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정(살림당)

청년들, ‘자립’하는 공부를 만나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남산 강학원’이 청년 쿵푸 백수들의 공부터가 되어있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분명히, 어느 수업엘 가나 어느 장소엘 가나 95%의 확률로 중장년 선생님들을 뵐 수 있었다. 그런데 2021년 현재, 정확히 그 수가 역전됐다. 어디를 가나 95%의 확률로 MZ세대가 강학원 곳곳에서 무언가 먹고 있거나, 어떤 회의를 하고 있거나, 암송거리를 중얼거리고 있거나, 글쓰기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거나…한다.

그렇다, 여기는 이제 (당분간은) 명백하게 ‘청년들의 본거지’가 되었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이 이렇게나 우글우글 모여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를 여기 모여 있게 하는 힘은 딱 하나다. 바로, ‘공부.’ 이때의 공부란 기존에 우리가 써오던 용법과는 꽤나 다른 것을 말하는데, 업적을 쌓거나 지식을 늘려가는 일이 아니라 존재와 세계를 탐구하여 정말로 ‘사는 법’이 바뀌는 일을 뜻한다. “어떻게 ‘사는 법’을 바꿀 것인가? 그 이전에, 왜 지금의 ‘사는 법’을 바꾸어야 할까?” 하는 질문들을 탐구하는 일을 우리는 ‘공부’라 부른다.

특히 우리가 여기서 가장 배우려 하고, 꼭 배워야만 하는 것은 ‘자립(自立)’의 기술이다. 하나의 인간, 하나의 존재로서 세상에 두 발을 굳건히 딛고 우뚝! 서는 일은 생각보다, 아니 생각 이상으로 쉽지 않다. 만만하게 보았다가는, 반복되는 나 자신의 습(習)과 대결하기는커녕 쉽사리 나가떨어지기 일쑤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는 이 일이 정말로, 절실히 필요하다.

내가 살아가는 법을 타인의 기준에 맞추어 사는 것은 얼마나 한숨 나는 일이던가. 그리고 그 ‘타인의 기준’이란 것은 또 얼마나 지루하고 일관적이던가. 삶의 주도권이 나의 바깥에 있을 때, 나라는 존재는 한없이 미미하고 약해진다. 남과 비교하느라 괴롭든가, 누군가의 인정에 목말라 끊임없이 눈치를 보든가. 우린 그런 삶을 넘어 내가 스스로 세계를 탐구하고, 그럼으로써 나 자신을 스스로 지탱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함께 공부’한다. 이번 글에서는 이런 우리가 활동이라는 공부의 장에서 함께 자립해가는 일에 대해 짧게 소개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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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여기 모여 있게 하는 힘은 딱 하나다. 바로, ‘공부.’

‘어깨 무거운 북토크’에서 ‘하고 싶은 북토크’로

지난 번 언급되었던 『세미나책』의 북토크는 6월 중 기획되어 다행히도 7월 중순에 무사히 잘 치러졌다. 저번에도 말했듯이 이 북토크는 청탐에서 리더십 훈련을 하고 있는 주희와 승현이가 이끌어가기로 하고, 나와 자연언니가 두 친구에게 밀착해서 전체적인 것들을 봐주는 식으로 북토크를 함께 꾸려가기로 했었다.

활동을 이런 식으로 만나는 것은 나와 자연언니에게도, 두 친구들에게도 거의 처음인 방식이었다. 나와 언니는 그동안 직접적인 활동 참여자로서 기획부터 진행까지를 손수(?) 해왔던 터라, 이렇게 활동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옆에서 전체를 봐주는 역할이 새로웠고, 주희와 승현이 역시 북토크라는 이벤트를 끌어가 보는 역할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활동이 시작되고, 두 친구들은 아이디어 구상부터 해서 실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들을 하나 둘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는 거기서 무엇을, 어떻게 짚어줘야 하는지가 무척 헷갈리기 시작했다. 해나가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다 짚어주어야 하는 건지, 내가 보기에 좀 어색하게 느껴지는 구성들이 단지 ‘나’의 관점이라 그런 건 아닐지 하는 것들이 걸리기 시작하면서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지 혼란스러워진 것이다!

그래서 일단은 북토크가 진행되기 위해 해나가야 할 것들을 체크했다. 적어도 이 날짜까지는 전체 구성이 나와야 할 것 같고, 그것에 따라 토크 진행 회의를 해야 하고, 그런데 그걸 할 때 북토크의 형식이 zoom이라는 점을 고려해 참여하는 분들이 어떻게 함께 할 수 있을지를 고려해야 하고 등….

두 친구는 그걸 가지고 북토크 준비에 함께 결합하기로 한 은샘, 하늘이와 회의를 했고, 그렇게 회의해서 정리된 내용을 가지고 다시 우리와 만났다. 하지만 어째선지 그렇게 몇 번을 만나는 동안 친구들의 표정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것 마냥 어려움을 표했다. 전체 구성이 엉성함에 대해 몇 번 짚어주었으나 친구들은 계속 무엇이 문제인지 잘 모르겠는지, 매번 새로운 방식을 가져올 때마다 근본적인 부분은 바뀌지 않고 겉모양만 조금씩 바뀌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북토크의 주체인 두 친구들은 점점 이 활동을 ‘어려워하기’ 시작했다. 분명 처음엔 이 활동이 해보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하겠다고 한 친구들이었는데, 어느덧 이 친구들에게 북토크 활동은 ‘잘 모르겠고, 어려운, 어깨가 무거운 활동’이 되어있었다.(물론 친구들은 이렇게까지 말하지 않았으나 표정이 그러했다..;;)

그때 마침 살림당 회의가 있었고, 거기서 자연언니가 이 어려움에 대해 선생님들께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그러자 선생님들께서는 아주 중요한 것을 말씀해주셨다. 우리는 ‘공부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북토크라는 활동을 구성하는 것도 우리의 공부 위에 있는 것이었다. 이것은 우리도 활동하면서 정말 많이 들은 말이었는데, 정작 우리가 들을 땐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으면서 막상 친구들에게 알려줄 생각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활동을 시작할 때 친구들과 만나 이 활동을 공부로 가져가면 좋겠다, 북토크 매니저 활동은 우리가 여기서 뭘 배울 수 있는지와 함께 가는 일이다, 하는 이야기들을 공유하기는 했었다. 다만 선생님들과 우리의 차이는, 선생님들은 우리가 활동이 곧 공부라는 걸 까먹을 때마다 몇 번이고 계속해서 우리에게 일러주셨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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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이 친구들에게 북토크 활동은 ‘잘 모르겠고, 어려운, 어깨가 무거운 활동’이 되어있었다.

선생님들의 말씀을 듣고 우리는 두 친구와 다시 만났다. 그 자리에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나눴다. 승현이는 무엇 때문에 북토크가 하고 싶다고 손을 번쩍 들었으며, 저번 북토크 참여 기억이 좋았어서 다시 해보고 싶다던 주희는 이번에 무엇을 해보고 싶은지, 지금 이 활동을 하는 게 우리들의 삶과 어떻게 이어지게 되는지 하는 것들을 찬찬히 나누었다. 진행 방식을 어떻게 하기 이전에, 이 모든 일들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부터 다시 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다음 회의 때 만난 친구들의 얼굴이 사뭇 달랐다. 친구들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도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 이제는 본인들이 이 북토크에서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승현이는 원래 『세미나책』을 읽고 너무 좋아서 저자이신 정군 선생님과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북토크를 하게 된 거였는데, 그래서 그 점을 살려 정군샘께 궁금한 것들을 맘껏 여쭤보는 X-파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북토크 활동 경험이 한 번 있던 주희는 이제까지 자신이 기존에 하던 식으로만 하려고 했던 것을 발견했다며, 이번 북토크는 자신도 충분히 느끼고 있는 ‘세미나의 즐거움’에 대한 책으로 하는 축제인 만큼 그 즐거움을 충분히 나눌 수 있는 코너와 형식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북토크는 그 뒤로 ‘하고 싶음’ 위에서 굴러가게 되었다. 자신들이 이 활동에서 뭘 배워갈 수 있는지를 느끼게 된 친구들에겐 확실히 다른 ‘모터’가 생긴 듯 했다. 친구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같은 일이라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이렇게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니. 그리고 그렇게 ‘하고 싶은 것’ 위에서 북토크를 만들어가는 친구들의 모습은 이전과 다르게 생기 있고 즐거워보였다. 그 장면을 보면서 ‘활동을 창안’해 간다는 게 이런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의 힘을 발휘함으로써 즐거움을 누리는 일.

그리고 이런 일들 하나하나가 곧 우리를 바로 설 수 있게 하겠구나 싶었다. 삶을 끌어가는 힘은 이런 일들을 통해 배울 수 있겠구나. 이것이 우리가 함께 모여 살고 공부하고 활동하는 이유겠구나. 아직 나도 한참 부족하지만, 친구들과 ‘바로 서는 일’을 함께 겪어나가고 그 기술을 닦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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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
소민
11 days ago

오, 뭔가 북토크 후일담을 생생하게 듣는 듯한 느낌입니다!

살림당 친구들의 글을 통해서 선생님들의 코멘트를 듣고같이 배우는 느낌이에요.
선생님들이 공부하는 자들의 ‘초심’을 콕 짚어주셨군요!

친구들이 변해가는 걸 보는 호정이도 새로운 경험이었겠다는^^

제윤지
제윤지
1 day ago

‘하고 싶음’안에서 ‘모터’ 를 가진다는 표현이 참신합니다.
북토크를 준비하는 과정이 ‘활동의 창안’하는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행동을 이끌었다는 것,
글을 매개로 함께 하는 활동이 정말 값진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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