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하(살림당)

‘피좌팀’은 홈피+강좌팀의 줄임말로, 남산강학원 홈페이지 관리와 강좌 및 공간 매니징을 하는 활동팀이다. 흰 바탕이 있어야 채색할 수 있다고, 피좌팀은 깨봉(강학원+감이당이 위치한 빌딩 이름)의 집사로서 강학원의 공부와 활동이 매끄럽게 돌아갈 수 있도록 그 바탕에 힘쓰고 있다.

 

강학원 집사는 어떤 비전을 가지고 활동할까?

강학원의 활동팀들은 강학원 안에서 특정한 역할과 위치를 가지고 있다. 이 역할과 위치는 처음부터 명확히 정해져있다기보다는 활동을 맡은 사람들의 좌충우돌하는 시도 속에서 만들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활동이 점점 형식을 갖춰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피좌팀은 아직 형식도 제대로 없는^^ 신생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신축년) 활동을 시작하면서 피좌팀은 처음 ‘비전’을 세웠다. 비전을 세운다는 것은 이 활동으로 어떤 가치와 의미를 생산하겠다! 라는 방향을 만드는 것이다. 피좌팀의 비전은 간단히 정리하자면, ‘사람과 공부, 공부와 공간, 시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집사 되기, 강학원에서 사람들이 활동과 관계를 더 활발하게 일으킬 수 있는 물리적인 배치 만들기’다.

3월, 이 비전을 들고, 새로 강학원과 접속한 두 청용멤버와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과연 이 비전은 우리의 활동에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비전 위에서 어떻게 활동을 만들어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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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공부, 공부와 공간, 시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집사 되기

의욕과 비전의 관계

새로운 피좌팀에는 하늘샘과 단비샘이 합류했다. 그중 하늘샘의 공부 지점 중 하나는 ‘주인’이 되는 것이었다. 어떤 공간이나 활동에 있어서 손님이 아니라, 주인의 마음을 쓰는 것. 피좌팀을 하면서도 하늘샘은 이 지점을 만나게 되었다. 맡은 공간을 소독하면서 일을 빨리 끝내고 책 읽을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본 것이다. 그래서 이 일이 어떤 일인지 생각해보고, 마음 쓰는 것을 훈련해보고 싶다고 했다.

하늘샘도 이 일에서 자기 숙제를 가져갔지만 나도 팀장으로써, 활동에 의미를 한 번 더 부여해야 의욕이 생기는 이 배치는 무엇인가, 고민하게 되었다. 첫째로는 소독뿐 아니라 다른 일들에 있어서도 우리가 실제적으로 하고 있는 활동과 피좌팀의 비전을 두 친구에게 충분히 연결시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두 번째로는 그 비전 위에서 이 활동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자신의 공부가 되는지 찾아내야 의욕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의 비전을 확인하고, 이 비전 위에서 어떤 활동을 만들어볼지 생각해보았다. 또 친구들에게 각자 피좌팀 활동을 하며 배우고 싶거나, 가지고 가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는 ‘의욕’의 문제가 충분히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 다음, 피좌팀의 총팀장님 줄자샘과 회의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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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은 공간을 소독하면서 일을 빨리 끝내고 책 읽을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본 것이다.

비전, 어떻게 바깥과 연결될 것인가

줄자샘께 이런 고민을 말씀드렸을 때, 선생님은 이미 너희가 하고 있는 일이 너희의 비전과 떨어져있지 않은데~ 라고 말씀하셨다. 형광등 갈고, 책상 고치고, 대청소 날짜를 잡고, 등등의 일들은 사람들이 번거롭지 않게 공부할 수 있게 해주고, 홈페이지를 잘 관리하는 건 특히 연구실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나 같이 생활하시지 않는 샘들께 도움과 재미가 된다. 줄자샘은 우리 활동이 깨봉에 오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을 만들어주는지 등등을 생각해보며 마음을 써보라고 해주셨다.

그때 하늘샘도 이전에는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작은 활동들이 강학원에 필요한 일이고 의미가 있는 일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지금까지 나는 친구들을 이 일에 합류시키기 위해서, 이것이 너에게 어떤 공부가 될지 생각해보라던가, 어떤 지점에서 너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라는 방식으로 회유(?)해왔었다. 그런데 ‘비전’의 핵심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하는 지점에 있었다! ‘나’에게 좋은 것만으로는 충분한 의미가 생성되지 않는다. 정말 마음을 움직이는 비전은 내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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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비전이었다.

활동은 마음의 순환

그런데 여기서 하나 더 짚고 가야 할 것이 있다. 어떤 활동을 할 때 마음이 나지 않는 이유는 그 일이 나에게만 도움이 되고, 남에게는 도움이 안 되고, 혹은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고, 하는 것들 이전에 있다. 연구실에서 하는 활동뿐만 아니라, 모든 직분에 있어서, 우리가 마음을 내지 못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무엇을 받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나 하나가 존재하기 위해서, 혹은 내가 이 공부를 계속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의 힘이 필요한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필요한지를 볼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을 보지 못할 때 우리는 내가 잘하면 다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할수록 더 고립되고, 더 밉보이는지(^^)는 모른 채 말이다.

다른 마음들을 볼 수 있게 되면, 우리는 감사하면서 그 마음을 또 다르게 갚을 길을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가 하는 활동은 그때, ‘무엇을 해준다’라는 마음이 아니라 ‘갚는다’는 마음 위에서 이루어진다. 활동은 우리가 받은 것을 갚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는 것이다. 그 마음 위에서 비전,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곧 ‘어떻게 갚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차서다. 잘 받고, 곳곳에 갚는다! 피좌팀, 또 하나의 비전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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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
소민
3 months ago

피좌팀이 생긴 이후로 뭐랄까요… 강학원&감이당 공간 구석구석이 보살핌을 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책상 위에 놓여진 작은 풀들, 우산을 잊지 말라는 메모들, 사실 그것을 보면서 피좌팀의 마음이 전해졌답니다.

정말 윤하 말처럼(줄자샘 말씀처럼?ㅎ)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비전을 행하고 있는데, 더 뭔가의 의미부여를 하려고 하는 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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