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형(감이당)

처음 코로나가 터졌을 때는 마냥 그 상황이 신기했다. 책이나 영화에서나 보던 전염병이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창궐하다니! 꼭 내가 영화 속 한 등장인물이 된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초반에 확진자가 한두 명씩 나올 때는 솔직히 불안하지도 실감이 나지도 않았다. 그냥 이러다가 말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1차 대유행을 시작으로 확진자 수가 폭증 하더니 2차, 3차를 거치고 2년째 종식되고 있지 않다. 처음에 확진자 수가 폭증했을 때는 조금 불안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시간이 흐르면서 불안감은 없어지고 코로나가 있는지 없는지, 나와는 상관없는 먼 나라 일인 것처럼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택견주역 영상(주역의 내용을 택견으로 표현하는 영상이다.)을 찍기 위해서 중뢰진 괘를 공부했다. 진 괘는 우레가 둘 겹친 모양으로 우리들의 일상을 뒤흔들 만큼 큰 사건이 일어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코로나처럼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는 괘사를 보다가 내가 코로나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중뢰진의 괘사에서는 ,亨 震來虩虩, 笑言啞啞(진은 형통하니 우레가 칠 때 편히 여기지 말고 주변을 살핀다면 후에 웃으며 말하면서 편안해질 수 있다.) 이라고 한다. 편히 여기지 말고 주변을 살펴야지 편안해진다고? 애초에 내 머릿속에는 내가 코로나에 걸릴 상황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도 충분히 편안하다. 그런데 괘사대로라면 지금 내가 느끼는 편안함은 진정한 편안함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상황을 편히 여기고 있고 주변을 살피고 있지도 않으니까 말이다.

maxresdefault
택견주역 영상(주역의 내용을 택견으로 표현하는 영상이다.)을 찍기 위해서 중뢰진 괘를 공부했다.

그래서 현재 상황을 알기 위해 인터넷에 코로나를 검색해봤다. 정말 많은 기사가 있었다. 2021년 7월 19일 기준으로 미국은 3천3백만 명 정도가 코로나19에 걸려서 약 60만 명이나 사망했다. 프랑스에서는 현재 백신여권이라는 정책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백신여권은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게만 주는 것으로서 영화관이나 백화점 등등 50명 이상 모이는 곳에는 백신여권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코로나라는 이 재앙을 빨리 끝내고자 실행한 정책이겠지만, 국민들 입장에서는 백신을 맞을지 안 맞을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기는 동시에 자유 또한 잃어버린 것이다. 쿠바에서는 59년 만에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쿠바는 평소에도 먹을 것이나 생필품들이 풍족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나름 부족함 없이 잘살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고 나자 돈도 벌기 힘든데 먹을 것마저 부족해진 것이다. 결국 참을 대로 참은 국민들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올해 초 쿠바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누나가 귀국했다. 처음에 들어올 때는 ‘엥? 아직 의대 2년밖에 안 다녔는데 왜 들어오지?’ 싶었다. 누나가 귀국한 이유는 코로나 때문에 친구들도 고향으로 떠나서 쿠바에 혼자 남게 됐기 때문이다. 그때도 식량을 구하기가 쉽지는 않았는데 코로나 상황이 점점 악화되어가자 혼자서는 못 버틸 것 같아서 들어온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아~ 그렇구나~’ 정도였다. 쿠바가 코로나 때문에 심각한 상황이구나, 누나 쿠바에서 고생 많이 했겠구나……. 같은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쿠바 상황을 보니 이제야 겨우 누나가 쿠바에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느낌이 온다. 코로나가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알고보면 언제든지 나의 일이 될 수 있는 사건이다.

corona-4970836_640
코로나가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알고보면 언제든지 나의 일이 될 수 있는 사건이다.

六二, 震來 厲 億喪貝 于九陵 勿逐 七日得(우레가 쳐서 위태로우니, 재물을 잃을 상황임을 잘 헤아려서 제일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고 제물을 쫓아가지 않는다면 칠일이 되면 얻는다.) 육이효 밑에는 진동의 주체인 초구효가 있다. 진동이 바로 밑에서부터 올라오니 많이 위태로운 자리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육이효와 같은 위태로운 상황이다. 코로나가 터진 초기에 중국에서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그때 우리나라는 중국은 바로 옆에 있는 나라였기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 덕에 코로나가 유입됐을 때 발 빠른 대처로 코로나에 대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유럽의 선진국들은 완전히 남의 일처럼 생각하며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순식간에 퍼져 버렸고 지금은 누적확진자 랭킹(?)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 우리 시대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도 내 집 드나들 듯이 하루면 도착한다. 거리상으로 가깝고 멀고의 의미가 없다. 거기다가 코로나 변종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지금도 ‘델타’라는 기존 코로나보다 훨씬 더 전염속도가 빠른 변종이 생겨서 기승을 부리고 있지 않은가?

간단하게나마 코로나 관련 자료들을 찾아 읽고 생각해 보니, 지금이 ‘재물을 잃어버릴 상황임을 잘 헤아려야 할 때’라는 걸 알겠다. 여기서 재물은 지금까지 누려오던 것들로 해석할 수 있다. 가족들과의 외식, 여행, 영화보러가기 등등 코로나가 온 세상을 덮친 상황에서는 평소에 우리가 누리던 것을 계속 누리려는 마음을 멈춰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니 내 일상이 바뀌는 것도 당연하다는 걸 알고 나 스스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하고 그에 따라 조심조심 일상을 꾸려야 한다. 물론 지금도 숨쉬기 힘들지만 마스크를 쓰고, 외식도 하고 있지 않고, 학교 친구들도 최대한 안 만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나 스스로 하는 것이 아니다. 연구실에서 엄격하게 관리를 하고 있고, 내가 근무하고 있는 복지관에서도 정기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하면서 제재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하고 있었을 뿐이다.

wash-4934590_640
지금이 ‘재물을 잃어버릴 상황임을 잘 헤아려야 할 때’라는 걸 알겠다.

만약에 연구실이나 복지관에 다니지 않았다면 나는 친구들이랑 여행을 다니고 아무런 부담 없이 외식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쯤 격리실에 있지 않을까?^^ 어후;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외부의 제재 없이도 코로나로부터 나를 보호할 수 있을까? 일단 나는 코로나에 관심이 너무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어떤 일이 생기고 있는지 진심으로 전~혀 모르고 있었다. 물론 이번에 코로나를 조금 공부하면서 아주 조금은 알게 되었지만 많이 부족하다. 이러한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서는 ‘높은 산에 올라가’ ‘주변을 살펴야’ 한다. 그러면 전체적인 상황을 지켜볼 수 있고 이러는 과정에서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불편함이 당연히 감당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런 코로나 상황이 더 이상 불만족스럽지 않고 빨리 끝내고 싶은 조급함 또한 사라지면서 진짜 편안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나는 높은 산부터 천천히 올라가 봐야겠다.^^

0 0 votes
Article Rating
guest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0
Would love your thoughts, please comment.x
()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