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빈(살림당)

강감찬TV는 4월부터 팀별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2명씩 팀을 이루어 각자 한 프로그램을 책임지게 된 것이다. 처음 프로그램을 맡아보는 친구들이 많았기에 나는 걱정을 꽤 많이 했다^^ ‘이 친구들끼리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일단, 올라오는 걱정을 뒤로하고 친구들을 믿고 맡겨 보기로 했다.

옆에서 지켜보는데 그것대로 나름 재밌었다. 이제는 각자가 책임지고 영상을 만들어내야 해서 그런지 서로 의견을 적극적으로 주고받고, 그 과정에서 갈등을 겪기도 하고, 또 의견을 조정하며 맞춰나가는 게 보였다. 그러면서 이 친구들이 활동을 스스로 꾸려나가고 있다는 게 점차 느껴졌다.

그리고 이후에 각각 팀별로 완성된 영상을 공유했는데. 다들 어디서 그렇게 능동적인 힘을 발휘했는지, 신기하게도 뚝딱뚝딱 잘 만들어냈다. 몸을 그렇게 빼던 친구들이 의존할 수 없는 배치가 되니까 어찌나 이렇게 적극적으로 변하던지! 신기하기도 하고, 약간 배신감이 들기도 하고, 괜한 걱정을 했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다른 고민이 생겼다. 각 팀으로 나누어져 활동하다 보니까 팀 안에서는 관계가 만들어지는데, 강감찬TV 전체 친구들 간에는 관계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다. 더군다나 강감찬TV 활동이 다른 활동과는 달리 개인 노트북 작업이 주가 되다 보니 서로 만날 수 있는 지점도 잘 없었다. 나는 이런 조건에서 강감찬TV 팀 전체의 멤버십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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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활동과는 달리 개인 노트북 작업이 주가 되다 보니 서로 만날 수 있는 지점도 잘 없었다.

게릴라로 영상을 만들어보자!

그러다 4월에 ‘2만 구독자 이벤트 영상’을 재훈, 주희, 나 이렇게 세 명이 함께 제작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서로 다른 팀으로 활동하고 있던 세 사람이 모여서 간단한 영상 하나를 만들어낸 것이다.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안 들이고 쓱- 만들어냈다. 나는 이번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각각 팀별로는 큰 프로그램을 하나씩 맡아 제작하고, 게릴라 형식으로 구성원을 섞어서 간단한 영상을 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말이다. 그러면 팀별로만 관계가 생기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전체가 섞이면서 강감찬TV 팀 전체가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도 주희 팀장과 산책을 하면서 간단한 영상을 하나 더 만들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주희 팀장과 만나기 전에 어떤 영상을 제작하면 좋을지 찾아놓은 게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낭독 영상이었다. 나는 주희 팀장에게 말했다. “요새 유튜브에 ‘책 읽어주는 남자’라고 책만 펼쳐서 4시간 동안 읽어주는데, 100만 명이 보더라! 이거랑 비슷한 형식으로 북드라망 책을 1시간 쭉- 읽어주는 영상이 있으면 좋을 거 같은데, 편집도 간단하고 가볍게 만들 수 있을 거 같아! 어떻게 생각해?”라고. 주희도 그 말을 듣고는 괜찮다고 답변했다. “밑줄그엇수다도 그거를 보고 참고해서 만든 거야.”라면서. 그렇게 우리는 게릴라 형식으로 영상을 제작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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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게릴라 형식으로 영상을 제작해보기로 했다!

기준이 필요해!

주희 팀장과 이야기를 마치고 다음 회의 때 아이디어를 공유하려고 했다. 그런데 친구들의 얼굴을 보니 다들 상태가 별로 안 좋았다. 작업 일정이 3주로 당겨진 것과 에세이 발표가 가까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업이 어떻게 되어가냐고 물었을 뿐인데, 다들 힘든 표정으로 답했다. “이번 주에는 발제 때문에 작업을 거의 못…….” 그런 친구들의 모습을 보니까 내가 친구들에게 일을 너무 많은 시키는 건 아닌지 고민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말하는 건 타이밍이 아니란 생각에 회의 때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고 지나갔다.

그리고 이번 달 친구들의 작업 분량을 좀 줄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문샘과 얘기를 나눴다. 그때 문샘은 강강찬TV 작업량에 대한 기준이 내게 없다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문샘은 “하루 1시간 작업 분량이 기준이 되면 좋겠다. 대략 한 달 30시간 정도” 얘기를 해주었다. 문샘의 얘기를 듣고 나는 그동안 내가 친구들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역으로 알게 됐다. 나는 친구들의 얼굴에서 나타나는 표정을 보면서 상황을 판단했다. 힘든 표정을 하면 ‘일이 많구나! 작업량을 줄여줘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반대로 표정이 좋으면 ‘괜찮구나!’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러면서 알게 됐다. ‘아! 기준이 내게 확실하게 있어야 친구들 한 명, 한 명의 반응에 휘둘리지 않겠구나. 그리고 나는 그동안 상대방의 기분을 보살펴주는 것으로 관계를 맺고 있구나!’ 이렇게 기준이 없으면 계속 내 주관으로 판단하고, 나의 ‘좋음’과 나의 ‘싫음’으로 선택하게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취향에 따라 친구를 대하는 것은 사적으로 관계가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공적으로 멤버십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공적인 기준이 필요하겠다는 걸 배웠다. 앞으로 내가 임의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주희 팀장과 기준을 만들어보고. 그 기준 위에서 친구들과 활동을 구성해 나가야 친목이 아닌 활동을 함께 만들어가는 도반의 관계를 맺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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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으로 멤버십을 만들려면 무엇보다 공적인 기준이 필요하겠다는 걸 배웠다.

공적으로 관계 맺기

문샘과 얘기를 마치고. 다음 회의 때 친구들을 만나 작업량의 기준을 알려주고 그 위에서 친구들에게 이런 활동을 구성해보려고 한다고 얘기를 했다. 기준을 갖고 얘기를 했을 때 나도 좀 더 담백하게 얘기가 할 수 있었다. 듣는 사람도 담백하게 들렸을 것 같다.

일이 더해지는 것이라 친구들이 온몸으로 거부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일요일마다 산책가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봐도 재밌겠다!”, “책 선물 보낼 때 선물하고 포장하는 모습을 vlog로 담아내도 좋겠다.” 등등. 그래서 다음 달부터 우리는 낭송과 vlog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공적으로 관계를 맺는다는 게 어떤 건지 약간의 힌트를 얻었을 수 있었다. 내가 임의로 무언가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함께 활동을 즐겁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 위에서 매번 새롭게 ‘기준’을 세워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공적으로 관계를 맺는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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