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하(살림당)

매일 pm03:20

총 세 명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남산강학원 홈피+강좌팀(이하 피좌팀)은 일주일에 한 번 회의를 하고, 그 외 종종 만나서 형광등을 갈거나, 망가진 책상을 고치는 등등의 일을 한다. 보통은 이렇게 같이 움직이지만 그밖에 각자의 임무로 수행하고 있는 바들도 있다. 정원 가꾸듯 홈페이지에 매일 들어가기, 홈페이지에 올라온 각종 글 읽고 댓글 달기, 그리고 (코로나-19로 인해 생긴) 매일 맡은 연구실 공간 소독하기가 그것이다.

그중 ‘공간 소독’은 특히 까먹고 퇴근하는 날도 종종 생기고, 서로가 잘 하고 있는지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코로나에 대항하는 ‘성실한’ 공간 소독에 좀 더 힘써보기로 하며 공동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볼까, 하다가 시간도 얼마 안 걸리는데 아예 같이 해보자고 이야기가 모아졌다. 그리하여 지난 달(4월)부터 셋이 시간을 맞춰 함께 공간 소독을 하기로 했다(그 시간이 바로 밥당번도 세미나도 알바도 안 걸리는 오후 3시 20분!).

혼자 편한 시간에 하던 일을 매일 다 같이 하려다보니 초반에는 삐걱거림도 있었다. 졸고 있다가, 다른 일을 하다가 시간을 놓치기도 하고, 같이 하려던 걸 혼자 해버리기도 하고…^^ 사소하지만 구체적인 사건이 생기고, 그 위에서 자기 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시간 맞춰 가지 못하면 연락하고, 안 온 친구 대신 소독을 해주기도 하고, 소독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매일 잠깐이지만 얼굴을 보고, 이런저런 것들을 조율하면서 (물론 이미 활동은 함께 하고 있었지만) 처음으로 함께 리듬을 맞추는 느낌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만이 아니라 매일 피좌‘팀’으로 뭉치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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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독하면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팀으로 활동하려면

이후 나는 피좌‘팀’으로 일하는 것에 대해서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 ‘한 팀’으로 활동하고 있을까? 이 질문을 끄집어내는 것은 내가 팀장으로서 팀을 어떻게 꾸리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하는 것과 같았다.

생각하다보니 이 질문에 걸리는 몇 상황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나에게는 다른 두 팀원과 딱히 공유하지 않고도 하고 있는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다. 줄자샘(피좌팀 총팀장님)이나 감이당 선생님들과 공간과 관련해 소통하는 일, 홈페이지에서 수정해야 할 것들을 그때그때 고치는 일, 건물과 관련해서 연락하거나 부탁하는 일 등등.

작년에 이어 올해도 피좌팀을 맡아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고, 또 ‘일’이라는 큰 자각 없이 수행하고 있는 일상이기도 했다. 그래서 팀원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이 지점이, 서로 ‘함께 한다’는 감각이 더 생길 수 있는 것을 방해하고 있는 게 아닐까?

모든 일을 셋이 다 같이 할 필요는 없다. 팀장으로서 더 해야 하고, 더 하게 되는 일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지만 팀원들에게 피좌팀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해야 하는지 공유는 잘 되어야 하지 않을까? 공유가 일어나지 않는 문제가 심화되면 ‘각자 맡은 일’만 ‘알아서 잘’하고, 다른 일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되는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각자의 시야는 점점 좁아지고, ‘피좌팀’으로서의 활동은 사라져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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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맡은 일’만 ‘알아서 잘’하고, 다른 일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되는 상황으로 흘러갈 수 있다.

활동과 일상

이를 자각하고 나서부터는 두 팀원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의식적으로라도 하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대중지성에서 간식 윤리와 관련해서 이런 일이 있었다, 전기 기사님께 연락을 드렸다, 이번 주에 이런 세미나들이 개강해서 홈페이지의 이 부분을 수정한다, 등등. 중요한 것은 이런 일상적인 일들을, 말 그대로 일상적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내 마음은 활동이라고 말할 만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누고 있었고, ‘활동하는 관계’와 ‘일상적인 관계’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피좌팀과 ‘활동’할 때의 소통은 회의로, 일상에서 하는 소통은 인사 정도로 분리되어 있었다. 활동과 일상의 분리 또한 심화되면, 우리 사이에서는 딱딱하고 의무적인 조직적 회의 혹은 힘없는 농담과 사담만 가능하게 될 것이다.

활동과 일상이 끈끈하게 맞물려있을수록, 활동과 일상은 서로에게 힘을 받으며 굴러갈 수 있다. 함께 활동하고 있는 사람과의 관계도 일상적인 팽팽함 위에 있을 때, 공부가 될 수 있다. 결국 친구들과 일상과 공부와 경계를 넘나드는 활동을 꾸리는 것이 우리가 갖고자 하는 ‘함께함’의 모습이 아닐까?

그리하여! 활동-일상의 연결에 대한 문제 의식을 공유한 이후 (아직 멀은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 피좌팀은 좀 ‘시시콜콜’해졌다. 시시콜콜하게 활동 이야기를 전하고, 시시콜콜하게 지나가는 일상에도 더 개입해본다. 이 시공간 위에서 더 많은 잡담과 이야기를 생산해내는 것, 이 또한 강학원 ‘집사’들의 활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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