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불식 다큐반

자강불식 네 번째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지난 시즌 다큐반에서는 뇌과학의 관점에서 나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 코로나 관련 다큐를 통해 나의 일상과 세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기도 하고. 아마존, 몽골, 툰드라의 부족들로부터 다른 존재와 관계 맺는 다양한 방식을 배워보기도 했습니다.

이번 시즌에서는 인간 너머 다양한 생명의 삶을 만나보려고 하는데요. 우리가 얼마나 다종다양한 생명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 우리와 다른 생명들은 어떻게 세계를 감각하고 사유하며 살아가는지. 다큐와 수다를 통해 시야를 활짝 넓혀 보고자 합니다.

생물 다큐를 보면서 ‘와~ 신기하다!’말고 뭘 얘기할 수 있을까 싶을 수도 있는데요^^ 고생물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는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잘 몰라서 그렇지 “생물의 형태나 행동은, 우리가 그것들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한 일반적인 메시지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모든 생물이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말이죠!

인간과 다른 생물들은 다른 몸을 가지고, 세계를 다르게 인식하며 살아갑니다. 따라서 다른 생물들을 이해한다는 건 인간적인 (너무도 인간적인) 관점을 내려놓고 다른 관점으로 나와 세계를 볼 수 있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다큐멘터리 몇 편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일단은 만나보려고 합니다.

<생명 그 영원한 신비>

먼저 생명의 공통분모라고 할 수 있는 세포의 기원부터 탐구해보고자 <생명 그 영원한 신비 : 1부 생명의 탄생>을 보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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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古)애니메이션이 된 고생물 다큐멘터리 (사진 : 생명 그 영원한 신비 : 1부 생명의 탄생 스틸컷)

황과 황화수소로 뒤덮인 지구에서 최초의 생명이 출현하게 된 과정(물론 가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생명이 환경에 적응하며 변화하는 동시에 환경을 변화시키는 모습이었습니다. 모든 생물의 삶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 동시에 환경을 변화시킨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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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던 지구가 (사진 : 생명 그 영원한 신비 : 1부 생명의 탄생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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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노박테리아의 생명활동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푸른 별이 되었습니다 (사진 : 생명 그 영원한 신비 : 1부 생명의 탄생 스틸컷)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건 세포들의 공생이었는데요. 각각 자신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공생할 수 있다는 점, 그 이질적인 것들이 만나 전혀 다른 생물체가 만들어진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그런 점에서 린 마굴리스 박사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가 공생-창조 관계의 생성물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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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생명 그 영원한 신비 : 1부 생명의 탄생 스틸컷)

1994년 제작된 다큐멘터리라 최신 이론들을 반영하지는 않지만, 오래 된 애니메이션과 오묘한 음악의 조합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특히 기포막에 갇힌 유기물들이 춤을 추듯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애니메이션 장면과 음악이 너무 절묘하여 왠지 뭉클해지더라는^^;)

<녹색동물>

생명의 기원을 살펴보았으니, 이제 그 단순한 유기 화합물의 조합에서 탄생한 최초의 생명이 만들어낸 무궁무진한 생물체와 다양한 삶을 만나볼 차례입니다. 그래서 세 번째 시간에는 <녹색동물>이라는 다큐를 보았는데요. 저희가 본 1부는 식물의 ‘번식’을 다룹니다.

‘식물’이라고 하면 수동적이고 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다큐에서는 식물이 동물과 같은 욕망을 가졌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식물들의 움직임이 너무 미세하거나 느리기 때문에 인간이 포착하지 못하는 것 뿐! 오히려 동물처럼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식물은 생존을 위해 더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치밀한(!)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식물들의 생존 전략이 너무나 영리하고 역동적이라 모두 감탄하며 보았습니다. 인상적이었던 몇몇 식물에 대해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자이언트 세콰이어’의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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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불에 탄 흔적이 있는 세콰이어(사진 : 녹색동물 : 1부 번식 스틸컷)

준혜 : 세콰이어 나무가 불을 견디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불 속에서 7일을 버티고 살아남았다고 해서 겉껍질이 단단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되려 부드럽다고 해서 의외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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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녹색동물 : 1부 번식 스틸컷)

보라 : 준혜 이야기를 듣다보니까 세콰이어를 통해 ‘강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아. ‘강하다’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우리는 단단하거나 튼튼한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불타는 숲에서 강한 나무는 단단함이 아닌 습기를 머금을 수 있는 부드러움을 지닌 나무인거지. 결국 강함은 ‘강하다’는 것은 주변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그 속성이 달라질 수 있는 건데 우리는 특정한 속성만을 강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식물들은 어떻게 감각하고 사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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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가장 흥미로워했던 ‘겨우살이’의 번식 전략. 기생식물인 겨우살이는 한 겨울 먹이를 찾아 헤메는 직박구리를 이용(!)해 번식합니다. 겨우살이의 씨앗은 직박구리가 소화시킬 수 없는 끈적한 성분이 실처럼 감겨 있어 소화되지 못하고 그대로 배출되는데요. (사진 : 녹색동물 : 1부 번식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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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끈적한 성분이 이렇게 늘어진 실 같은 역할을 하여(무려 1m까지 늘어난다고 합니다!) 바람이 불면 (사진 : 녹색동물 : 1부 번식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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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악이 이렇게 착! 나뭇가지에 안착하여 싹을 틔울 수 있게 됩니다. (사진 : 녹색동물 : 1부 번식 스틸컷)

보라 : 직박구리와 겨우살이의 공생관계가 인상적이기도 하지만 둘 중 하나가 멸종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하는 걱정이 ^^;; 복잡하고 정교할수록 서로의 의존도가 커지는 것 같은데…재미있는 건 식물의 능동성이라고 해야 하나? 능동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것 같아. 나한테 능동성은 ‘내’가 뭘 잘하고, ‘내’ 힘으로 ‘내’가 하는 이미지에 가깝거든. 그런데 식물들은 주변 환경과 관계들을 읽어내고 능동적으로 의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동할 수 없는 대신 이동할 수 있는 동물들이나 바람, 파도와 같은 환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거지.

현숙 : 진짜 식물들이 굉장히 똑똑한 것 같아. 싹트기 좋은 때를 기다리거나 다른 생물들을 이용(?)하거나하는 걸 보면. 식물들이 시기나, 주변 환경을 계산하고 나름의 전략을 취하는 게 너무 신기해. 어떻게 그런 생존전략들을 취하게 됐을까?

보라 : 우리가 보기에 마치 그런걸 의도하고 계획적으로 한 것 같지만, 그냥 우연히 적응하고 변화해서 그런 복잡한 관계망이 만들어진 건 아닐까? 우리가 식물이 지금과 같은 전략을 취하게 된 과정을 보지 못하고 결과적인 것만 보기 때문에 식물들이 큰 그림(!)을 그리고 의도적으로 계획한 것처럼 보이는 것 같아.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수 없고 전체를 보지 못하는 것처럼 식물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거든.

한결 : 그래도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학습을 하는 거잖아? 다큐에서 ‘식물들이 알고 있다’고 말하는데, 식물들이 안다는 게 뭘까? 우리가 생각하는 의도를 가진 앎의 방식과는 다른 방식일 것 같거든. 식물이 학습하는 방법 사고하는 방법이 궁금해지는 것 같아. 인간적인 사고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를 것 같은데. 그걸 이해해보려고 하는 게 우리가 가진 인간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다음 다큐를 볼 때 이걸 염두에 보고 보면 좋을 듯!

다른 리듬으로 살아가고 있어 눈치채지 못할 뿐!

승현 : 식물들의 움직임은 너무 느려서 우리가 포착하기 어렵잖아. 다큐멘터리로 이렇게 제작되어 볼 수 있다는 게 감사한 것 같아. 저 한 장면을 담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을 지켜봤을까? 장면 하나하나를 포착했을 때 느껴졌을 경이로움이 상상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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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모양을 하고 수 개월간 바다를 여행하는 모감주나무의 씨앗. 이 씨앗 중에 얼마나 번식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사진 : 녹색동물 : 1부 번식 스틸컷)

단비 : 식물은 수동적이고 정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대양을 건너고, 700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리고, 새를 이용하는 등 식물의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모습을 보게 되어 놀라웠어. 우리 주변에도 식물들이 많은데 꽃이나 열매에만 주목하고 나머지 식물이 살아가는 과정들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다큐를 통해 식물들이 제각각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 과정을 보니 주변 식물들이 다시 보게 될 것 같아.

보라 : 맞아. 물론 연출한 것도 있겠지만^^; 식물들이 열심히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 싹을 틔우고 광합성을 하고 씨앗을 운반하고…그런 일들이 주변에서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었을 텐데 전혀 모르고 살고 있었던 거잖아? 그런데 이렇게 식물 하나하나를 마치 주인공처럼 찍은 다큐를 보니까 어떤 서사와 삶을 가진 존재처럼 느껴지더라고.

식물은 감각능력이나 지능이 없다고 생각되기 쉽지만 이동할 수 없는 식물은 주변의 흐름과 변화에 오히려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식물은 인간보다 감각이 훨씬 더 예민할 뿐 아니라 최소한 열다섯 가지 감각을 추가로 보유하고 있다” 고도 하는데요. (중력, 자기장, 습도를 감지하고 계산할 수 있고, 수많은 화학물질의 농도기울기를 분석할 수 있다고 하네요!) 우리가 쉽게 간과하지만, 식물은 인간보다 지구에 훨씬 먼저 등장한 생물입니다. 지금도 지구 바이오매스biomass의 99%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니, 우리가 너무 식물을 협소하고 사소(!)하게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다큐를 보며 우리와 리듬과 시간의 감각이 다를 뿐 식물들도 영리하게 그리고 능동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 생명력에 감탄했습니다. 앞으로 다큐를 통해 만날 생물들로부터 또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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