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빈(살림당)

강감찬TV는 매달 세 번째 주 일요일까지 각자 팀별로 맡은 작업을 마무리한다. 마감 전날,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연구실에 출근했다. 그런데 공부방에 들어섰을 때 충격적인 물건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핫.식.스였다.

내게 핫식스란 몸을 불태우는 음료이자, 선천의 정(精)을 고갈시키는 음료였다. 그래서 내게 핫식스는 먹어서는 안 되는 음료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 핫식스가 신성한 공부방에 있다니! ‘누구야? 누가 왜 마신 거야? 이 몸에 안 좋은 음료를!?’ 알고 보니, 강감찬TV 신입 직원인 유진이가 전날 새벽 4-5시까지 영상 편집을 하느라 마셨다는 것이다. 아뿔싸! 그 말을 듣고 나는 바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친구 평소에는 놀다가 일을 몰아서 했구나! 안 되겠군!’

그리고 주변에서는 다른 이야기도 들려왔다. 은샘이는 전날 새벽 3시까지 영상 편집을 했다는 이야기와 보겸과 재훈은 토요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온종일 영상 편집만 붙잡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그러면서 나는 고민이 생겼다. 강감찬TV 친구들은 왜 일을 몰아서 하는 걸까? 이걸 다르게 가져갈 수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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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감찬TV 친구들은 왜 일을 몰아서 하는 걸까?

일상적으로 가져가자!

나는 강감찬TV 활동의 1달 작업 리듬을 되돌아봤다. 강감찬TV는 크게 1주 차에는 기획, 2주 차에는 촬영, 3주 차에는 편집, 4주 차에는 수정 + 다음 작업 기획을 한다. 1주 차와 2주 차에 하는 작업(기획과 촬영)은 3주 차에 하는 작업(편집)에 비해 시간이 훨씬 덜 든다.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나는 여기에 강감찬TV 활동을 할 때 주로 나타나는 패턴이 있다고 봤다. 그것은 1주 차, 2주 차에는 기획과 촬영을 해놓고 넋을 놓고 있다가 마지막 주에 편집을 몰아서 하는 패턴이다. 그렇게 되면 3주 차에 작업이 몰리게 되고, 작업이 몰리게 된 일주일은 너무나 부담스러워진다.

그러면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때 주방과 카페 활동이 강감찬TV와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보았다. 주방과 카페 활동 같은 경우에는 활동을 일상적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커피 머신 정리, 냉장고 관리, 양념통 관리. 밥당번 매니징 등을 하면서 매일매일 그 공간을 돌보고 살피는 것이다. 반면에 영상 작업은 본인이 미룰 때까지 미룰 수 있다^^ 그것이 내가 본 문제지점이었다!

나는 주방과 카페 활동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강감찬TV도 일상적으로 가져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매일 30분, 1시간씩 강감찬TV 작업을 한다고 생각하면 기획과 촬영하는 시간을 앞당길 수 있고, 편집하는 시간을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일이 몰리는 걸 방지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강감찬TV 회의 때 친구들에게 앞으로는 일이 몰리지 않도록 우리 매일 매일 조금씩 작업을 해나가는 리듬을 만들어보자는 얘기를 나눴다. 그리고 친구들은 각 팀별로 강감찬TV를 어떻게 일상적으로 가져갈 것인지 그 방안을 마련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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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몰리지 않도록 우리 매일 매일 조금씩 작업을 해나가는 리듬을 만들어보자는 얘기를 나눴다.

무관심한 나를 발견하다

나는 강감찬TV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이 일을 몰아서 하는 문제를 발견했고, 나름대로 고민하여 꽤 괜찮은 해결책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이것을 살림당 회의에서 얘기했는데, 선생님들은 내게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피드백을 해주셨다. 그것은 무엇일까?

내가 놓친 것은 ‘관심’이었다. 나는 작업을 몰아서 하는 친구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이유를 직접 물어보지 않았다. 친구가 ‘왜 핫식스를 마시게 됐는지’, ‘왜 새벽 늦게까지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토요일에는 왜 영상 편집만 붙잡았는지’ 궁금해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머릿속으로 혼자 ‘이 친구들 일을 몰아서 하구나. 미리미리 일을 안 해서 그런 것이 분명하다!!’라며 판단해버린 것이다. 이렇게 나 혼자 판단을 내리고 결정을 하면, 내가 본 문제점과 내가 내린 해결책(허공에 떠다니는 해결책)밖에 안 된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거기에는 서로 다른 친구들의 상황과 조건, 맥락이 하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내 맥락으로만 봤기 때문에 나의 해결책은 친구들 각각의 상황 속에 벌어진 어떠한 문제에 대한 ‘적중’하는 해결책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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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판단을 내리고 결정을 하면, 내가 본 문제점과 내가 내린 해결책 밖에 안 된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피드백을 받은 후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내가 친구를 어떻게 대해왔는지, 그리고 활동을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나의 새로운 모습도 발견했다. 그동안 나는 활동이 잘 굴러가도록 좋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함께 활동을 하는 친구에 대한 관심인 줄 알았다. ‘기한에 맞게 잘했는지’, ‘작업하는 데 차질은 없는지’. 등 일이 틀어지지 않도록 친구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이 틀어지지 않으려면 강감찬TV를 어떤 형식으로 만들어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힘썼다.

그것은 친구에 대한 관심이 아니었다. 나를 돌이켜보니, 내 고민 안에는 강감찬TV에서 함께 일하는 친구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없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친구들의 이야기를 먼저 듣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듣기야말로 다른 사람의 맥락으로 들어갈 수 있는 첫 관문이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내가 혼자 판단하는 게 아니라 판단하기 전에 왜 그런 문제가 있었는지 먼저 물어보고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내가 먼저 판단해버리면 이상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게 되면 친구를 돕겠다고 시작한 일이, 오히려 친구에게 하나도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음을 느꼈다. 이것은 서로에게 안 좋은 방향이다. 친구를 진정으로 위하고, 어떤 문제에 ‘적중’하기 위해서는 친구의 상황과 조건을 이해하고, 궁금해하며 그 친구의 맥락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는 것을 나는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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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진정으로 위하고, ‘적중’하기 위해서는 친구의 상황과 조건을 이해하고, 궁금해하며 그 친구의 맥락을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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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훈
재훈
1 month ago

내 눈에 보이는 문제라고 생각되었던 상대방의 지점들에 대해 이것이 해결책이다라고 내가 생각한 것이 오히려 상대방과의 관계를 어긋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상대방이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상황과 맥락 파악이 우선이라는 것을 저도 다시금 느꼈습니다. 이런 시선으로 친구들과 관계를 맺는다면 이젠 문제가 오직 문제로만, 해결해야 되는 나쁜 것으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 친구와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가져갈 수 있는 기회가 또 생겼구나하는 태도로 그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빈형! 재밌고 좋은 글 감사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