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빈(살림당)

올해 나는 큰 활동 하나를 맡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무려 2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우주유일 인문지성 유튜브 채널인 강감찬TV의 팀장 자리이다. 강감찬TV에서 활동하는 친구는 나를 포함해서 총 8명이 있다. 팀장은 이 친구들과 함께 강감찬TV를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 고민하는 자리다. 나와 팀장 역할을 함께 하는 친구가 한 명 더 있다. 그 친구의 이름은 주희다. 매주 주희와 나는 머리를 맞대며 강감찬TV 프로그램에 대해 고민하며, 함께하는 친구들과 어떻게 더 즐겁게 활동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감찬TV 활동을 시작한 지 대략 두 달이 되었다. 두 달 동안 주희와 나는 한 가지 안 풀리는 고민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함께 활동하는 친구들의 ‘수동적인 태도’이다. 팀장인 나와 주희를 제외하고는 올해 다 새로운 신입들이 강감찬TV에 들어왔다. 영상 편집에도 서툴고, 영상을 기획하는 것도 낯선 친구들 6명이 한꺼번에 온 것이다. 초반에 나와 주희가 그 친구들과 결합해서 영상 기획부터 편집까지 하나, 하나 알려주면서 했다. 옆에 붙어서 일하면서 나는 느껴지는 게 있었다. 이 친구들이 언제부턴가 내가 하는 말을 그저 따르기만 하고, 나의 가이드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처음이라서 그런가 이해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언제까지 이 친구들을 수동적인 태도에 머무르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동적인 태도’로는 스스로 영상을 기획해보고, 만드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이 친구들이 능동적인 태도로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수동적인 태도’로는 스스로 영상을 기획해보고, 만드는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 몰라서 그래~

주희 팀장과 나는 매주 화요일 남산 산책을 하면서 회의를 한다. 우리는 산책길을 걸으면서 ‘어떻게 친구들이 능동적인 태도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이 친구들의 자립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자주 나눴다. 우리가 나눴던 대화는 이렇다. 주희는 자기도 처음에는 영상 작업이 낯설어서 힘들고 선뜻 마음을 내는 게 힘들었는데, 기존에 활동하던 친구들(수정과 다영)에게 기술을 배우면서 점차 좋아졌다고 얘기를 했다. 그리고 나 역시 친구들이 수동적으로 되는 원인은 영상 작업을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친구들이 기술을 빨리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주희와 나는 친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매일 유튜브 영상 15분씩 영상을 공유해서 함께 익히자 혹은 회의 시간을 활용해서 샘플 영상을 보면서 편집을 어떻게 하는 건지 감각을 익혀보자 등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우리는 지난 두 달과 마찬가지로 이번 달도 역시 기술을 익히는 데에 방점을 두기로 했고, 우리가 옆에 붙어서 더 철저하게 알려주기로 이야기가 됐다. 이때 당시 우리는 친구들이 아직 기술력이 부족하기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고,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에 수동적이고 의존적으로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옆에 붙어서 알려주고, 또 그렇게 실력이 쌓이면, 실력이 쌓인 만큼 재미를 느낄 테고 그렇게 됐을 때 비로소 친구들이 능동적인 태도로 바뀌리라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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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친구들이 기술을 빨리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결론을 내렸다.

배우려 할 때 배울 수 있다

그렇게 얘기를 정리하고 나는 강감찬TV 국장님이신 문리스샘에게 찾아갔다. 국장님에게 주희와 내가 친구들 옆에 붙어서 가르치면서 4월을 보내겠다는 이야기를 공유했다. 그때 국장님이 피드백해준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국장님은 내 얘기를 딱 듣더니 말씀해주셨다. 연구실 활동이 연습 무대가 되어서는 안 된고. 그리고 2만 구독자가 보고 있는 채널에 영상을 올리고 있다는 생각으로 정성껏 할 수 있도록 배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마지막으로 실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맞춰서 영상을 제작하는 게 아니라 영상을 제작하는 기준에 그 사람이 맞출 수 있도록(부족하면 부족한 만큼 더 힘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국장님의 피드백 들으면서 나는 아차! 싶었다. 국장님은 내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기술을 익히고 모든 준비가 다 된 다음에야 능동적인 태도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거꾸로 능동적인 태도로 임할 때 배울 수 있고, 기술을 익힐 수 있다고. 그 얘기를 들으며 나는 내 생각이 전도되어 있었음을 깨달았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진실로 그렇다! 무슨 일을 ‘처음’ 한다고 해서 누구나 수동적으로 되는 건 아니다. 일을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곳에서는 그곳이 어디이든, 그 일을 얼마나 했던 누구나 능동적인 태도가 된다. 그리고 그럴 때 비로소 하나라도 더 배우려 하고, 궁금해하고, 몸이 절로 앞으로 나간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언제, 어떻게 영상 편집을 하는 데 실력이 향상되고 자유로워질 수 있었는지를 고민해 보았다. 과거의 나를 돌이켜 보면, 나 역시 실력이 부족하고 많은 것들을 낯설어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하나의 프로그램을 책임감 있게 맡아 힘써 만들어 본 경험 속에서 많은 배움이 일어났다. 책임감을 느끼고 능동적으로 배우려 할 때 비로소 배우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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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하나라도 더 배우려 하고, 궁금해하고, 몸이 절로 앞으로 나간다.

이렇게 생각이 흘러가니, 나와 주희가 옆에서 계속 도와주는 것은 이 친구들에게서 배움의 기회를 빼앗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옆에 있는 한 언제나 수동적인 상태로 머무르려 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나는 이 친구들이 능동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는 배치를 만들어줘야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리고 친구들 스스로가 책임감을 느끼고 꾸려갈 수 있도록 팀을 구성했다. 각자 자신의 프로그램을 맡아서 갈 수 있도록 2명씩 짝을 지어준 것이다. 주희와 한결이 ‘밑줄그엇수다’ 프로그램을, 나와 현숙이 새로운 프로그램 기획을, 보겸과 재훈이 ‘백수로 산다’ 프로그램을, 그리고 유진과 은샘은 ‘샘샘정보통’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가기로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나는 팀장으로서 역할을 되돌아보았다. 그동안 나는 친구들이 영상을 잘 만들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팀장이라 생각했다. 물론 처음이라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그것이 과해지면 친구들이 ‘의존적인’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러면서 내게 팀장의 역할은 친구들이 ‘능동적인’ 태도로 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로 바뀌었다. 나는 당분간 친구들에게 조금 가혹해지고자 한다^^ 친구들이 스스로 겪고 배워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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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신
효신
3 days ago

강감찬티비
대중들에게 감이당의 엑기스를 전해주는 소중한 통로입니다ㅡ
감이당식구들이 지혜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되어 활동할 수 있는 귀한 장소라는 생각입니다ㅡ
홍보가 잘 안되었는지는 몰라도 감이당에 드문드문 다녀서 그랬는지 몰라도 이런 채널이 있는 것을 잘 몰랐습니다ㅡ
이제라도 좋은 말씀을 접할수 있어서 감사합니다ㅡ
바라는 점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들어와 볼 수 있도록 문턱이 낮아졌으면 좋겠고ㅡ
감이당의 좋은 낭송책들을 읽어주는 코너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ㅡ
눈이 나빠지셔서 책읽기 어려운 연세가 있으신 어른들이 들을 수 있도록 느릿느릿 낭송코너 말이죠ㅡ

Last edited 3 days ago by 효신
소민
소민
3 days ago

문빈, 어느새 강감찬TV 팀장이 되었구나!

매주 화성 공부를 하러갈때마다 진지하게 회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강감찬 TV, 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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