 운동에 더 집착하게 되었다. 내 안에 ‘나의 이익’이 크게 자리 잡고 있어서 남들이 들어올 틈이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주변에 관심이 없어질 수밖에 없었다.

멘탈이 흔들릴 정도로 계속 날아온 피드백들! 이것의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무관심’이었다. 나는 충분히 남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 마음을 들여다보니 주변에 관심은 1도 없고 그저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같이 공부하는 청년에게 어떤 세미나를 듣는지, 또 그 공부는 어떤지 내가 물어봐 놓고선 속으론 내 공부만 생각하고 있고, 청년들과 세미나를 할 때는 다른 사람들의 말보다는 내가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오로지 나, 나, 나! 내가 중심이었다. 내 안으로 향한 이 시선을 이제는 밖으로 돌리고 싶지만 아직은 그 방법은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는 지금 아주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아까운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배울 점을 찾아내는 것일 수도 있고 관계를 깊이 가져가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일 수도 있다. 이게 무엇인지 지금 현재로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감이당 생활을 하면서 나 스스로 잠시 멈추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힘을 키울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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